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재생 트렌드에 힘입어 서울을 비롯, 전국 지자체들이 ‘도시의 정원화(化)’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녹지 조성으로 경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인근 지역의 경제적 가치까지 도움이 되기 때문.

독일에서는 도시 내 녹지 구현이 지가 상승과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도시경제학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순천만국가정원이 도시 내 공원을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도심재생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전남 해안 지역의 작은 도시였던 순천이 국제적 규모의 정원 산업단지 조성으로 거대 관광단지로 탈바꿈한 것.

몇 년 째 순천만국가정원의 디자인 기획과 설치미술과의 결합 작업을 하고 있는 김양수 인터아트채널 대표를 만났다.

그는 순천만국가정원을 한국 화훼농업의 ‘이노베이션 랩’(innovation lab)으로 만들어 기술연구, 육종연구, 디자인연구 등을 통해 전국으로 그 효과를 확산시키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김양수 대표는 우리나라 화랑계 대표 원로이기도 하다.

▲ 인터아트채널 김양수 대표.

현대미술, 고미술 딜러 및 전시 기획자로 유명한데, ‘정원 산업’에 뛰어든 배경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자연환경을 하나의 미적 구현 공간으로 바라보는 ‘설치 미술’이 도시 공간 구성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정착돼 있다. 수 년 전 순천만 정원을 조성하여 국제적 관광 아이템으로 만들려 하는데 기획을 부탁한다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유명 이탈리아 건축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와 협업하여 전망대 조성, 가든 쇼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그 뒤로 정원 분야에 관해 연구를 하게 됐다”

순천에서는 김 대표의 프로젝트 기획 이후 공원을 ‘우리 산단’으로 부른다고 한다.

“정원을 하나의 산업단지(industry cluster)로 바라보고 경제적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 후원자인 하나은행이 순천만에 ‘시드 뱅크 가든’(seed bank garden)을 설치, 채종원(採種園) 개념으로 만든 것도 정원을 산업으로서 바라보는 관점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시장으로서 ‘반려식물’ 개념을 언급했는데.

“한동안 반려동물 개념이 우리 사회에 들어 와서 동물들의 생명 존중과 환자, 아이, 노인의 심리적 치유 효과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는 아름다운 식물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의료/치유적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예전에 전북 지역의 한 양로원에 갔었는데 반려식물이 있는 공간에 사시는 할머니와 그렇지 않은 할머니의 건강 상태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그만큼 반려식물 산업은 농업 분야이이자 헬스케어 분야로서도 가치 있다고 본다.”

▲ 김양수 대표가 순천시,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함께 기획한 '순천만 크리에티브 가든 쇼' 현장

순천만 정원을 한국 반려식물 산업의 ‘이노베이션 랩’(innovation lab)으로 하자는 구상은 어떤 것인가?

“정원을 단순히 조망용으로만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다양한 반려식물 재배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폭넓은 수준의 연구개발을 통해 화분이나 작은 정원 같은 것을 샘플화하여 양산(量産)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재배된 식물들을 전국으로 유통시킬 수 있다. 순천 산(産) 철쭉이 서울 시내에 퍼져 있는 것도 좋은 사례다.”

한국은 화훼 산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는데, 김 대표의 구상이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리나라는 절화(切花 ; 꽃꽂이 용으로 잘라 만든 꽃 장식)가 활성화되기 힘든 나라다. 그래서 가정용 화훼 산업이 별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앞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에서 꽃이나 식물들을 심어서 기르는 원예(園藝)가 한국 실정에 더 맞다.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기 때문에 공용 공간을 활용해 직접 반려 식물을 재배하고 관리하게 하거나 집안 베란다 내에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는 조립형 상품 등을 개발, 이용하게 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스마트팜(Smart Farm)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산업으로서도 활성화될 듯 하다.

“화훼 산업은 공간 기획이라는 관점에서 농업, 건설업 등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이 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그린 빌딩(green building) 개념이 정착되어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친환경 업무 공간을 만들기 위한 차원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조경(造景)의 일환으로서만이 아니라 공기 정화 등의 용도로 확장이 가능하다.”

앞으로 ‘반려식물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일조하려는 김 대표만의 구상은.

“기존에는 정원 산업이 특정 공간의 미감 개선을 위한 차원으로만 분류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자체,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부처가 관심을 가질 만한 국가 정책이 될 수 있다. 또 여러 분야의 산업 전문 펀드(fund)가 몰려들어 투자할 수 있는 사업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즘 들어 도시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추세에서 빈집들을 녹지로 바꾸는 운동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순천만 정원의 연구개발 테스트베드화와 전국적 확산 그리고 공간 재생 계획이 맞물리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