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프로야구의 계절이 왔다. 고3 시절부터 프로야구를 즐겼던 필자도 신바람이 나는 계절이다. 봄날의 나른한 일상에 야구장의 환호는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응원할 때는 응원가를 목청껏 부르며 야외 노래방의 열기를 느끼고 야구장의 필수 메뉴 중의 하나인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면서 답답한 세상 시름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에게 야구장은 스포츠를 넘어 스트레스의 해방구일 수도 있다. 화창한 봄 날씨를 만끽하며 드넓은 초록의 잔디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경기를 한 번 맛본 사람은 거기에 빠져드는 중독성도 있다. 스트레스의 해방구는 야구장만이 아니다. 배구 코트의 시원한 스파이크, 농구 코트의 슬램덩크는 얼마나 멋진가. 그런데 영양학자로서 프로선수들을 보면서 눈길이 가는 건 그들의 체력이다. 도대체 무얼 먹기에 강속구를 던지고 홈런을 치며 힘이 넘치는 걸까.

최근 필자는 TV 광고뿐만 아니라 야구장 광고판에서 가끔 만나게 되는 ‘밥상 위의 국가대표, 한돈’의 명예홍보대사가 되었다. 특히 필자가 좋아하는 기아의 김주찬 선수 등 24명과 함께 위촉장을 받던 날, ‘돼지고기 살코기 부분이야말로 운동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B1의 공급원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음식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하지만 특별한 식품이 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의 경기 시간은 평균 3시간 이상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자기 기량을 펼치려면 탄수화물도 매우 중요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경기 전 연습 등을 포함하면 하루에 운동장에서 뛰고 달리는 시간이 족히 5시간이 넘을 것이다. 축구 같은 주력 위주의 경기보다는 뛰는 양이 적지만 여름철에도 바지를 입고 두꺼운 양말, 그리고 모자나 헬멧을 눌러쓰고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열량 소비가 크다. 특히 포수의 경우에는 무거운 보호 장비까지 걸치고 수백차례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다 보면 땀으로 샤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경우는 성인 남자의 하루 권장섭취량보다 2배 높은 약 5000㎈의 열량을 필요로 한다. 야구 선수들의 점심식사를 잠시 엿보면 각자 취향이 조금씩 다르지만 소고기, 돼지고기를 많이 먹고, 간혹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즐기는 선수들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고기 위주로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식사를 해서 소화를 시키고 경기 중에는 바나나와 같은 간식을 먹어야 하며 경기를 마치고 나서 고갈된 체력은 샤브샤브와 같은 단백질 위주의 식사로 보충한다. 시큼한 구연산이나 레몬즙, 과일주스 등도 경기 후에 피로를 풀어주는 좋은 음식들이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인 오승환 선수는 체력 좋기로 소문난 선수다. 오승환이 합류하기 전부터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비빔밥을 즐겨 먹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미국 50개 주에서 비만율 16위에 오른 미주리주의 도시로 주민들이 체중 감량을 위한 건강식으로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고 이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비롯하여 전미프로풋볼(NFL) 세인트루이스 램스, 전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선수들도 비빔밥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빔밥은 프로선수들뿐만 아니라 프로 직장인들도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비빔밥은 겨우내 언 땅을 뚫고 새싹들이 움트기 시작할 때 나오는 나물에 에너지원인 밥, 그리고 각종 채소와 단백질이 풍부한 달걀이나 고기 등을 섞어 입맛에 따라 어울리는 양념장을 넣는다. 여러 가지 식재료를 한꺼번에 막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쓱쓱 비비서 먹으면 봄철의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영양 한 그릇이다.

어떤 선수들이 어떤 건강식을 먹을까?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던 선동렬 전 기아타이거즈 감독은 현역 시절 안 먹어본 보양식이 없다고 한다. 토종꿀부터 인삼을 갈아 만든 환약, 가물치탕, 장어탕, 뱀탕 등 몸에 좋다는 음식은 거의 다 섭렵했다. 양의지 선수는 장어를 즐겨 먹고 김현수, 오지환 선수는 홍삼이나 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좀 특이한 걸 먹는 선수도 있는데 한화 김태균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귀 달린 장어’가 특별보양식이다. 김태균 선수는 강원도 산골에 사는 아버지의 친구가 귀 달린 장어를 보내주어 즐겨 먹는다고 한다.

구단 홍보팀 관계자들에 의하면 선수들 인기 메뉴로는 스테이크, 장어, 오리 등 이른바 ‘보양식’이 많다. 다만, 프로야구에 약물복용 도핑테스트가 도입됨에 따라 선수들이 이전엔 즐기던 건강 보조식품이나 근육강화제, 비타민 등은 조금 조심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만큼 체력소모가 많은 종목이 프로 농구다. 농구선수들은 달리기, 점프 등으로 금방 지칠 수 있다. 그래서 사슴뿔, 뱀탕 등 스태미나 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한다. 예전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 선수는 한우 사골국과 삼계탕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역시 고열량 음식이다.

미국에 몸무게를 40㎏이나 감량하고 프로 사이클 선수가 된 사나이가 있다. 그는 우유와 시리얼 혹은 햄과 치즈를 넣은 단백질이 풍부한 건강식을 주로 먹는다. 단백질은 근육이 분해되는 걸 막아준다. 그래서 힘들게 운동하는 프로선수들에게 좋다. 프로선수들 뿐만 아니라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직장인이나 농부들, 졸음운전이 걱정인 기사들도 단백질 위주의 건강식으로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몸을 스스로 잘 관리해야 진정한 프로선수다. 자기가 맡은 일에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관리처럼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몸이 요구하는 영양을 채워줘야 한다. 몸이 부실하면 일에 대한 집중력도 수행력도 떨어진다. 이 봄의 나른함을 상큼함으로 바꿀 수 있도록 몸에 영양을 채워줘야 한다. 또한 바쁜 틈새의 야구를 보며 이유 모를 긴장감이 있지만 진정한 마음과 몸의 힐링이 되는 그런 봄날의 기운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