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라 해서 사람의 몸은 태어난 땅과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자기가 사는 땅에서 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는다고 전해 내려왔다. 그러나 요즈음은 국적불명의 식자재들이 밥상에 올라오다 보니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 사는 교포 주재원들도 많아지고, 국제결혼도 많다 보니 이젠 각 나라의 식단이 혼합되어 식탁에 올라온다. 특히 조상 대대로 주식이었던 쌀의 소비량도 점차 줄고, 빵이 주식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 몸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내 생태계’도 달라지고, 그에 따른 생리 병리도 변화하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정신적인 성향도 달라진다고 본다. 물론 식재료가 기후와 토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배라고 해도 한국 배는 둥근달처럼 원형인 데 비해 서양 배는 길쭉하니 표주박처럼 생겼다. 그러니 성분이나 영양도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추운 지방은 추위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에너지 보충이 필요한 지방식을 많이 하고, 더운 지방에서는 더위를 이기는 과일류를 많이 먹게 된다. 또한 대륙은 다양한 산물이 있지만 생선류가 희귀하니 적게 먹고, 바다를 낀 해안 지역은 다양한 생선을 많이 먹게 된다.

이처럼 지역과 산지에 따른 다양한 식탁을 구성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영양의 다른 분포처럼 풍토병도 또 빈도수가 많은 질병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에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토양 속의 극미량의 미네랄도 질병에 영향을 미치니, 최근 우리나라 토양에 셀레늄이 부족해 암과 바이러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래서 나라마다 다른 식단을 고려해 체질별로 식탁을 보강하는 식자재와 메뉴 그리고 식사법을 분류해본다. 먼저 태음인은 ‘중국식’으로 보완하기를 권장한다. 중국 식사는 밀가루로만 만든 흰 빵이 태음인에게 좋고, 야채도 돼지기름으로 볶아서 야채의 신랄한 맛을 줄이고 대신 오향이나 고수와 같은 향신료를 넣어 소화기능을 자극하고 약간 처진 기운을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기분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고기류가 많다는 것인데 그래도 태음인은 탄수화물보다는 지방을 많이 섭취해야 좋다. 그러나 중국인은 지방을 너무 많이 함유된 식사를 하기 때문에 비만, 고지질,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 관상동맥질환으로 이어지는 성인병이 문제다. 따라서 차를 마시는 문화가 많이 발달되었고, 자주 마신다. 차가 이를 보완하는 것인데 태음인도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자스민차를 마시면 큰 도움이 된다.

소음인은 ‘일본식’으로 보완하길 권한다. 일본은 사면이 바다인 섬나라이기 때문에 생선을 많이 먹는다. 소음인이 고기류를 잘 안 먹어 지방 섭취가 부족하니 빈혈, 저혈압 등으로 대표되는 영양실조 또는 체력저하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육식을 많이 못 하면 대신 생선이라도 많이 먹어야 한다. 특히 일본 식단의 특징은 소식이다. 모든 반찬이 담백하고 또 아주 소량을 담아 먹는 것이 특징인데 오히려 이렇게 적게 먹는 것이 소음인의 면역증진에는 더 바람직한 식단이 될 수 있다. 원래 입이 짧은 소음인은 식욕을 돋우기 위해 약간의 반주를 하면 도움이 된다. 그래서 식사 전에 한두 잔의 청주를 추천한다.

소양인은 ‘지중해식’으로 보완하기를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지중해식은 야채와 올리브유, 식초가 주재료이다. 소양인은 신성 고혈압, 신장병, 췌장염, 암, 바이러스에 약해 싱겁게 먹도록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매운 것, 자극적인 향신료를 피해야 하는데 지중해식의 좋은 식초는 소양인이 갑작스럽게 화를 내고 발끈하는 성질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프랑스 사람들처럼 느긋하게 약 2시간씩 식탁에 앉아 대화를 즐기며, 천천히 식사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다만 포도주가 약한 술이라고는 하나 소양인은 술을 가급적 안 마시는 것이 좋다.

한국인에게는 한국 식단이 습관적으로 먹어온 밥상이지만 너무 매운 맛이 강하고 짠 편이다. 또한 빨리 먹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물론 김치, 막걸리 등의 발효식품은 어느 나라 식단에도 없는, 암을 예방하는 좋은 식품이기도 하다. 사실 식사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는 얼마나 즐겁게 먹으며, 만족감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