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며 큰 인기를 끈 사과 사이다 식초를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당뇨병 관리, 치아 미백, 다목적 청소제 등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무궁무진하다는 데 사실일까? 최근 CNN은 사과 사이다 식초의 다양한 효능에 대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다이어트 특효약’, ‘만병통치약’ 등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사과 사이다 식초의 다양한 효능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사과 사이다 식초는 사과 사이다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로 미국에서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며 민간에서 인기를 끌었다.

가격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473㎖에 대략 1~2만원 선으로 한국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타 식초가 비슷한 용량에 1만원대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과 사이다 식초가 미국에서 민간요법으로 자주 쓰인다는 것이 입소문을 타고 한국에서도 직구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과 사이다 식초를 포함한 식초가 ▲심장병 및 암 ▲당뇨병 ▲다이어트 ▲치아 미백 ▲두피 관리 ▲기침 등 건강에 효능이 있는지 외에도 일상적으로 ▲세정제 ▲음식보존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CNN은 최근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보도했다.

 

사과 사이다 식초, 다른 식초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쌀식초, 현미식초 등 다른 식초와 사과 사이다 식초는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만 각기 다른 발효 성분을 사용한다. 때문에 풍미와 영양의 차이를 가져오며 이에 따라 특정 용도에 더 적합한 식초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식초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분이 다른지는 예비 연구 단계다.

 

당뇨병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영양학자인 캐롤 존스턴 교수에 따르면 식초는 아직 당뇨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당뇨병에 거의 근접한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가 모든 식초의 주요 구성 물질인 아세트산의 효과에 대해 진행한 연구 결과, 식초는 제2형 당뇨병을 이미 앓고 있는 환자를 제외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서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제2형 당뇨병은 가장 흔한 형태의 당뇨병으로 전체 당뇨병 환자의 85~90%가 이 유형에 속한다. 췌장이 충분한 양의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고 체세포가 인슐린에 적절하게반응하지 못해 혈당수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제2형 당뇨병은 주로 성인들에게 발생하지만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어린이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가족력, 당뇨전증, 비만 등이 위험요인이다.

사과 사이다 식초를 포함해서 아세트산으로 구성된 와인식초, 석류식초 등 모든 종류의 식초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캐롤 존스턴 영양사는 “이러한 식초를 지중해 식단에서와 같이 샐러드에 첨가하거나 물에서 희석해 식사 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아세트산이 하는 일은 일종의 탄수화물인 전분의 흡수를 막는 것”이라며 “전분을 먹은 뒤 식초를 마시면 혈당이 떨어지겠지만 설탕을 먹은 뒤 식초를 섭취한다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뇨병 약을 복용 중인 환자라면 식초가 약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의사와의 상의가 필요하다고 또 다른 영양학자인 리사 드레이어가 설명했다.

또 식초가 당뇨병을 낫게 하거나 확실하게 예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기 때문에 맹신은 금물이다. 존스턴 교수는 “내가 진행한 연구를 포함한 다른 연구에서 그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나의 연구에선 포도당 수준을 식초가 낮출 수 있는지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

간장과 식초를 판매하는 일본 미즈칸 소속 연구팀이 175명의 과다체중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12주간 식초를 섭취한 결과 체중, 체질량 지수, 내장 지방, 허리 둘레 및 중성 지방 수치가 낮아졌다. 영양학자인 리사 드레이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무게를 잃지 않았다”며 “식초는 3개월간 위약에 비해 1~2㎏ 더 감량시켰을 뿐이다. 감량 몸무게가 일주일에 0.1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단 사과 사이다 식초를 다이어트 식단에 포함해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샐러드에 식초를 첨가하거나 오일과 4:1의 비율로 섞어 닭과 같은 가금류나 생선 위에 뿌리는 것이다.

 

치아 청소 및 미백

치아를 희게 만들기 위해 솜에 사과 사이다 식초를 발라 치아에 문지르는 방법은 추천되지 않는다. 미국 치과협회 앨리스 보고시안 대변인은 “치아에 산을 바르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방법은 하루에 2번 2분 동안 미백치약으로 이를 닦는 것”이라며 “치아와 산성 물질이 접촉했을 때 치아 표면의 에나멜과 같은 보호 코팅이 사라져 치아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 사이다 식초로 입을 헹구거나 물과 희석해 틀니를 담가 두거나 칫솔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방법도 좋지 않다.

앨리스 대변인은 “그저 칫솔에 묻은 치약을 씻어내고 칫솔을 잘 말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식초와 희석한 물에 의치를 담가두거나 헹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고 오히려 치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의치의 금속 성분을 식초의 산 성분이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피부, 머리카락과 손톱

식초를 희석한 물을 얼굴에 바르거나 비듬이 있는 두피에 도포하거나, 사마귀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진 식초를 이용한 민간요법이다. 미국 피부과학회 마리 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여드름은 없어질 수 있지만 노화 방지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기미를 흐릿하게 할 수도 있고 피부 토너로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모기에 물린 경우에는 바르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만약 모기에 물린 곳이 많다면 큰 통에 물을 가득 담고 그곳에 식초 두 컵을 넣어 물린 부위를 담가두면 가려움증이 완화된다”고 조언했다.

또 사과 사이다 식초는 항균작용을 해서 비듬을 없애는 효과는 있지만 머릿니를 제거하는 효과는 없다. 마리 진 대변인은 손발톱을 둘러싼 주름에 세균이 침투해 발생하는 손발톱 주위염에는 식초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했다. 식초 1/4컵과 물 3/4컵을 섞어 손톱을 담가두면 된다.

그러나 세균보다 항생물질에 저항이 센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사마귀엔 효과가 없고 단지 사마귀 주변의 죽은 피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미국 피부과학회 미첼 린 대변인은 가정용으로 사과 사이다 식초를 민간요법으로 사용하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사과 사이다 식초는 브랜드마다 산도가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가 그 효과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첼 린 대변인은 “사과 사이다 식초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면 산도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브랜드를 구매해야 한다”며 “5%의 산도로 표준화돼 만들어지는 백색식초가 나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목적 청소제

식초는 비누와 산성 성분이기 때문에 비누 찌꺼기와 같은 알칼리성 얼룩은 제거할 수 있지만 기름을 제거하는 데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샐러드에 기름과 식초를 함께 넣었을 때 둘이 신속하게 분리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름과 식초는 서로를 밀어낸다.

식초를 사용해 집을 청소하는 경우 표백제나 암모니아와 함께 사용하면 인체에 유해한 독성 연소가스가 생성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미생물들을 소독하는 능력은 어떨까. 1997년에 진행된 한 연구는 희석되지 않은 식초가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에 약간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2000년에 실시된 연구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의 경우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병원이나 관리되지 않은 목욕탕에서 자주 발견되는 수인성 세균인 녹농균과 살모넬라 엔테리카 균의 제거에는 효과적이었다.

 

음식 방부제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식초를 사용할 수 있다. 식초에 음식을 담가두거나 세척하면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이 단점이지만, 사과 사이다 식초는 타 식초에 비해 냄새가 덜한 장점이 있다. 여타 식초와 마찬가지로 청과물 표면의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미국 식약청(FDA)은 “식초 및 레몬주스는 값싸고 간단한 가정용 살균제로서의 가능성이 있지만 농산물에 사용하면 좋지 않은 색을 내고 냄새가 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기침과 목의 통증

식초를 꿀과 혼합해서 만성 기침과 목의 통증에 사용한 것은 현대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미국 소아과학회 제니퍼 슈 대변인은 해당 용도로 식초를 사용하는 것에 주의를 촉구했다. 그는 “식초가 목구멍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희석하거나 꿀과 같은 성분과 섞으면 식초가 야기하는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대학의 존스턴 교수는 식초를 코로 흡입했을 때 폐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존스턴 교수는 “식초는 특유의 강한 냄새가 있는데 숨을 들이쉴 때 이것이 폐로 흡입될 수 있다”며 “식초의 성분은 산이기 때문에 폐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장병 중 역류성 식도염 등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심장병과 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식초가 고지방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식단을 섭취한 설치류에서 혈압, 중성 지방 및 총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연구팀은 사탕수수식초와 쌀식초에 백혈병과 다른 암세포가 있는 배양접시를 노출해 해당 질병 세포의 성장을 억제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쥐와 생쥐의 식수와 음식에 쌀 식초를 첨가하자 종양이 감소하고 수명이 연장됐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