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 아방가르드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4사가 주름잡던 한국 수입차 시장 판도가 2년여만에 벤츠-BMW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 10대 중 6대는 벤츠 혹은 BMW 차량이었다. 인증 취소로 판매에 제동이 걸린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실적은 나란히 ‘0대’. 토요타·렉서스는 이들의 빈자리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혼다, 인피니티 등 일본 브랜드들이 신차 효과로 판매가 크게 성장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2017년 4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2만51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월(2만2080대) 보다는 판매가 9.2% 줄었지만 2016년 4월(1만7845대) 보다는 12.4% 늘었다.

10대 중 6대는 BMW-벤츠

10일 수입차 업계와 KAIDA에 따르면 지난달 브랜드별 등록대수는 BMW(6334대), 메르세데스-벤츠(5758대), 렉서스(1030대), 토요타(888대) 순으로 나타났다.

혼다(881대), 포드(818대), 미니(743대), 볼보(542대), 크라이슬러(526대), 닛산(524대), 랜드로버(463대), 푸조(357대), 인피니티(312대), 재규어(234대), 포르쉐(193대), 피아트(181대), 시트로엥(141대), 캐딜락(110대), 롤스로이스(10대), 람보르기니(4대), 벤틀리(2대) 등이 뒤를 이었다.

BMW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만에 월간 판매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신형 5시리즈가 신차효과를 발휘한데다 기존 모델과 에디션 모델 등에 마케팅·프로모션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 BMW 뉴 5시리즈 / 출처 = BMW코리아

BMW의 4월 판매량은 전월(6164대)보다 2.8% 증가했는데, 전년 동기(4040대)보다는 56.8% 뛴 수치다. 벤츠의 4월 실적은 지난해 같은달(3558대) 보다 61.8% 급증했지만, 전월(6737대) 보다는 오히려 14.5% 줄었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전체 판매 차량 중 60% 이상을 BMW와 벤츠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기준 BMW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31.59%, 벤츠는 28.72%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 60.31%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를 살펴봐도 벤츠(2만4877대)와 BMW(1만8115대)의 합산 점유율은 57.3%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41.3%) 대비 점유율이 16%포인트 오르며 양강체제가 굳건해졌다.

벤츠가 지난해 출시한 신형 E-클래스와 BMW가 올해 초 출시한 신형 5시리즈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E-세그먼트 세단은 수입차 시장을 주도해온 주력 차종이다. 프리미엄 급에서 아우디 A6, 재규어 XF 등이 함께 경쟁하고 있으며 일반 브랜드들도 라인업을 함께 확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 E-클래스와 5시리즈가 강력한 상품성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점유율 격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4월까지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목록을 살펴보면 E 220d(4118대, 1위), E 200(2562대, 2위), E 300(2406대, 4위), E 300 4MATIC(2006대, 6위), 520d(1699대, 8위) 등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렉서스 올 뉴 ES / 출처 = 렉서스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 ‘0대’

국내에서 인증 서류 문제로 영업을 중단한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가 0대를 기록했다. 폭스바겐은 일찍부터 ‘리콜 이후 재인증’ 방침을 못박아둔 상태라 올해 들어 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다. 아우디 역시 최근 서류 재검토를 위한 ‘자발적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지난달 차를 한 대도 등록하지 못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기준 5만8366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수입차 ‘빅4’로 분류됐었다. 올해 들어 판매 실적이 모두 증발했지만, 수입차 시장 규모에는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대부분 수요를 벤츠-BMW가 흡수해 ‘빅2’ 체재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당시 폭스바겐(3만5778대)과 아우디(3만2538대)의 판매량은 6만8316대로 월평균 5700여대가 팔려 나갔다. BMW(4만7877대)와 벤츠(4만6994대)의 월평균 판매량은 4000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2017년 4월 실적을 살펴보면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0대’의 실적을 올린 와중에 BMW(6334대)와 벤츠(5758대)의 판매는 4000여대가 늘었다.

한편 지난달에는 혼다, 인피니티 등이 ‘깜짝 실적’을 올렸다. 혼다는 881대를 팔아 전년 동월(203대) 대비 3배 이상 뛴 성적을 냈으며 인피니티는 312대를 팔아 전년 동기(277대) 대비 12.6% 성장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4월에 전월보다 높은 실적을 올린 업체는 혼다(114%↑)와 인피니티(80.3%↑)가 유일했다. CR-V 터보, Q30 등 신차 출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닛산 올 뉴 알티마 / 출처 = 한국닛산

일본車 무서운 상승세···미국은 주춤

지난 2년여간 꾸준히 나타나던 ‘일본·미국차 약진, 유럽차 감소’의 분위기도 일부 변경됐다. 꾸준히 신차를 출시하고 마케팅을 펼친 일본차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땅한 신차 대응이 없는 미국차는 지난 4월 점유율이 오히려 떨어졌다. 벤츠-BMW가 아우디폭스바겐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유럽차 판매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국가별 수입차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유럽 1만4962대, 일본 3635대, 미국 1454대 등으로 나타났다. 유럽차 판매가 전년 동월(1만3586대) 대비 10.1% 성장한 것이 눈에 띈다.

볼보 등 스웨덴 브랜드 판매가 39% 성장하고 BMW-벤츠로 대표되는 독일 브랜드 실적 역시 10.5%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전체 성장률(12.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유럽차의 하락세가 멈추게 된 이유다. 반면 점유율은 62.3%에서 61.3%로 떨어졌다. 폭스바겐 부재에 따른 기저효과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차 브랜드들은 토요타, 렉서스는 물론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판매는 3635대로 전년 동월(2717대) 대비 33.8% 늘었다. 점유율도 15.2%에서 18.1%로 상승했다. 2년여 전만 해도 점유율 10% 수준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어느덧 20% 고지를 넘보고 있는 그림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LC 쿠페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디젤車 판매 홀로 감소

시장이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지만 디젤차 판매는 여전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체 수입차 판매가 12.4% 상승했음에도 디젤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4월 대비 1.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E-클래스, 5시리즈 등 볼륨 모델들에 대한 디젤 선호 현상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7년 4월 연료별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디젤차가 1만1132대, 가솔린차가 7199대, 하이브리드차가 1720대, 전기차가 0대 등록됐다.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41.4%, 23.4% 각각 성장했지만 디젤차 판매는 1.8%가 줄었다.

디젤차에 대한 선호도 하락 현상은 올해 1~4월 누적 수입차 판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4월까지 전체 수입차 시장이 1.6% 성장할 동안 가솔린차는 49.5%, 하이브리드차는 70% 판매가 늘며 힘을 보탰다. 반면 디젤차 등록대수는 3만8320대로 지난해(4만9753대)보다 23% 하락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토요타·렉서스 등 3위권 브랜드들이 꾸준히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리고 있고, 고속 성장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들의 주력 차종도 가솔린이다. 여기에 당초 ‘디젤 명가’를 자부했던 BMW, 벤츠 등도 가솔린 라인업을 늘리고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 출처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명불허전’ E-클래스, 5시리즈와 대결 ‘판정승’

4월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는 818대가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 E 220d가 차지했다. BMW 320d(813대), 렉서스 ES300h(717대) 등 스테디셀러 모델들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벤츠 E 220d 4MATIC(702대), BMW 118d(660대), BMW 520d(652대), BMW GT ED(576대), 혼다 어코드 2.4(558대), 포드 익스플로러 2.3(469대), 닛산 알티마 2.5(384대) 등이 뒤를 이었다.

신형 5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했지만 E-세그먼트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는 E-클래스가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판촉 경쟁 등에 불이 붙으며 판매가 더 늘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벤츠 E 220d의 경우 올해 1~4월 누적 4118대가 등록되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한편 배기량별 수입차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2000cc 미만이 1만1986대로 전체의 59.8%를 차지했다. 2000~3000cc는 6705대로 33.4%, 3000~4000cc는 958대로 4.8%, 4000cc 이상은 402대로 2.0%를 각각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000cc 미만 차량의 증가세가 25.4%로 눈에 띄었고 4000cc 이상 차량의 등록대수는 30.8%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