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황소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겁 없는 소녀” 동상을 본적이 있는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릿 글로벌 투자자문(State Street Global Advisors, SSgA)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이 소녀상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 소녀상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여러 증거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양호한 투자자라는 증거가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대형 투자회사인 피델리티(Fidelity)는 지난해 여성 투자자들이 남성보다 0.3%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한다. 사실 피델리티의 자료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낸 것은 지난 한 해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은 남성을 능가했다.

투자 성과를 추적하는 앱인 오픈폴리오(Openfolio)의 데이터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오픈폴리오가 투자 성과를 추적한 이래 3년 동안 매년 여성이 남성보다 더 좋은 실적을 냈다.

피델리티의 개인투자부문 대표인 캐시 머피는 “여성이 남성보다 위험을 덜 감수하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주식을 너무 자주 사고 파는 나쁜 경향이 있다. 시장에서 타이밍의 기술을 완전히 습득한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너무 잦은 매매는 수익을 까먹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2017년은 남녀 평등 투자(financial feminism)의 해

투자자의 경향을 연구해 온 버클리의 하스 경영스쿨(Berkeley's Haas School of Business)의 테런스 오딘 교수는 1990년대에는 남성들의 거래 회수가 여성보다 45%나 많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이 남성들의 지나친 자신감에 기인하다고 보았다.

반면, 여성은 “매수 후 보유하는” 스타일의 투자자들이다. 워런 버핏이나 잭 보글 같은 유명한 투자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조언 – 싼 인덱스 펀드에 투자한 뒤에는 몇 년 동안, 때로는 10년까지 건들지 마라 - 을 정확히 지키는 사람들이다.

머피 대표는 “여성들은 목표를 장기적으로 설정하고, 그 계획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것보다는 은퇴나 자녀 학자금을 위한 저축이나 투자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이러한 성향에도 문제는 있다. 그들은 저축에는 열성이지만 주식 시장을 두려워한다. 여성이 투자에 더 재능이 많다는 증거가 늘어나는 데도. 투자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월가의 파워 우먼 샐리 코로첵은 여성도 금융에 총명해지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녀는 2017년을 남녀 평등 투자의 해로 선포했다.

그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금융에 있어서 남성과 평등해지기 전까지는 남성과 완전히 평등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엘레베스트>라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이 회사는 오직 여성 전용 금융 회사다. <엘레베스트>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여성처럼 투자하세요. 돈이 곧 힘입니다.”

돈을 다루는데 여성이 남성에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

투자회사 에드워드 존스의 투자 전략가인 케이트 원은 여성들의 90%가 자신들의 삶의 어느 시점에서는 자신들의 재정에 대해 완전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고 지적한다.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때로는 이혼하고, 대개는 배우자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돈 관리를 남성에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당신이 투자를 두려워하든 아니든, 투자는 당신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가지고 나서야 투자 관련 책들을 처음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직장을 바꿨고 지금은 투자 전략가가 됐다.

오픈폴리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은 남성보다 0.2% 성과가 좋았다. 아직은 큰 차이는 아니다. 그러나 이긴 건 이긴 것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돈을 시장에 10년 동안 묶어 둔다면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