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참모진과 내각 인선이 발표될 때마다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명 ‘삼시’라고 하는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 출신이 아닌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중용하고, 국가보훈처장에 육사 출신이 아닌 여성을 임명하거나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을 발탁해 검찰 기수 역전을 감행하는 등 기존 인사 관행을 깨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부장관에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해 다시 한번 ‘신의 한수’를 뒀다. 강 씨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이 된다. 비 외무고시 출신으로는 참여정부 초대 외교장관 윤영관 서울대 교수에 이후 첫 사례다.

강 특보는 1955년 서울 출생으로 올해 만 62세가 됐다. 그는 한국 여성 중 처음으로 유엔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로 자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6년부터 유엔에서 활동해왔다. 유엔의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고등판무관을 지냈고 2013년부터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를 역임했다.

2016년 10월 제9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의 인수팀장을 맡았으며, 지난 1월 구테흐스의 임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사무총장의 정책특보로 임명됐다.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는 신설된 고위직 보좌직위로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인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난민기구 최고대표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강 특보를 신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특보는 유엔 근무 이전에도 국회의장 국제비서관, 세종대 조교수,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 국제기구국장(전 국제기구정책관)을 거친 국제외교 전문가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임명 이후 “국제 외교무대에서 쌓은 전문성과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금 이 시기에 민감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적임자라 판단된다”고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아나운서 강찬선의 딸로, 1964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파견근무를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 10살에 도미한다. 이후 국내에 돌아와 이화여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KBS국제방송국의 프로듀서 겸 아나운서가 됐다. 1980년 미국 메사추세츠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전공으로 석박사를 받고 돌아와 김재순, 박준규, 이만섭 국회의장의 국제담당 비서관으로 근무, 1998년 외교부에 특채로 들어간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으로 활약하면서부터다. 김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를 통역한 것을 계기로 김 대통령의 통역특보로 발탁되고 이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김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에서도 통역을 맡았다. 당시는 정권교체 시기이면서 동시에 외환 위기라는 국가 절명의 위기가 있었던 때로 한국과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시기다. 김대통령은 “내 말이 강경화 특보를 통해 통역되면 더 멋있게 만들어진다”며 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극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엔에 가기 전까지 외교부 장관 특보, 국제기구 심의관을 거쳐 2005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에 올라 여성으로서 외교부 최고위 직위에 올랐다.

강 특보는 여성 관료로서 최고위직을 줄줄이 맡아오며 화려한 이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를 연상케 하는 지적인 외모로 주목받았지만 여성인권과 빈민 구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도 알려졌다. 과거 지난 2012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시절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국회의장실에서 국제담당비서관으로 일하던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로 여성 인권에 대한 강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우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등 2주 동안 정말 신나게 일했다. 그때 처음 내 문제가 나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공동 의제를 세우고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일을 유엔이 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런 연유로 유엔에서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강 특보는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와의 사이에서 1남2녀를 두고 있다. 국민들은 강 특보의 인선이 조현옥 인사수석과 피우진 보훈처장에 이어 여성이 유리천장을 뚫은 훌륭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