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는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까. 버블은 아닐까. 북한을 둘러싼 대외적 문제는 물론 대선을 앞둔 국내 상황도 투자자들을 주춤거리게 만든다. 혹시 모르는 사이에 위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반면, 긍정적인 점은 현재 국내 증시가 환율 혹은 외국인투자자의 수급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증시의 맏형인 삼성전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고 냉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지난 24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0.40% 오른 2173.7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3월 기록한 올해 최고점인 2182.42포인트는 물론 지난해 4월 최고점인 2189.54포인트에 근접한 수치다.

올해 1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증시의 추가적 상승에 따른 전고점 돌파는 물론 코스피 역대 최고치인 2231.47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증시 격언에 ‘5월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는 말이 있듯이 ‘5월 징크스’를 앞둔 현재 상황은 이러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다. 또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증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시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요인은 다름 아닌 수급이다. 그중에서도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국내 증시에 매수 포지션을, 반대의 경우 매도 포지션을 취한다. 외국인의 포지션 여부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방향을 같이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미미해졌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3월 15일 ‘미 금리인상, 증시에 ‘점진적’ 충격 주나’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전했다.

▲ 원/달러 환율(좌)과 외국인투자자 순매수(우, 억원)의 관계 약해짐 [출처:한국거래소]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이 원/달러 환율 수준에 연연하지 않고 코스피 시장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과 환율 그리고 증시와의 상관관계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굳건한 코스피, 한국 경제 펀더멘탈의 힘?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약 1637조원)대비 한국증시 시가총액(코스피+코스닥=1510조원) 비율은 0.93배를 기록했다. 이론적으로는 한 나라의 GDP대비 증시는 1배 수준이 적정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나라마다 그 경제 환경이 달라 절대 수치로는 증시의 가치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홍콩의 경우는 홍콩기업보다 홍콩 외 기업(중국 기업 등)이 홍콩 증시에 상장을 하다보니 홍콩 GDP대비 시가총액이 높은 것이 자연스럽다.

이에 비해 한국은 최근 GDP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비교적 균형이 잡힌 국가로 지목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지난 2011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 증시가 박스권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는 푸념을 할 수 없다.

▲ GDP를 추종하는 한국 증시(단위: 조원) [출처:한국은행, 한국거래소]

GDP대비 한국증시 시가총액 비율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0.56배까지 하락했으나 빠르게 회복하면서 2009년 0.85배, 2010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0.98배를 기록했다. 이후 최근까지 GDP대비 한국증시 시가총액 비율은 1배 수준에 바짝 붙어 따라가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얼마되지 않은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한국경제의 성장, 즉 기업들이 실적모멘텀이 지속된다면 국내 증시 또한 역사적 고점을 넘어 꾸준히 상승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제외 코스피 지수 [출처:NH투자증권]

물론 여기에는 속임수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지난 24일 기준 286조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제외한 코스피 지수는 1200포인트 수준에 불과해 코스피 지수가 한국 GDP의 1배 수준에 근접한 이유로 ‘한국 경제’를 지목할 수 없다.

▲ 투자 주체별 삼성전자 누적 순매수 추이(단위:수량) [출처:한국거래소]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지난해 초부터 국내 증시에 지속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대상이 삼성전자로 집중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한 것도 아니다.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삼성전자가 주가를 끌어올린 셈이다. 또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예고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가치는 유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에 하방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셈이다.

‘진짜’ 실적 모멘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업의 실적은 늘 중요하다. 주가는 수급에 의해서 움직이지만 수급을 움직이는 것은 실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증시가 환율, 외국인투자자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면 결국 증시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실적으로부터 나온다. 아울러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여타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1일 관세청은 4월 수출(1~20일) 전년동기대비 28.4% 증가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영향으로 코스피200 지수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은 전월대비 5조원 증가한 175조원까지 상향조정됐다. 올해 초 영업이익 추정치가 160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달만에 무려 15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PER [출처:키움증권]

이상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추정치가 상향조정되면서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지수는 상승했지만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익전망치가 상향조정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업종 전반에 걸친 이익 상승이 나타나고 있어 집중투자보다는 고르게 분산투자하는 것이 성과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한국 증시가 전고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의 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 버블에 대한 우려, 현재 글로벌 위기설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한번쯤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