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앞서 게재한 칼럼들을 통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에 대한 실무적 정의를 용어를 구성하는 각각의 단어들을 기준으로 정리하고 있다. 고객의 Customer는 매출의 근원이고, 관계의 Relationship은 수집된 고객 정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라고 정의내렸으며, 이제 남은 것은 관리 즉 Management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케팅 관점에서 CRM의 Management는 정제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에게 추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활동을 의미한다. 결국 고객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계산해 고객점유율 기반의 목표를 수립하고, 꾸준히 관련 정보를 갱신시킨다 할지라도 기업이 CRM에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매출, 특히 추가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한다면 이전의 행위들은 무의미하게 된다.

그렇다면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추가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방안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는 연관성 규칙(Association Rules) 분석을 통한 제품 추천이 있다. 해당 기법은 기존 구매 고객에게 본인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또 다른 필요 제품을 기업이 먼저 추천함으로써 추가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 월마트의 맥주와 기저귀가 있다. 월마트가 매출을 올리고자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다 영수증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맥주를 구매하는 고객이 기저귀도 동시에 필요로 한다는 기존에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를 기반으로 맥주와 기저귀를 가까운 위치에 진열했더니 두 제품 모두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실제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은 외출이 어려우므로 집에서 마실 수 있는 주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장바구니 분석(Market Basket Analysis)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법은 다양한 고객데이터를 분석하는 CRM 부서에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사실 월마트의 맥주와 기저귀는 CRM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NCR이라는 조사회사에서 Osco Drug라는 드럭스토어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발견한 것으로, 현업에 적용되지는 않았고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통해 전설처럼 구전된 것이다.

두 번째는 고객세분화(Customer Segmentation)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케팅에서 흔히 얘기하는 STP의 Segmentation(시장세분화)과는 달리 고객세분화는 기본적으로 RFM이라는 기준을 활용하고 있으며, R은 Recency(최근 구매시점), Frequency(구매빈도), Monetary(구매액)을 의미한다.

즉, 고객들의 거래 내역이나 이벤트 참여기록 등을 바탕으로 RFM을 계산해 세부 등급을 부여한 다음 각각에 대해 차별화된 캠페인 전략을 수립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신사나 백화점 등에서 운영하는 고객 등급제도 또한 대부분 RFM 분석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명칭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VIP, 우수, 일반, 휴면, 이탈로 세분화되고 휴면과 이탈등급은 표면적으로는 노출시키지 않는다.

필자가 CRM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RFM 기법 적용 시 추가 매출을 발생시키면서 내부적으로 우리의 고객관리 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고객군은 어디인가이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선택하는 곳은 최우수 등급인 VIP인데,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고, 구매력 또한 타고객군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VIP 고객군들을 대상으로 CRM 캠페인을 진행해보면 절대적인 매출액은 클지 모르나 최우수 등급에 걸맞게 제공되는 혜택들의 비용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성과는 의외로 낮은 편이다. 오히려 필자는 오랫동안의 CRM 업무 경험으로 비춰볼 때, 내부 조직원들에게 가장 빠르게 고객관리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증명해내기에 적합한 대상으로 이탈고객군을 꼽는다.

VIP나 우수, 일반 등급 고객들은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지만, 이탈고객은 과거에는 관계가 좋았지만 무엇인가에 문제가 있어 경쟁사에 빼앗긴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고객들을 CRM 부서에서 분석해 선호하는 경품이나 프로모션 콘텐츠들을 체계적으로 실행함으로써 다시 경쟁사로부터 돌아오게 한다면 추가 매출의 발생은 당연한 것이다. 단, 대상의 수가 작다는 단점이 있긴 하나 내부적으로 CRM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데는 가장 적합하다.

따라서 CRM에서 Management 즉 관리는 다양한 고품질의 고객정보를 분석 및 활용해 실질적으로 기업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으로 정의되며, 핵심 전략으로는 맞춤형 제품추천과 이탈고객에 대한 재구매 유도가 있다. 시장이 포화되고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기업은 이러한 적극적 고객관리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세부적인 실행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