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 종로구에서 5년 만에 지어지는 프라임 오피스빌딩이면서 도심 내 마지막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될 종로구 공평동 공평 제1·2·4지구에 ‘센트로폴리스’가 공사에 한창이다.

이 사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부동산 부문 본부장을 지냈던 이은호 시티코어 전무가 8개월 전 시티코어에 합류해 현재 전력을 쏟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부동산 부문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초기에 합류해 도심 개발 사업을 진행한 이 전무는 “금융사와 시행사로 위치가 달라졌을 뿐”이라는 한국의 베테랑 디벨로퍼다.

▲ 이은호 시티코어 전무.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금융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도 자체 자금을 가지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들이 다수였다. 서울 센터원 빌딩, 포시즌스 호텔, 코트야드 서울판교, 중국 상하이의 미래에셋빌딩 등도 이 전무가 전직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다. 시티코어는 이은호 전무가와 센터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글로스타 출신들이 설립한 신생 시행사로, 다양한 도시환경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전무는 센트로폴리스 빌딩을 ‘도심에서 제일 좋은 오피스’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서울 도심권에서 그랑서울과 센터원 다음 가는 3번째로 큰 빌딩이다. 규모도 크지만 ‘차별화’에 역점을 뒀다”고 자신했다.

“광화문의 한 빌딩을 보면 위치만으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입지이지만 건물 노후와 주차장 문제, 외부인 유입 문제 등으로 임차인에게 제 점수를 못 받고 있다. 또 여의도에 있는 다른 빌딩의 경우 신축임에도 화장실이 부족하고 주차공간이 협소한 데다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길어 이용자 편의가 떨어진다. 반면, 남산 스테이트타워는 입지가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입주자 서비스를 극대화해서 공시지가 대비 높은 임대료를 받고 있다.”

센트로폴리스에는 ‘통 큰’ 입주자 시설을 마련했다. 3층을 전부 입주기업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크고 작은 공용 회의실부터 수면실, 샤워실 등은 공항 비즈니스 라운지를 그대로 가져온 듯하다. 공용 회의실은 한 달 기준 일정 시간까지 무료, 그 외 시간은 소액 실비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일반 사무용 빌딩의 두 배 이상의 임대료를 내는 프라임 빌딩 입주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이용 편의를 고려하는 설계가 우선이라는 그는 센트로폴리스의 초기 설계에서 화장실 공간을 50% 이상 더 확장하도록 했다. 주차장 입출차 동선도 신경 썼다.

“설계가들은 5000평 건물이든 5만평이든 거의 같은 건축 기준을 가지고 설계한다. ‘면적 대비 인당 사용면적과 하루 트래픽을 고려해 대기시간은 몇 분’ 하는 식이다. 그런데 프라임빌딩 입주자는 더 여유 있고 안전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위해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대기시간도 짧아야 되고 공간도 더 여유 있게 타고 싶은 것 아니겠는가.”

저층 6개층을 리테일 공간으로 채운 디타워를 필두로, 최근 지어지는 오피스 빌딩들에서는 리테일 공간 확대와 맛집 등 리테일 업체 유치가 화두였다. 그런데 센트로폴리스의 조감도를 보면 특별히 상가 등 리테일 공간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내 철학은 ‘오피스 건물의 주인공은 오피스’라는 것이다. 리테일을 가지고 있는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면적 대비 리테일 비중은 대개 10~15%, 디타워의 경우 예외적으로 약 30% 수준이다. 그러나 센트로폴리스는 9%대다. 오피스와 리테일 공간을 분리해 오피스 입주자들을 위한 설계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 이은호 시티코어 전무.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국내외 6~7개의 대형 도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센터원 개발이었다. 센터원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설계 전부터 매수를 해 설계 콘셉트까지 잡아가며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2주 동안 일본, 홍콩, 싱가폴, 시카고, 뉴욕의 오피스 복합 시설을 다 돌아다니면서 공부했다. 뉴욕의 타임워너센터를 보고 이를 벤치마킹했다.

세빌스 입사 이후 IMF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하락했던 1999년부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난 후인 2008년 다시 찾아온 금융위기 등 지난 15년 사이 시장의 오르내림과 이른바 임대인 우위 시장, 임차인 우위 시장을 고루 겪은 그는 지금처럼 시장에 공급이 많을수록 역발상을 갖고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지금 주택시장이 위기라고 하지만 얼마 전 청담동에 100억원 빌라가 지어진다는 소식이 있었다. 평균적인 상품의 시장은 파이가 정해져 있지만 일명 ‘하이엔드’ 시장은 개척할 여지가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한다.

“(하이엔드 시장은) 가격 저항이 적은 대신 가치가 있으면 투자한다. 차별화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말이다. 프라임 빌딩의 경우 규모뿐만 아니라 서비스로 차별화해야 한다. 리테일도 마찬가지다. 수요층의 소비 행태, 동선, 인테리어, 이용자 심리를 건축에 반영하는 것이 규모보다 중요하다.”

지난 4월부터 센트로폴리스는 5개층 이상 대형 임차인 위주로 임대 마케팅에 돌입했다. 한국 시장에서 선임대는 보편적이지는 않다. 개발업계에 대한 신뢰가 없고 우리 기업들의 경영 장기 계획이 부재한 탓이다. 그는 “우리 시장이 거의 중국 상해보다도 부동산 시장 신뢰도가 낮다는 통계도 있다. 잠재 임차인에 신뢰를 주면서 시장을 바꿔나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