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확대는 국내 은행지주사들의 주가를 견인했다. 현 시점에서는 추가적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쉴 틈 없이 상승세를 이어온 점은 부담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은 분명 은행업 전반에 긍정적이다. 다만, 금리상승은 또 다른 리스크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비은행 강화’를 실천한 은행지주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시장금리 및 은행 수익성 지표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시장금리변동시 순이자마진(NIM)보다 대손비용률(대손상각비/총여신)이 금리민감도가 높다.

국고채 3년물 금리의 경우 최근 12년 중 4년(2005~2008년)은 상승, 8년(2009~2016년)은 하락했다. NIM은 2005년과 2010년에 각각 올랐으며 2006~2009년, 2011~2016년은 하락한 반면, 대손비용률은 2008~2010년, 2012~2013년, 2015~2016년 상승, 2005~2007년, 2011년, 2014년에는 하락했다.

이 기간 중 국고채 3년물 대비 연평균 변동비율은 NIM이 -13.7%, 대손비용률은 72.4%다. 국고채 금리 변동시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에 대한 전반적인 민감도는 대손비용률이 NIM보다 높은 편이다.

통상적으로 금리상승은 은행에 유리하다. 금리상승 국면에서는 대출금리가 조달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해 NIM이 상승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금리의 상승은 차주에게 부담요인, 은행에게는 대손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은행의 수익성은 금리상승 국면에서 이자이익 대비 대손비용이 얼마나 늘고 줄어드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이자이익과 대손비용의 증감은 경기국면에 따라 다르며 경기호황기에는 이자이익이 대손비용보다 더 크게 증가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반면, 경기침체기에는 금리가 상승할 경우 대손비용이 이자이익보다 더 높게 오르며 수익성이 저하된다.

하지만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NIM 상승과 이자이익 증가의 긍정적 효과와 대손비용 증가 등 부정적 효과의 크기 차이는 상당부분 금리 상승의 속도에 따라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내경기의 회복속도가 미약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상승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돼 긍정적 효과가 우세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금리 상승은 내부요인보다는 대외 이슈에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된 금융주 랠리는 ‘글로벌 금리 상승 기대’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편,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업종별 긍정적, 부정적 영향은 사업구조 형태에 따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은행과 유사한 대출사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보유한 신용카드와 캐피탈은 금리상승에 따른 긍정적 전망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이중 캐피탈은 사업 및 재무위험이 높아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외에 유동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이 열위한 캐피탈사의 경우 실적이 악화돼 자금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워지며 유동성이 급격히 저하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가증권 운용 중심의 사업구조를 보유한 보험, 증권의 경우 금리 상승 시 보험부문 이차역마진 개선, 투자부문 운용자산이익률 상승, 만기보유채권의 선이자(Carry) 이익 증가 등의 긍정적 영향과, 보유채권 평가손실 확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관련 리스크 확대,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동에 따른 거래량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도 받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글로벌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금융주들의 랠리를 주도했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기록일 뿐, 향후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국내 금융주들의 방향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향후 국내 금융주의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은 우선 ‘시장금리의 완만한 상승’이다. 이는 NIM의 확대와 대손비용 증가를 억제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왜 또 금리를 논하는가

국내 금융업계는 ‘비은행 강화’를 외치며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국내 금융업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은행업은 대부분 지주사화된 상태로 여타 금융업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역영을 확대한 것이다.

▲ 기업 자금조달 규모 및 직접금융 비중 추이 [출처:한화투자증권]

이중 은행지주사들이 가장 선호한 신규 사업은 금융투자업이었다. 비록 최근 직접금융 비중은 축소되고 있으나 향후 자본시장 성장에 따른 기업의 직접금융 확대는 간접금융업을 영위하는 은행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투자업권에는 보험사와는 달리 규모측면에서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회사가 없다. 이는 은행업이 시너지를 노리고 금융투자업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계열 증권사들의 업적은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며 “은행 계열사의 증권사 점유율은 지난해 KB금융의 현대증권 인수로 기존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으로 올랐지만 인수 및 주선수수료 점유율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시기상조일 수 있겠지만 은행지주사 고유의 강점을 계열 금융투자회사에 녹여낸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즉 ‘비은행 강화’는 아직 국내 은행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이는 금융투자업은 물론 보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성 연구원은 “비은행 강화는 ‘서민금융업’과 ‘여신금융업’이 핵심이었다”며 “특히 적극적인 분야는 여신전문금융업으로 모회사의 월등한 잠재 지원여력을 근간에 둔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은행지주사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68.6% 수준이다. 하지만 ‘비은행 강화’가 ‘여신금융업’을 중심으로 확대돼 ‘예대업’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은행지주회사 이익의 88.6%가 여전히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향후 은행지주사들의 전망이 결국 금리수준에 연동될 것임을 암시한다.

▲ KB금융지주 업종별 이익 구성비 변화 [출처:한화투자증권]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이고 NIM도 상승한다면 단연 은행지주사 중 예대 비즈니스 비중이 큰 종목을 선택하면 높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는 예대 비즈니스 비중이 90%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으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81.5%, 88.4%, 90.3%로 상대적으로 시중은행 지주사들의 예대 비즈니스 비중이 낮다.

▲ 신한금융지주 업종별 이익 구성비 변화 [출처:한화투자증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리인상이 무조건 은행 수익성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금리 변동시 NIM보다 대손비용률의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한다고 가정할 때, 예대 비즈니스가 높은 은행지주사의 리스크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국내 은행주들의 변동성은 개별 기업의 요인보다 거시경제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 하나금융지주 업종별 이익 구성비 변화 [출처:한화투자증권]

지난 15일 기준 한국의 장단기 금리차(국고채 10년물-2년물)은 85bp(1bp=0.01%)로 미국과 유럽연합의 평균인 103bp보다 낮은 상황이다. 결국 아직 미약하지만 KB금융지주의 비은행강화가 가장 눈에 띈다. 이어 지방은행지주사 대비 예대 비즈니스 비중이 낮은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순으로 안정성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