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미국 대형 은행들이 꾸준히 증가해 온 자동차 대출 시장 억제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기관들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 대출이 시들해진 동안, 경제 회복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아진 자동차 대출 시장에 집중해 왔다.

지난 17일 뉴욕 연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자동차 대출 규모는 총 1조 1700억 달러(1315조 3140억원)로 2010년에 비해 거의 70%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 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미 주요 상업은행들의 자동차 대출 규모는 4400억 달러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6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6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감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까 우려하는 미 은행들이 채무불이행과 소송에 대한 불안 속에 자동차 대출 축소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산 규모 9위인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의 브루스 반 사운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달리 대안이 없었던 동안은 자동차 대출에 매달려 왔지만, 이제는 학자금 대출 등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자동차 대출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최대 규모 은행인 웰스 파고와 JP 모건 체이스도 올 1분기 자동차 대출 감소 규모가 지난해 1분기 대비 두자릿 수를 기록했다. 대출에 관한 한 비교적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온 자동차 대출 전문업체 캐피털 원도 자동차 대출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피털 원의 리처드 스콧 블랙리 금융책임자는 "1분기 중고차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자동차 대출을 감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이 자동차 대출을 대폭 줄이고 있는 이유는,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이미 차의 실제 가치 이상 또는 채무자의 상환 능력 이상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 통화감독국(OCC)은 지난해 말 이미 자동차 대출 부문에서 신용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 집중하는 일부 대출 기관들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이뤄졌다. 산탄데르 컨슈머 USA와 얼라이 파이낸셜 등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들의 주가는 지난 3월 이후 20% 이상 급락했다. 올 들어 8% 가량 하락한 중고차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이들 회사의 주가 급락은 더 빨라질 것이다.

법무법인 데이비스 앤 길버트의 조셉 시오피는, 자동차 대출 시장이 붕괴하더라도 규모가 8배나 더 큰 모기지 대출 붕괴만큼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는 훨씬 적겠지만, 그렇다고 그 여파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무엇인가가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당신에게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