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중 주인공 '까치'의 대사. 출처= 학산문화사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전설의 만화원작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OST인 가수 정수라의 노래 ‘난 너에게' 가사 중 일부다. 사랑하는 이가 기뻐할 수 있는 일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기쁘게 감당하겠다는 애절한 마음이 담긴 노랫말이다. 무슨 뜬금없는 사랑노래냐, 기자가 외롭구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랑노래야 말로 오늘 소개하려는 CRM 마케팅의 의도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다.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랑에 빠진 이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백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기업은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을 마케팅(Marketing)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CRM은 더 관계 중심적이고 고객 개인별로 세분화된 연구를 하는 방법론이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Marketing, 고객 관계 관리 마케팅)은 기업들이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과 관련된 자료를 분석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빅 데이터(Big-Data)의 분석이다. 과거의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제품들을 소비해 온 고객들의 행동 유형은 일종의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는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대변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CRM에서 데이터가 기업들에게 중요하게 활용되는 첫 번째 이유는 생산이나 마케팅에 소요되는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선호 정도를 파악해 생산 비용의 규모를 사전에 산정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는 광고나 마케팅의 정확한 목표 설정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장기 고객의 확보다. CRM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편의에 최적화되도록 기획된 서비스에서 고객들은 벗어나기 쉽지 않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환 비용(Switching cost, 소비자가 현재 이용하고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다른 업체의 것으로 변경할 때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추가적 재화)을 감소시키기 위한 경제적 선택이다. 

마케팅의 미분(米粉)학 

CRM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들로는 개인화(Personalization) 전략, 맞춤형(Customization) 마케팅, 1대1(One-to-One)마케팅, 바늘(Needle) 마케팅 등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마케팅에서 대응해야 하는, 더 이상 세분화 할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매우 미시적인 관점을 추구한다. 대량으로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단위로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수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친다.    

▲ 빅데이터에서의 알고리즘 도출은 매우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친다. 출처=픽사베이

CRM 성공 사례 

아마존의 고객 구분 전략 '콜레버레이티브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은 구매 고객의 성별, 나이, 재산정도, 직업 등 구매와 관련된 모든 기준을 바탕으로 어떤 환경의 고객이 ‘어떤 물건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또는 ‘어떤 물건을 많이 사는지’, ‘현재의 트랜드가 고객에게 맞는지’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고객에게 맞는 ‘판매전략’을 세우는 대표적인 CRM 적용사례다. 

국내에도 CRM의 적용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둔 성공 사례들은 많다. SK텔레콤은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마케팅에 적용시킨 업체다. 이는 통신 상품의 구성, 브랜드 이미지, 대(對) 고객 커뮤니케이션, 이벤트 등에 고객 데이터를 적용시키며  국내 통신업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선두 입지를 굳혀왔다. 10~20대 젊은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SK텔레콤의 브랜드 전략 ‘TTL’은 이후 통신업체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비재 마케팅영역에 영향을 미쳤다. TTL은 현재의 SK텔레콤 고객 맞춤형 서비스 T멤버십의 모태가 되기도 한다.   

▲ 개별 고객의 소비 성향에 맞춘 T멤버십 혜택. 출처= SK텔레콤

또 하나의 성공 사례는 아모레퍼시픽의 CRM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이 구매 단계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분석해 50여 개 행동 지표를 끌어낸 후 1500개의 변수를 만들어 분석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마일리지의 90%를 소진한 고객은 휴면 고객이 될 확률이 일반 고객보다 3.5배 높다는 것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이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들의 성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객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IBM의 DW어플라이언스 네티자(Netezza)를 적용했고 이는 아오레퍼시픽이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 -> 전략적 적용  

마케팅 업계에서는 기업 운영에서 CRM의 의미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의 장기적 경기 침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경영 컨설팅 업체 메타밸류 이상종 대표는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시장 개척을 통한 고객 확보 보다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최근 CRM이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라며 “그러나 앞으로 CRM은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 수요, 혹은 기호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검토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덧붙여 “다만, CRM의 원소스가 되는 빅데이터 관리,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 문제, 개인 신상정보와 보안의 문제 등은 지금보다 더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