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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논쟁] 채무 탕감이 왜 ‘도덕적 해이'인가

"채권자에게도 비용 발생..`샤일록式 빚갚기` 벗어나야"

양인정 기자,문주용 기자 lawya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05.19  1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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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은 무자비한 눈빛으로 보증채무자 안토니오 앞에 칼을 들이댔다. 그 때 판사로 위장한 친구의 애인 포샤가 판결을 내린다.

"단, 보증서는 피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으니, 안토니오가 피를 흘리지 않게 하고 1파운드의 살을 떼어가라"

빚을 못갚으면 신체 일부라도 내놓으라는 샤일록의 협박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장면이다.

극적인 이 장면은  채무에 대한 `샤일록식 신체보상`을 비판하고자 했던 셰익스피어의 뜻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 `빚을 갚지 않으면 신체 일부라도 내놔야 한다`는 공포 스릴러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둔갑했다. 대부업체 이미지가 잔인하게 비쳐질수록 `빚은 갚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굳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부채 공약사항 중 채무탕감에 대한 업무를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즉각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또다시 일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가계부채 해결책과 관련, 회수 불능 채권 203만명의 약 22조6000억원 채무를 감면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이 회수불능 채권 약 22조원은 국민행복기금에서 회수하지 못하는 103만명 11조6천억원과 떠돌이 장기 연체 채권 100만명 11조원이 주내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가계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은 이 중에서 우선 10년이 넘은 채권중 1000만원이하의 채권을 먼저 탕감하는 일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움직임이 못마땅한 쪽은 정부 조치가 대선 때마다 되풀이 되는 '신용사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며, 금융소비자가 '납부능력이 안되더라도 빌리면 나중에 나라가 없애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채무자, 그것도 소액채권을 수년 동안 갚지 못한 채무자들에 대한 채무감면 정책이 나올 때마다 불거지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야말로 셰익스피어의 소설처럼 역사가 오래된  논쟁거리다.

오래된 빚은 채권자에게 부담..비용 발생등 

하지만 장기 채권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도덕적 해이를 쉽게 떠올릴 수 없다.

장기 10년의 소액 채권은 이미 금융기관에서 추심을 포기한 채권이라고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마저 완성된 채권일 가능성도 큰 채권이다. 현행 금융기관 대출 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이 채권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숨어 버렸기 때문에 신원확인도 못한다. 채무자들은 대부분 연락이 안닿는 상태로 음성적인 소득으로 연명한다.

일정 조건의 채무를 탕감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경제적 효용 때문이다. 포퓰리즘적인 접근과는 다른 문제다.

파산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10년 동안 상환하지 못했다면 채무자들은 앞으로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 대부분이다. 문제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도 회수 불능 채권에 대해 추심, 시효연장을 위한 법조치등으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자, 채무자간에 서로에게 무익한 채권, 채무로 인해 채무자는 정상적인 경제적 생산 활동에 뛰어들지 못하는 한편, 채권자인 금융기관은 비효율적 채권추심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자 도덕적 해이는 누가 따지나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도 채무자 못지 않다. 갚을 수 없는 지경임을 알고도 빌려주는 채권자도  흔하다. 불법 대부업체는 물론이고 등록대부업체나 2금융권에서도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대출을 남발한데 책임이 있다.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는 "상환능력이 없는 금융소비자에게 무분별하게 대출해 준 채권기관도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다”라며 “이미 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해서 유통을 시켜 법률적으로 무지한 채무자를 회유하며 채권을 부활시키는 것 또한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시효가 완성돼 소멸한 채권이라도 채무자가 소액을 갚거나 채무를 인정해버리면 그 채권은 원금, 이자 모두 부활해버린다.

윤 교수는 또 가계부채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는 단계에서 획일적 신용등급에 갇혀 있지 말고, 채무자의 상황과 능력을 다양하게 판단하는 포용적 금융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무익한 사회적 비용을 소진하면서 채권을 추심을 하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면서 “일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있을 수 있지만, 채무를 감면해서 채무자가 정상적인 생산활동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등 국가 경제에 한 축을 담당하는 공익이 더 크다면 미미한 도덕적 문제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파산법 전문 변호사들은 사법부가 회생, 파산신청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파산 결정이 쉽게 이뤄질수록 채권자는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망설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일부 파산법조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액의 채권을 10년 동안 상환하지 못하는 채무자들이 대부분 여러 채무를 가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인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므로 오히려 더 큰 폭의 채무감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산업, 대표적 `도덕적 해이` 산업

도덕적 해이를 아예 사업으로 일구는 비지니스가 있다. 바로 보험산업이다. 보험 산업은  쉽게 말해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경계심을 풀도록 함으로써 이득을 취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사고가 나면 보험금으로 커버하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도덕적 해이를 사업으로 승화시킨 보험산업은 계속 성장하는 금융산업이다.

도덕적 해이의 사전적 의미에는 금융기관이나 금융소비가 행동의 절도를 잃어버리는 행위를 가리킨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말할 때는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가 야기한 원인은 없는지 균형적인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샤일록식 빚갚기`가 당연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사회가 발전적인 채무조정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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