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신임 대표가 28일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커넥티드 행사에서 김상헌 전 대표와 함께 기자들을 만난적은 있으나, 17일 주주총회의 승인과 이사회 결의로 네이버‘호’의 새로운 선장이 된 후로는 처음 가지는 공식행사다.

한성숙 대표는 다소 떨린 얼굴로 첫 인사를 건냈다. 하지만 네이버의 비전과 로드맵에 대한 이야기를 비교적 담담하고 확실한 어조로 풀어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한성숙 대표. 출처=네이버

투명성, 그리고 공정성
한성숙 대표는 "모두 알고 있겠지만, 최근 네이버에 이해진 의장과 김상헌 대표가 물러나고 변대규 의장이 등장하는 등 리더십의 변화가 있었다"며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도 되지만 책임감있게 해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한성숙 대표의 네이버에 대한 과감한 구상도 나왔다.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과 사회적 책임이 화두다. 한성숙 대표는 "기술 플랫폼 기반 기업으로의 발전과 투명한 경영은 상호보완의 관계"라며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가 공정한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특히 공정성에 대한 부분은 발언시간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눈길을 끌었다.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의 새로운 리더십도 기업의 투명성, 공정성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투명한 경영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의 비전을 추구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공정한 플랫폼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기술을 서비스에 적절하게 녹이는 방식으로 네이버의 핵심가치를 공정성에 두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장에서 분수펀드도 공개됐다. 한성숙 대표의 공적 중 하나로 꼽히는 프로젝트 꽃의 방향성으로 풀이된다. 프로젝트 꽃은 스몰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네이버의 장기 프로젝트며 창작자의 지속적인 성장을 함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을 위해 사내 별도의 예산인 분수펀드롤 조성, 전 영역에서 프로젝트 꽃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피빈 등 공익 플랫폼 부문에 350억원, 창업 및 창작 지원 등 사업 플랫폼 부문에 250억원 등 총 600억원 규모의 사내 펀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공익 플랫폼 부문. 네이버의 대표적 공익재단인 해피빈은 분수펀드를 통해 더욱 다양한 공익적 주제들이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소셜벤처X프로젝트 꽃’이 시작된다.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 소셜벤처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는 후문이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 및 물류 포장과 배송 등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올해 약 20개 사회적 기업이 자사 생태계를 통해 자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스토리텔링 인력과 연량 등의 이유로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공익단체 지원도 나선다. 사용자의 기부금에 비례해 추가 출연을 전개하는 더블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오는 5월부터 시작된다.

커넥트 재단도 있다.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정규교과로 편성되는 초등학교 및 중학교 소프트웨어 교육의 저변 강화 및 확대를 위해 관련 교사나 예비교원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인 커넥트 티처와 학생들을 위한 커넥트 스쿨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창업 및 창작 지원 등 사업 플랫폼 부문에 있어 스몰 비즈니스의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올해 분수펀드를 통해 스몰 비즈니스의 지원 범위를 도전과 성장의 다음 단계인 ‘성공’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몰 비즈니스의 성장 단계를 4구간으로 구분하고 각 단계로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파트너스퀘어 부산 오픈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성숙 대표는 분수펀드에 대해 "프로젝트 꽃을 더욱 체계적으로 다듬어보자는 취지"라며 "구조적으로 짜임새 있는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 상견례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한성숙 대표의 비전은?
한성숙 대표는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묻어둔 사업 로드맵을 더욱 과감하게 풀어냈다. 이해진 창업주가 의장에서 물러나 글로벌 경영을 맡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자신은 네이버의 미래를 끌어가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성숙 대표는 의외로 현실적인 담론을 꺼내기도 했다. 한성숙 대표는 "파파고와 웨일 등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이는 한편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클로바까지 아우르는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며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매진할 계획이지만 아무래도 최종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 및 협업의 범위를 신중하게 정하겠다는 뜻이다.

나아가 인력확충 및 기술의 확보적인 문제부터 조직 내적인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며 글로벌로 나간다고 하니 페이스북과 구글과 비교를 당하기도 한다"며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절박함으로 움직이겠다"는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다소 신중한 자세다.

하지만 로드맵 자체는 긍정적으로 봤다. 한성숙 대표는 "3년 후 우리(네이버)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한다"며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기울일 생각이다 지금은 일단 생각대로 흘러가는 중"이라며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업계에서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가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출시도 재차 확인했으며 네이버랩스를 중심으로 나름의 기술 존재감을 보여준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공정성의 부분. 한성숙 대표는 본인이 직접 '실시간 검색어 공정성'을 먼저 꺼냈다. 지난해 12월 실시간 검색어 조작설이 불거진 후 한바탕 홍역을 치른 상태에서 작정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성숙 대표는 "공정성의 측면에서 실시간 검색어 부분을 투명하게 개선하려고 한다"며 "이르면 내일(29일)부터 실시간 검색어 추이를 살필 수 있는 장치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뚜렷한 매출 목표를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달리질 수 있다"고 답했으며 최근 이슈가 되었던 YG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은 콘텐츠 확보적 차원에서 단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의지도 밝혔다.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의 자리에 올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에도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성숙 대표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며 "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찾아와 일일히 명함을 교환하며 스킨쉽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