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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탐욕과 족쇄의 교차로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규모의 경제와 생태계, 그 이상의 특별함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05.19  13: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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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을 정의하는 단어는 하나일 수 없다.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해운 및 항만의 물류 플레이어며 미디어 사업자이자 이를 통칭하는 플랫폼 생태계 기업일 수 있으며, ICT 기업이자 총체적 서비스 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프 베조스라는 연결고리를 더하면 블루오리진의 우주도 들어온다.

   
▲ 제프 베조스. 출처=위키디피아

아마존, 괴물이 되다
1994년 설립된 아마존은 전자책 사업을 시작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한 때 닷컴버블의 대표주자로 폄하되며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제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이러는 사이 아마존은 2011년 매출 480억달러, 영업이익 8억6200만달러에서 2016년 매출 1360억달러, 영업이익 1360억달러의 괴물로 성장했다.

아마존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다양한 담론이 있으나 핵심은 문어발 확장이다. 자체 브랜드까지 강화하고 있는 기본적인 유통 플랫폼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인공지능 스피커는 물론 AWS를 내세워 클라우드 사업에 전사적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국내라면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았겠지만, 아마존은 다행히 미국 기업이다. 이 지점에서 초연결 시대의 인프라 방법론을 가장 확실하게 체화하며 순항하고 있다.

지엽적인 방식을 살펴보면 '실패'라는 키워드가 들어온다. 실제로 아마존만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도 드물다. 파이어 스마트폰이 단적인 사례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시장을 키우며 파이어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하드웨어 방법론을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현 상황에서 실패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계속 하드웨어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 아마존 오프라인 매장. 출처=위키디피아

이 부분에서 유심히 살펴야 할 점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키워드의 뉘앙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프로젝트에 실패한 직원에게 오히려 포상하며 격려하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는 분명히 다른 사풍을 가지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실패를 하나의 경험으로 삼아 새롭게 도약하는 훈훈한 분위기는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가혹한 편이다. 실제로 제프 베조스는 실패한 직원에게 "괜찮아, 다시 잘 할 수 있어"라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CEO가 아니라 "넌 왜 내 인생을 낭비하게 만드나?"라는 독설을 날린다. 일각에서는 이를 강렬한 '수컷 리더십'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으나, 곰곰히 생각하면 잔인한 CEO에 가깝다.

2002년 제프 베조스가 사내에 '두 개의 피자 팀(two-pizza teams)'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피자 두 개를 먹을 수 있는 10명 수준의 팀을 꾸려 자유롭게 사업을 전개하라는 뜻이지만, 그 의지에는 분명한 책임이 따라왔다. 성과 달성 여부는 '적합성 함수(fitness functions)'라는 명확한 실측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아마존이 보여주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키워드는 오히려 '고객에 대한 집착'이라는 큰 목표를 깔아둔 상태에서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하나만 터져라"라는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에코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등장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신기한 기술력'에 탄성을 저지르고 있으나, 사실 에코는 아마존에게 돈을 벌어주는 기기가 아니다. 많은 물량이 시장에 풀렸지만 애초 아마존도 이를 캐시카우로 활용할 생각은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지, 아마존에게 새로운 시대로 가는 길만 알려주면 그만이다. 무수한 하드웨어 기기의 실패를 인내하면서 얻은 회심의 역작이다.

정리하자면 아마존은 집착에 가까운 고객만족을 중심에 두고, 이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실패를 거듭하는 기업이다. 다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실패 자체를 가볍게 용인하지 않는다. 얼핏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가 공존하는 것도 아마존의 매력이다.

여기까지가 아마존의 내적 원동력이라면, 이제 사업적 방향성으로 문어발 확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전반을 비롯해 다양한 ICT 및 물류 사업, 나아가 최근에는 의료 및 기타 다양한 영역으로 자체 브랜드를 수립하기 시작했다. 이제 아마존과 경쟁하지 않는 기업은 없으며, 있더라도 상대기업은 현실도피를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 영역까지 진출해 세상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아마존은 왜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는 것일까? 아마존의 확장은 초연결, 규모의 경제, 수직계열화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전제는 '아무렇게나 진출하지 않는다'이다. 정확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생활전반을 포섭하는 방식을 매우 정교하게 추구하기 때문이다. 일단 아마존에게는 전자상거래 기업의 특성으로 확보할 수 있는 빅데이터, 더 정확히는 정제된 스마트 데이터가 상당하다. 여기에 플랫폼 기업의 정체성을 더하며 물류 및 초연결 인프라 전반으로 명확한 진출로를 보여주고 있다.

   
▲ 아마존 온디맨드 의류 시스템. 출처=디지에코

생태계적 관점에서 살피면 답이 나온다. 아마존의 대시와 에코는 무엇을 의미할까?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서비스의 습관적 유도다. 파이어폰이 이루지 못한 꿈이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만개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드론 및 물륜, 항만, 아마존고의 패러다임은 모두 데이터 중심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아마존 프라임의 방식을 크게 확장시켜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셈이다.

결국 아마존이 무차별적인 문어발 사업에 나서지 않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차근차근 채워나가며, 이를 생태계 가두리 전략으로 묶어 버리는 전략은 방만한 방향성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무색하게 만든다. 다만 아마존이 전자상거래라는 생활밀착현 서비스에 근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무분별하게 보일 뿐이다. 수직계열화 및 경쟁자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사업적 후각, 나아가 잊을만 하면 터지는 아마존 플랫폼 갑질의 그림자도 이러한 목표에 힘을 더하는 것이 사실이다.

   
▲ 에코. 출처=아마존

아마존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원래 AWS는 장사용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아마존의 트래픽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으나, 비쇼핑 시즌이 되면 남아도는 AWS를 수익사업으로 돌리기 위해 다른 사업자에게 서버를 빌려주며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선구안이라고 보기보다, 오히려 운에 가깝다.

하지만 아마존은 운을 실력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철저한 생태계 전략이 대표적이다. 아마존 프라임의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을 바탕으로 물건의 이동 및 이에 파생되는 모든 플랫폼을 장악하고, 수직계열화의 명목으로 자체 브랜드까지 강화하며 기어이 에코닷이라는 제품도 개발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를 자사의 생태계에 가둬 지극정성으로 돌보겠다는 다소 서늘한 발상이다. 당연히 에코와 대시의 방법론도 여기에 연결되며, 스마트 데이터는 아마존의 판돈이 된다.

여기에 선구자의 장점인 시장 선점이 이뤄지며 오프라인 경쟁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강렬함과, 적절한 갑질에 의한 플랫폼 횡포도 더해진다. 지난 2월 아마존은 일본에서 외국서적을 무한정 읽을 수 있는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 서비스를 런칭하며 현지 출판사에 제대로 갑질을 보여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사실 이 부분도 대단히 중요하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아마존은 잔인하고, 흉폭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간간히 보여지는 무서운 사내문화와, 심각한 논란을 야기하는 갑질은 분명 도덕적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아마존의 대내외 갑질만 봐도 '상당한 수준'이다.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직원들이 일주일에 적어도 60시간 일할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사업 초기 아마존 직원은 지독한 야근에 시달리다 오랜만에 퇴근하면서 자신의 자동차 주차 위치를 잊어버려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당시 자동차는 견인되었고 해당 직원은 이를 통보하는 우편물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전자책 사업에 있어서도 아마존은 2007년, 책값을 너무 저렴하게 매긴다는 대형 출판사 맥밀런의 항의에 해당 출판사의 책을 모두 판매대상에서 빼버리는 극단적인 방법론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4년에는 콘텐츠 기업에 판매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며 유통망을 무기로 삼기도 했다. 당시 디즈니와 벌였던 전투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으며, 미국 유력 작가 909명은 아마존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이 위대한 것은, 문어발 사업을 확장하며 이를 초연결 시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확장한 실력에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아마존은 100번의 시도 중 90번을 실패해도, 큰 줄기로 보면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이동하는 객체의 흐름을 철저히 추적해 드론과 사물인터넷 전략으로 꾸리고 수렴하는 한편, 소비자 자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올려 이를 가두리 양식장으로 꾸리는 실력은 아마존이 최고다. 심지어 브랜드 진출로 엿보이는 대단위 수직계열화까지.

앨런 머스크가 모두의 상상을 자신의 판돈으로 삼아 욕망을 판매한다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업적 속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큰 그물에 담아버렸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 그리고 플랫폼 전략이다. 아마존의 미래가 더 공포스러운 이유다. 초연결 시대, 아마존은 탐욕과 족쇄의 교차로에서 기꺼이 품에 안겨올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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