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꽃같은 순간"을 말한다. 절정에 이른 최고의 순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나간 추억에 대한 동경'을 가리키기도 한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기 마련이기에, 우리는 최고의 순간을 화양연화라는 표현으로 포장해 스스로를 자위하기 때문이다. 비단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뜨거운 키워드다.

그래서 시점을 현재로 돌려 지금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일종의 화양연화와 닮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지만, 앞으로 미래의 우리는 지금을 절정으로 생각해 추억하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현재의 화양연화는 달콤씁쓸한 미래의 추억이 된다.

▲ 밀라노 패션위크에 나타난 갤럭시S8. 출처=삼성전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만개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2일 올해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3억7500만대를 기록, 지난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두 자리 수 성장률을 회복한 셈이다. 지난해 1분기 -2% 역성장의 악몽을 떨쳐낸 점과 더불어 올해 1분기 판매된 휴대폰 중 80% 이상이 스마트폰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상위 10개 브랜드가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73%를 차지하고 있으며, 4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문이 전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20%를 구성한 점도 고무적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제프 필드핵 애널리스트는 “역대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던 2016년과는 달리, 2017년에는 6~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신흥시장의 LTE 네트워크 확산과, 기존의 성숙 시장의 기가비트 LTE 네트워크의 등장이 이 같은 스마트폰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통신사업자들에게는 보유한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디바이스를 얼마나 많이 유치하는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종합하자면 스마트폰 업체를 중심으로 전체 휴대폰 시장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그 중심동력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있다는 뜻이다.

제프 필드핵 애널리스트는 삼성, LG, 애플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플래그십 제품들, 그리고 베젤리스 디스플레이, 기가비트 LTE 지원, AI 기능 등 최신 기술이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더욱 짧게 단축시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올해 한해 스마트폰 장사가 대박날 것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출하량 1000만대, 개통량 500만대를 갤럭시S 시리즈 역대 최고속도로 돌파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말 그대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와 미국은 물론 유럽 주요국가 및 중남미와 인도, 중국 등에서 차례로 런칭된 가운데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이라는 아픔을 이겨내고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2분기 2000만대 출하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8000만 대를 기록하면서, 시장점유율 21%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2016년 4분기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고 밝혔다. 프리미엄과 중저가 라인업의 절묘한 콜라보다.

그 중심에서 활약하는 갤럭시S8의 성공배경은 무엇일까. 스펙에 답이있다. 갤럭시S8은 투톱 라인업이며 5.8형 갤럭시 S8, 6.2형 갤럭시 S8 플러스로 꾸려졌다. 4GB 램과 64GB (UFS 2.1) 내장 메모리, 배터리는 갤럭시 S8이 3000mAh였고 플러스 모델은 3500mAh다. 고속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미드나이트 블랙, 오키드 그레이, 아크틱 실버, 코랄 블루, 메이플 골드 등 총 5가지 색상이다. 인피니트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앱 생태계의 발전으로 디스플레이의 선명도 등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결정하는 주요 선택지가 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갤럭시 S8의 인피니티는 말 그대로 ‘따라올 자 없는 스펙’을 가졌다.

전면의 버튼이 사라진 부분도 디자인적 측면에서 보면 간결한 매력을 살리는 것에 도움이 된다. 여기에 탁월한 그립감 및 기타 사용자 경험이 적절히 배어있는 분위기다.

정점은 인공지능 빅스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지능형 인터페이스로 스마트폰과 사용자간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에 갤럭시 S8은 기존 터치식 인터페이스에 빅스비를 통한 지능형 인터페이스가 더해져 사용자가 더욱 쉽고 편리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적용했으며 우선 전화, 메시지, 설정 등 삼성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고, 향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인 애플이 하반기에 아이폰을 출시하는 상황에서, 다른 제조사들은 올해 상반기 부쩍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물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디스플레이가 붉게 물드는 벚꽃 에이션 파동과 와아파이 호환성, 일부 모델의 몰딩 처리 등 소소한 악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이슈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잡아내어 성공적인 방어전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갤럭시노트7 정국을 거치며 위기관리능력도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신제품 출시효과는 사라졌지만, 애플은 역시 애플이다. 1분기 5000만대의 판매량을 올리며 나름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아이폰6S 시리즈에 비교해 월등히 높았던 아이폰7 시리즈에 대한 기대와 수요를 감안하면, 이와 같은 아이폰 판매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량인 것이 분명하다. 다만 올해 아이폰8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는 상황에서 나름의 상승동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지난 지난해 4분기에서 넘어온 재고의 대부분을 처리하며, 올햐 1분기에 연간 22% 상승한 3500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화웨이는 1분기 중 최신 플래그십 P10을 런칭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문 점유율 6%로 1분기를 마감했다. 프리미엄에 집중한 화웨이의 존재감은 유럽시장을 넘어 인도를 비롯한 다양한 신진시장에서의 존재감으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 화웨이P 시리즈. 출처=픽사베이

프리미엄 행진은 언제까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모처럼 웃을 전망이다. 역성장이 예상된다는 주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일정기간 스마트폰 시장이 신진시장을 중심으로 달아오를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에서 중저가 라인업도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줄 전망이다. 특히 비보와 오포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업체들은 신진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큰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프리미엄 라인업의 존재감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변함이 없다.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5G의 등장과 이에 따른 플랫폼의 중요성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더한다.

하지만 초연결 시대가 도래한다는 기본적인 그림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시장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은 프리미엄 중심으로 시장이 만개하며 나름의 성과를 거두겠지만, 이후 벌어질 치열한 전쟁을 매개로 서서히 다른 플랫폼의 존재감이 드러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 아이폰 레드. 출처=애플

실제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임수정 애널리스트는 “2016년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상위 10개 브랜드 중 오포, 비보, 화웨이는 두자릿수 이상의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올해는 이들 브랜드들의 성장 주축이었던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계속해서 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해외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고 전했다.

나아가 “특히 인도 및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패권 다툼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재 이들 지역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에게는 많은 도전이 따르는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시장은 화양연화를 향해 달려간다. 이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