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식민사관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가 나누는 대화내용 중에서 살펴보자.

우리는 흔히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또 대마도는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고조선 이래 고구려를 거쳐 대진국(발해)이 지배하다가 조선시대까지도 우리가 지배했던 그 영토들, 즉 지금은 중국이 요녕성·흑룡강성·길림성이라고 부르는 만주지방과 연해주 지방을 중국과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효지배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독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히 내 땅이니까 내가 가진 것이니 지배니 뭐니 하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마도나 만주와 연해주에 해당하는 땅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침략해서 강탈한 땅이다. 실효지배가 아니라 강제 점령, 혹은 강제 점거나 강제 점유, 즉 강점하고 있는 땅이라는 표현이 옳은 표현이다. 지금처럼 우리가 실효지배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순간엔가 반도사관에 젖어 산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식민사관 즉 반도사관의 잔재에 젖어서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마도가 일본 땅이라고 한다든가 아니면 만주라고 불리는 땅이 당연히 중국 땅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 이미 말한 대로 연해주가 러시아 땅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것 자체가 모두 식민사관, 즉 반도사관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논지한 바와 같이 반도사관 즉 식민사관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 역사와 영토를 반도 안으로 집어넣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반도사관을 배척하고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들이 원하던 그 사관에 젖어 살고 있다. 하루 빨리 고쳐야 할 악습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이 대한제국과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한일 병탄을 한 이후에 반도사관을 심기 위해서 한 만행은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우선 그들이 벌인 행위로 말하자면 한일강제병합을 하자마자 우리 역사와 문화에 관한 서적들을 모조리 거둬갔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정통역사를 없애버리고 자신들이 새롭게 왜곡된 역사를 내 놓을 수 있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문정창 선생님이 저술하신 <군국일본조선점령36년사>에 보면 일본이 대한제국을 병탄하자마자 초대 대한제국 총독 테라우치 마사타케는 1910년 11월에서 1911년 12월까지 대한제국에서 강제로 수거해서 가져간 문화・역사서는 무려 51종 20만권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인쇄기술이 발달해서 다량의 책을 순간에 찍어내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많은 책을 거둬간 것인지 추론이 가능하다.

일본이 역사서를 거둬간 것에 대한 사실은 문정창 선생님이 저술하신 <군국일본조선점령36년사>에만 기록된 것이 아니다. 김진학 선생님과 한철영 선생님께서 공동으로 저술하신 <제헌국회사>에도 일본의 초대 대한제국 총독 테라우치 마사타케는 부임하자마자 국사에 관한 서적과 기타 국보급 서적 20여만 책을 거둬들였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전통 있는 학교의 폐쇄조치까지 단행했다고 적고 있다.

일본이 이렇게 대한제국의 역사서적에 공을 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대한제국의 백성들이 역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자신들이 통치하기가 편하니까 역사에 관해서 우매한 백성들을 만들어 보자는 속셈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만큼이나 중요한 이유다. 일본이 대한제국의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대한제국의 역사를 왜곡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기 위해서다. 상대방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일본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대한제국의 역사서를 거둬서 그것을 불태웠다고 하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물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부는 불태웠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각 종별로 몇 권씩은 반드시 간직했다. 그래야 대한제국의 역사를 연구할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일제가 대한민국의 고대사를 기록한 역사책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에 관한 증언으로는 1999년 12월 6일 중앙일보에 보도된 기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