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은마아파트(왼쪽)와 미도아파트(오른쪽).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지금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 ‘원라인’. 평범한 대학생 ‘민재’에서 작업 대출계의 떠오르는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역할을 맡은 임시완은 극중 살아오며 ‘돈’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느낌을 진솔하게 읊조린다. 

민재는 “돈이란 게 그렇더라고요 사람 미치게 만들지. 처음에는 딱! 1억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근데 1억을 벤츠 한 대 사고 나면 끝이에요. 그래서 딱! 10억만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근데 10억은 강남에 괜찮은 아파트 하나면 끝이란 말이죠”라고 말한다.

영화의 배경은 2005년에서 2006년 사이. 당시 신용불량자와 대출자격에 부적격한 사람들에게 문서위조를 통해 불법으로 대출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11년 전 영화 속 주인공 민재가 2017년에 살고 있다면 1억원으로 벤츠를 사고 10억원으로 강남권 아파트를 살 수 있을까?

2017년의 현실은 1억원으로 벤츠는 살 수 있지만 10억원으로 강남권 아파트를 사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차량 종류와, 외형, 연비, 출시일 등에 따라 가격의 폭이 넓지만 어쨌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억원으로 벤츠는 살 수 있다. ▲2017 벤츠 CLA 클래스 45 AMG 7490만원 ▲2017 벤츠 GLC 클래스 AMG 43 9580만원 ▲2017 벤츠 E 클래스의 경우 6090만~9870만원대에 가격이 책정돼 있다.

반면 현재 강남권 아파트의 시세는 전용면적과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10억원을 상회하는 게 분명하다. 

실제 강남구 도곡1동 ‘도곡쌍용예가아파트’의 경우 이전 동신아파트를 리모델링한 것으로 현재 전용면적 107㎡가 10억7000만원~10억9000만 원대에 거래가 되고 있다. 리모델링 전부터 이 아파트에 거주했던 입주민 A씨는 “2004년경 전용면적 95㎡를 1억8000만원을 주고 샀다”며 “현재 약 6~7배가량 매매가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 재건축으로 전세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전용면적 59㎡가 10억원 초반 대에, 전용면적 84㎡가 13억원대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또 4424세대 매머드급 단지로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84㎡가 13억원 중후반대, 전용면적 76㎡이 11억원 중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마주보고 있는 ‘미도아파트’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14억원 중반대로 시장에 나와있다.

2015년 9월 입주한 삼성물산의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는 총 1278세대, 13개동, 최고 35층으로 전용면적 59~114㎡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전용면적 84㎡는 16억5000만원에 전용면적 114㎡의 경우 21억800만원에 실거래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20년 동안 부동산을 운영해온 중개업자는 “10년 전과 비교해 강남 아파트 값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며 “전세 보증금이 7억~8억원에 달하는데 10억 원으로 강남에 집을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고 말했다. 또 “현재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들과 낡은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반복하면서 강남 일대 아파트 값을 더 치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와 현실은 이렇게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