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웅 라이언 앤 폭스 대표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꿨다.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원하는 내용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다. 지식에 대한 빈부격차가 크게 줄었다. 그야말로 ‘정보 사회’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정보의 홍수 속으로 내몰렸다. 가짜 정보가 창궐하는 세상. 생산된 뉴스의 내용을 다시 검증해야 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정보의 질’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게 된 배경이다.

한국과 미국 잇는 ‘정보 에이전트’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정보를 중개하는 ‘매개자’ 역할을 자처한 이가 있어 주목된다. 김웅 라이언 앤 폭스 프라이빗 컨설팅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구글이 모르는 미국 정보’라는 슬로건이 이 회사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의뢰인과 미국에 있는 사립탐정들 사이에서 정보를 중개한다. 미국 내 탐정들은 대부분 FBI나 NYPD 등 출신이다. 이들의 보고서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완벽한 신뢰도를 보장받는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진짜 정보로 사업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한 것이다.

“한국에서 의뢰한 내용을 미국에 전달하고, 미국에서 조사된 내용을 다시 한국에 전달하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만난 김 대표는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말투를 유지했다.

워낙 생소한 분야라 첫 질문부터 ‘직업이 뭐냐’는 우문(愚問)을 던졌다. 김 대표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을 ‘정보 에이전트(Agent)’라고 소개했다.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정보를 취급하다 보니 그의 행보는 사회에 굵직한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졌다. 지난해 초 6만여명에 달하는 ‘성매매 의심 리스트’를 공개하는가 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공공기관이 관여한 정황 등을 포착해냈다.

힘 빠지는 일도 있었다. 한 대기업 회장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 의뢰인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신분을 위조한 채 접근한 국세청 직원이었던 것. 김 대표는 이 일에서 바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뒤 최순실이 국세청 직원을 움직여 기업들을 감찰하려 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정보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기를 당할 뻔한 기업을 구제해준 사례도 있다. “한 국내 기업이 물건 납품 계약을 맺었다며 한 미국 기업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홈페이지도 다 있고, 담당 직원도 호의적이고, 모든 것이 완벽해 계약서 서명만 앞둔 상황이었죠. 그런데 우리가 나서 조사해보니 유령 회사더군요. 이런 일은 상당히 비일비재한데, 현지 주재원이나 인터넷만으로는 사실 확인에 제약이 많아요.” 김 대표의 회상이다.

실제 우리 기업들에게 ‘샘플을 보내보라’거나 ‘계약을 진행하자’고 연락해오는 회사 중 형체조차 없는 곳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인터넷 검색을 하는 ‘구글링’을 통해서는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내용이다.

▲ 김웅 라이언 앤 폭스 대표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비결은 네트워크… “뜻 맞는 사람과 의기투합하고파”

김 대표가 이처럼 ‘알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비결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망에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2013년부터 사업을 구상한 그는 5월 현재 10개의 연락책을 미국에 두고 있다. 각각 정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정보를 요청하면, 현지 네트워크망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작동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주권을 지닌 지역이라면 어떤 정보라도 수집할 수 있다.

“사업 초기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로이터통신, KBS 등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그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것은 오직 가능성 때문이었다. 14년간 기자생활을 통해 터득한 취재력이나 정보 수집 능력 등을 활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미국 내 지인이나 사업 파트너가 전혀 없던 상황. ‘맨땅에 헤딩’이었다.

“회사를 차리고 메일에 사업계획서를 첨부해 약 900통 날렸습니다. 이 중 5건 정도만 답변을 받았는데, 대부분 욕이었어요. 아마 ‘KOREA’라고 하니까 북한에서 온 메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파트너를 찾았고, 이후 입소문을 타며 지금은 괌·하와이 등 해외 영토까지 대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김 대표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개인 고객들은 특정인의 신원 파악 등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 고객은 거래처의 현황 등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고서를 요약·번역하는 작업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한다. 미국에서 온 문서가 대부분 전문용어로 돼있다 보니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450페이지짜리 문서를 8페이지로 요약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묵직한 정보로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그가 그리는 비전은 예상 외로 소박했다.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보고 싶다는 것. “기자로 돌아가 좋은 기사를 쓸 수도 있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고요. 중국 등 다른 나라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겠죠.” 김 대표는 ‘정보의 힘’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