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이미지투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후폭풍이 꽤 강렬하게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롯데그룹이 관련 부지를 제공키로 한 이후, 롯데를 비롯해 중국인들을 주요 대상으로 사업을 이어가던 기업들과 관광 산업이 여전히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사드 후폭풍을 맞은지 약 두 달,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월27일 성주 골프장 소유주인 롯데상사의 이사회를 열고, 이날 사드 대체 부지 제공을 결정했다. 이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반한감정이 증폭되면서, 기업들이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타깃이 되면서 상반기에만 1조원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중국 롯데마트의 경우 99개 중 87개가 중국 당국의 강제 영업정지, 불매 운동 등에 따른 자율휴업 등으로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마트 측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중국 사업에서 2500억원 가량의 손실이 잠정 집계됐다”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1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국 쓰촨성 청두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형 복합상업단지 건설 프로젝트도 지연되고 있다. ‘롯데 청두 프로젝트’는 2만 여평 부지에 아파트 1400여 세대와 쇼핑몰, 시네마, 호텔 등 상업시설, 오피스 등 업무시설을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투자규모는 1조원대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기초 건설공사에 대한 인허가가 나지 않아 진행이 중단된 상태로 공사가 언제 재개될 수 있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되는 분위기가 아닌데다, 롯데그룹의 경우 최순실게이트 관련 사건으로 인해 신동빈 회장이 재판을 앞두고 있어 정상적인 오너 경영이 어렵다”면서 “중국 현지의 반한감정도 지속되고 있어 이달 피해액은 3월보다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인들을 주요 고객으로 맞았던 면세점 업계의 타격도 갈수록 태산이다. 실적 악화와 면세점 사업자 증가로 인해 결국 영업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0% 급감한 37만8500여명을 기록했다. 전체 면세점시장 매출은 18.8% 줄어든 1조593억원이다.

특히 중소 면세점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예로 SM면세점의 경우 영업축소와 재고 자산의 할인판매를 시작한 상황이다. 대형 면세점의 상황도 좋지는 않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경영이 어려워지자 다음 달부터 3개월간 본사 및 영업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무급)을 시행한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K-뷰티 인기를 선도한 아모레퍼시픽 역시 해외사업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785억원으로 전년 동기 9.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662억원으로 18.2% 줄었고, 매출은 5.5% 증가한 1조855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인 한한령 여파로 인해, 국내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면세 채널의 성장세가 둔화된 결과로 보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2분기 경기 전망 ‘8년 만에 최악’

2분기 유통업체 경기전망이 8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관광객 감소 등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6개 광역시의 1000여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8분기 연속 기준치 100에 못 미친 90을 나타냈다.

2분기 기준으로 국제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있었던 2009년 2분기(75)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 2분기 기준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013년(98)을 제외하면 모두 100을 넘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이사와 입학, 관광 등이 활성화하는 2분기에는 내수 소비가 늘기 때문에 긍정적인 경기 전망이 나온다”며 “그러나 올해는 사드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국내외 정세불안에 따른 소비 위축 등 때문에 유통업계의 분위기가 어둡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사드보복 영향권의 중심에 놓여 있는 백화점 90, 대형마트 82, 슈퍼마켓 88, 편의점 82 등으로, 경기가 여전히 어두울 것으로 점쳐졌다.

실제로 백화점의 경우 봄맞이 대규모 정기세일에도 2%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앞서 7월 전에는 사드 배치 이슈가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 마저도 사실상 불투명한 상황이라, 중국인 방문이 언제 다시 증가하고 관련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