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처리의 문제점을 묻자,  국내 최대 회계법인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간단하다. 오너를 살려야 하는 거냐. 회사를 살려야 하는 거냐"

한계 수준에 다다른 회사,  그래서 워크아웃을 또는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기업에 대해 회사도 살리고, 오너(그냥 흔하게 쓰는 표현대로 그냥 쓴다)도 살릴 방법은 없다. 두개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오너가 살도록, 다시 말해 오너가 자신이 투자한 돈을 챙길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오너가 회사를 포기하되 회사는 잘 헤쳐나가게 할 것인지를 택해야 한다. 한진해운 처리는 오너가 살아나고, 회사가 죽은 방향으로 진행된 거란 설명이다.  반대로 갔어도 비난이 많았을 것이라, 이든 저든 욕먹긴 마찬가지였을 거란 얘기다.

우리 시대의 또다른 `한계기업` 대우조선해양은 어떻게 해야할까. 이 역시 오너를 살릴 것인가, 반대로 회사를 살릴 것인가를 택해야 한다. 채권자는 후순위다. 그 채권자가 국민이 낸 돈을 관리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라 해도 말이다. 돈을 잘못 빌려준 것에 대한 책임은 채권자가 져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7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산업은행이 오너다. 이들 국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울 때 4조원 넘게 투입했고, 또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5.8조원을 도와줄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정부가 나서서 현대상선의 발주물량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2조원 물량을 도와줄 생각이다. 오너로서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때문에 오너를 살려야 할까. 쏟아부은 돈을 회수해갈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맞을까.

반면 회사를 살리는 것도 선택지중 하나다. 대우조선해양을 살린다는 것은, 법정관리를 통해서 14조원이 넘는 빚 대부분을 탕감하고,  회사가 영업상 이익을 내는, 즉 계속기업이 되도록 모양을 만들어주어야 가능하다.

얼핏, 오너가 지원 하려던 것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에 실행하면, 오너도 살고 회사도 살 것 같아 보인다. 즉, 출자전환도 하고 만기연장도 하고 신규자금 지원도 하고 보자. 이렇게 대우조선의 부채를 줄여놓으면 회사 매수자가 나타나거나 조선경기가 살아나면 회사가 정상화된다. 그러면 오너는 회사를 팔아 자신이 쏟아부었던 돈을 회수하고 살아서 나가게 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오너도 살고, 회사도 살 순 없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감자가 이뤄질 거라 지분은 무의미해진다. 수주환경이 좋아지지 않으면 영업이익을 낼 수 없다. 또다시 공익채권 형식으로 대출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돈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산업은행이든, 정부든 손을 들고 싶은 것 아닌가. 

오너임을 포기하고, 회사를 살릴 수는 있을까. 다 내던지고 회사 살리기만 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들 고용은 지켜지는 것이 될 것이다. 오너십을 포기하고, 부채를 탕감하면 회사는 살아날까. 그마저도 자신없다는 게 오너와 정부의 고민 아닌가. 혹시 잘못되면 수만 임직원과 하청업체 임직원들이 길거리로 나올까봐 걱정이다.

 

방법은 있다.

이 회사를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하고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이 회사 자산을 사도록 그림을 짜는 것이다. 임직원들은 각자 있던 돈이나 회사한테 받을 채권(임금, 퇴직금, 수당 등)을 변제채권으로 돌리고, 차입을 해서 자산인수방식으로 사들이면 된다. 소위말해 종업원 소유회사가 되도록 한다. 법정관리 기업의 자산을 사는데는 돈이 많이 안든다!  

이렇게 하는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대우조선을 살릴 방법을 대우조선 사람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우조선의 선박건조능력이 문제되는 건 아니다.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보다 건조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부실해진 것은, 종전 경영진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저가수주를 하며 서둘러 선수금을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일부를 빼돌렸다. 또 하나는 기술 능력이 안되는 해양플랜트를 대거 수주한후 건조능력 부족으로 하자가 발생한 것이 문제였다.

100%에 가까운 원가율을 보이는 저가수주는 산업은행이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선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동시에 요구된다.

필요 조건은 조선경기가 회복되고 유가가 오르는 등 전반적으로 수주여건이 개선되는 상황을 말한다. 또 막대한 부채를 어느 정도 털어내 영업이익으로도 회사가 유지될 수 있는  상황을 이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실현된다고 해서 대우조선이 살아날 수는 없다. 그동안 막대한 지원을 해도 대우조선은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수주여건은 개선되지 않았고, 부채는 다시 쌓여갔다.

충분조건은 무엇일까. 회사가 살아나는데 필요한 충분조건은 딱 하나다. 어떤 최악의 상황이 와도 이익을 낼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는 것이다.

회사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경영을 할 수 있는 위기감 무장, 미래를 내다보며 미리 준비하는 선견지명, 다른 기업들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차별화 열망과 의지 등이 배어있는 구조를 말한다.

바로 이 충분조건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힘으로 만들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오너의 의지로 만들수도 있고, 종업원 스스로 갖출 수도 있다. 뛰어난 경영진이 인재를 발굴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근본 경쟁력이 되게 할 수 있다. 어쨌든 필요조건은 대우조선 외부에 있지만, 충분조건은 대우조선 내부에서 만들어낼수 있다.

충분조건 만들기를 누가 가장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하다. 오너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제대로 된 감시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조선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하기도 하지만, 정보 접근을 하지 못하게 대리인이 막아버리니 회사 사정을 제대로 파악할 오너는 없다. 배신은 이미 당했다.

채권자들과 일반 주주들도 마찬가지다. 돈을 빌려주고, 돈을 투자한 채, 대리인과 감시시스템이 자신들의 돈을 잘 지켜주리라 기대하는 게 고작이다. 

외부에 새로운 주인이 나서면, 그는 충분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거대한 공룡을 사겠다고 덤빌지 의문이지만, 새주인은 또다시 산업은행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체로 새주인은 임직원들을 자르지, 그들에게 주인의식을 고취시키진 않는다.

결국 이를 만들어낼 주체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 뿐이다. 그들 스스로 주인이 되어, 회사를 살리는 길을 택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전문적으로 다뤘던 한 전문가는 임직원들이 자산인수방식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하도록 하는 것을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종업원 지주제(ESOP:Employee Stock Owership Plan)든 종업원 소유제든, 우리사주조합이든 뭐든간에.

이렇게 하면 지금 오너는 일단 추가적인 돈이 안들어가고,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인수가격에 따라 채권자들도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다. 임직원들은 자신의 일자리가 날아가지 않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한계기업 밀어주기 한다는 시비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임금, 퇴직금, 각종 수당등 회사로부터 받을 돈이나 차입을 통해서 자산인수 자금을 만들어낸다. 그 다음 경영진을 그들 스스로 투표를 통해서 뽑는다.

대우조선 사람들은 자기 자리 편하게 해줄 사람이 아니라, 자기 돈 지켜줄 사람을 택할 것이다. 이는 아마 지금까지 택했던 경영진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그가 현경영진이든 전경영진이든 알아서 뽑는다. 잘못 뽑으면 투자금도 날아가고 일자리도 날아간다. 사실상 무한 책임이 된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진작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꼭 주인이 아니어도 주인의식과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면 가능했을 수 있다고 강변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진 그렇게 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 아닌가. 주인의식과 위기감이 아무리 커도 주인보다 더 클 수는 없는 것도 세상이치다. 

회사를 살려 사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도움이 중요하다. 때문에 자산인수 방식으로 종업원들이 회사를 사더라도 금융채권자들에게 일정 수준으로는 채권을 갚는 것도 생각해야한다. 선수금환급보증(RG)은 계속 필요하다. 변제율을 높이거나, 공동인수식으로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종업원이 일치 단결해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서는데, 채권자가 이를 못믿겠다고 한다면, 이들은 절대 채권자가 되면 안되는 사람들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고쳐야할 게 많다.

`산업은행이나 정부가 알아서 도와주겠지`라고 하며, 팽개쳤던 회사의 조직문화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오랜 워크아웃 기간동안 자기 몫 챙기는데 열중이었지 않나.  스스로 주인이 됐는데, 여전히 그렇게 하겠나 싶지만, 몸에 밴 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질리 없을 것이다.  임금을 일정하고 못받거나 차입을 해서 인수했을 때 발생한 금전적 부담을 털어낼 방법도  회사는 찾아야 한다.  

조직문화를 바꾸고 주인의식으로 무장하고 바른 경영진을 뽑아 모두 한몸이 된다면, 필요조건이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가히 대우조선을 살릴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산업은행과 정부에 운명을 떠넘기지 말고, 임직원 스스로 회사 리스크를 떠안고 이겨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