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출처 = 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타이어 인수전을 둘러싼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 요구에 ‘조건부 허용’이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금호 측은 이를 ‘검토할 가치도 없다’고 응수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컨소시엄 불가’를 고집하던 채권단이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며 양측 의견차가 좁혀지는 듯한 모양새지만 여전히 금호타이어가 누구 품에 안길지는 미지수다.

채권단 “조건부 허용” 금호아시아나 “검토 가치 없어”

28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요구에 ‘조건부 허용’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산업은행은 주주협의회 부의안건 결의 결과 발표를 통해 “박삼구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요구안 관련 안건에 대해 부결 처리, 우선매수권 행사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한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한 안건에 대하여 가결 처리됐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놓으며 채권단의 안을 ‘검토할 가치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곳 관계자는 “여론이 악화되자 산업은행은 3월22일 뒤늦게 컨소시엄 가능 여부를 주주협의회에 안건 상정했고, 28일에 부결했다”며 “산업은행은 이에 대한 이유로 ▲약정서상 법적으로 허용할 수 없으며 ▲더블스타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확약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컨소시엄) 허용 시 피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언론에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한 이유로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부결시키고, 한편으로는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고 이율배반적인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의 이번 발표를 두고 당초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소시엄 허용안을 가결할 경우 산업은행이 그간 주장해온 ‘원칙론’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여건을 확인한 뒤 다시 심사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와 여론·정치권의 질타를 피하겠다는 채권단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조건부 허용’ 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은행들이 찬성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산업은행 측은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주협의회 의결권은 우리은행(33.7%), 산업은행(32.2%), KB국민은행(9.9%), 수출입은행(7.4%) 등과 5% 미만의 농협은행, KEB하나은행, 광주은행 등이 가지고 있다.

좁혀진 의견차에도 “결국은 법정”

표면적으로는 양측의 의견이 좁혀진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해결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산업은행은 그간 ‘컨소시엄 절대 불가’를 외쳐오다 ‘조건부 허용’으로 방향을 틀었고, 금호아시아나는 꾸준히 ‘더블스타 등과 동일한 조건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호 측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조건부 허용’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컨소시엄 구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 모집이나 자금을 마련하면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자도 (더블스타 등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허용안을 논의해달라는 요구를 무시한 채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정치권과 금호타이어 노조에서는 ‘중국기업은 안된다’는 식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 측은 산업은행을 방문해 ‘매각중단 요청’이라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도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데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채권단 측이 여기서 한 발 더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호그룹이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확실한 금융논리를 앞세워 공정하게 움직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두고 소송전에 돌입하거나, 상표권 분쟁 등을 통해 판을 뒤집을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다툼이) 결국은 법정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 금호타이어 주가 추이 / 출처 = 인베스트닷컴

주가는 잠잠

이런 상황에 금호타이어 주가는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측이 처음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공론화한 13일에는 전일보다 6.69%오른 8770원에 거래 마감하며 흥행조짐을 보였지만 다음날 다시 3.88%가 빠지며 8430원에 거래됐다. 28일에는 전일 대비 0.11% 오른 8760원에 장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금호타이어 주가가 향후 경영권 인수 프리미엄 등의 영향으로 소폭 상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주가가 고평가되고 있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인수전 이슈를 통해 하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타이어 업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할 요소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간 가격 인하 경쟁은 심하지 않지만, 타이어 원가가 상승한 상황에 제품 가격 인상은 하지 못하는 사이클이 맞물려 1~2분기 타이어 업체 실적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결과적으로 더블스타건 박삼구 회장이건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게 달갑지 않은 주인”이라며 “과거 언급됐던 콘티넨탈, 화승그룹 등이었다면 주가가 크게 뛸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번 이슈로는 (주가가 크게 오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호타이어 주가는 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인수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있고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하지 않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장 연구원은 “2분기 이후 남경공장의 정상화, 하반기로 갈수록 가동률 회복 계획 중인 미국공장의 정상화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전 결과가 어떻게 되든 주가는 8000~1만원 사이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