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본격적인 시행이 3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은 무엇일까.사진=이미지투데이

아름답게 맞이하는 죽음, 웰다잉(Well-Dying)을 위해 국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일명 호스피스법)`이 오는 8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일반인과 환자들은 ‘타인에게 부담 주는 것’을 가장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스피스'란 말기환자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하며, '연명의료중단'이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일컫는다. 

환자, “가족에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병에 걸렸을 때 가족들이 부담해야 하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아는 환자들은 병에 걸렸을 때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을 웰다잉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았다.

서울대의대에서 여론조사기관 월드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일반인 1241명, 환자 1001명, 환자가족 1008명(면접조사)과 의료진 928명(온라인 조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요인.자료=서울대병원

구체적으로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 중요한 요인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담주지 않음’을 일반인의 22.4%, 환자의 22.7%가 가장 많이 택했다.

반면 의사(31.9%)와 환자가족(25.9%)은 ‘가족이나 의미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중요한 요인이라고 응답했다.

급격한 고령화, 국민의료비 지출 증가

OECD Health Data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2013년 기준 6.9%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8.9%보단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속도는 OECD 회원국 중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타 국가에 비해 빨리 진입하고 있는 것이 위기요인으로 꼽히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진료비 비중은 2010년 30.9%, 2015년 37.9%, 2020년 45.6% 정도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 의료비 가계부담 높다…세계 2위 수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의료비의 가계 부담이 특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 경상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율은 2013년 36.9%로 OECD 평균인 19.5%에 비해 1.9배가량 높은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수치가 가장 높은 멕시코(4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부담률이다.

간병하는 환자가족, 우울증 지수 높다

질병은 환자뿐 아니라 환자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환자를 간병하다가 우울증으로 가족이 자살하거나 환자와 동반 자살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경제적 문제 및 우울증과 같은 정서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겪는다.

광주 보훈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호스피스 환자 간병 가족의 우울 수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말기 암환자를 가족으로 둔 호스피스 환자들의 58%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특히 ▲간병기간이 길수록 ▲병원 방문객의 빈도가 적을수록 ▲간병인이 하루 중 간병하는 간병시간이 길수록 우울수준이 높아져 경제적 상황 외의 문제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타타났다.

연구팀은 “호스피스 환자 진료시 갖고 간병인에 대한 배려로 하루 중 간병시간을 가족들이 서로 분담하거나 주변 방문객들의 격려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환자가족의 심리는 환자의 상태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국가적으로 환자가족의 재정적 부담 외에도 간병부담 문제를 줄이는 것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간병인력 확보 문제 '쉽지 않네'

환자가족이 느끼는 간병 부담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간병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임상간호사수는 인구 1000명당 5.2명으로 OECD 평균인 9.8명의 절반 수준으로 적다.

반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대 실시로 병원에서 요구하는 간호사의 수는 더욱 많아져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을 위해 투입될 수 있는 간호사 수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는 질환을 가진 환자의 질환을 전문적인 수준에서 처지하기 위한 인력 외에도 자원봉사 인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여지가 크다.

국민 “자원봉사 늘릴 필요 있지만, 할 의향은 적어”…인식 모순 존재

현재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필수 인력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지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성직자, 자원봉사자도 팀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국민들도 자원봉사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

▲ 말기 환자의 간병을 위한 지원 방안.자료=서울대병원

서울대의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원봉사활성화에 대해서 일반인의 89.6%, 환자의 88.5%, 의사의 86.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환자가족은 이보다 높은 92.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간병도우미 지원에 대해서는 환자가족의 94.9%, 일반인의 93.4%, 환자의 93.1%, 의사 96.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 호스피스 기관 지원을 위한 활동 참여 의향.자료=서울대병원

하지만 자원봉사에 지원하고자 하는 의향은 앞의 수치들보다 적어, 호스피스 완화의료 자원봉사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다소 모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에서의 자원봉사에 대해서 환자가족의 62.7%, 의사의 60.1%, 환자의 57%가 ‘의향 있다’고 한 가운데 일반인의 경우 이보다 낮은 52.8%가 ‘의향 있다’고 답변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책임시대

국가가 국민의 탄생부터 일생동안 앓는 질환, 나아가 죽음까지 책임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속적으로 국민의료비가 증가하자 보건당국은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급여를 확대하고 국민의료비 증가의 중요 요인으로 꼽히는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에 돌입했다.

▲ 말기암환자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정기관 69개소(2016년 4월 기준).자료=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관련해서는 2015년 7월부터 보험을 적용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및 환자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일당정액제로 고정됐다. 시범사업 이용비는 일 2만원 수준이다.

시범사업은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8월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말기 암 뿐만 아니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등에 대해서도 호스피스가 적용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된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이용 홍보 ▲자원봉사자 활동지원 및 교육정책 개발 ▲지역기반 가족친화적 호스피스 실시 ▲호스피스에 대한 기부문화 촉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