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하니 눈감을 밖에‘

정지용의 시 ‘호수’입니다.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니,눈을 감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가슴에 많이 다가옵니다.

최근 그러한 경험을 했습니다.

 

지난 주말 중학 동창 70여명이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름하여 ‘졸업 45주년 기념 추억 여행’

졸업 10년만에 만난 고교 동창들의 변모 표현입니다.

‘남자들은 코가 빨개져있고,눈빛이 탁해져있고,

여자들은 낡은 스웨터처럼 몸매가 ..‘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느 수필가께서 간파한 얘기인데,

하물며 우리는 회갑 나이였으니 그냥 다 보였습니다.

그래도 말투나 외모등에서 어린 시절 모습이 발견 되고,

순식간에 경계가 없어지는 유쾌함이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여러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70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13살에 중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10년이 순식간에 흘러갔습니다.고교를 가고,대학을 입학.

청춘을 알기도 전에,군대를 가서,푸른 시절을 겪다가

아저씨가 되어 80년 제대를 하고,복학.

이후 80년대도 여러 모양으로 쉴새 없이 흘러갔지만,

70년부터 80년까지 불과 10년 사이에

청소년기,청춘,군대까지의 엄청난 변화를 말도 안되게 겪어냈습니다.

사춘기 아픔,청춘 낭만은 때로 지독하게 있었지만,

정식 문패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각 시기에 멈출 수가 없었고,

중,고,대,군대까지 시험을 통과하며 앞으로만 나갔습니다.

당시 어린 나이로 겪었던 숨가쁨이 정상였는지,

감당할만 했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참 엄청난 시기였었다고 새삼 생각 들었습니다.

물론 나보다 아버지,선배 세대들은

휠씬 더 엄혹했을 세월을 견디어 내었겠지요.

 

그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고,

깊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눈을 감을 만큼 크게 말이죠!!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