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5조8천억원규모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후, 이 조정안의 합의가 제대로 진행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채권자들이 조정안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프리 팩키지드 플랜으로 채무를 강제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은 다음 달 열릴 사채권자집회에서 개인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전담팀을 꾸려 전사적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사채권자집회는 출석한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총 사채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으로 결의사항에 대해 의결한다.

대우조선의 경우 1조 3천억원의 사채권중 50%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이 채무조정의 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같은 조정안에 대해 사채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사채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대해 동의한다면, 대우조선이 동의를 받아야 할 개인 사채권자의 수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이 가급적 많은 개인사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으려고 전담팀까지 꾸린 것이다.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개인사채권자들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들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법원이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채무조정안은 유보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대율 안창현 대표변호사는 “대우조선의 채무조정안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1조 5천억원의 50%를 출자전환하는 것"이라며 "출자전환을 하려면 사채권자에게 신주를 발행해야 되는데, 채무조정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채권자가 이 신주발행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채무조정절차는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분식회계를 이유로 대우조선해양에 1400억원대 손해배상청구를 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에 대한 자율적 합의에 대해서 회의적인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소송은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대한 손해배상이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행보가 채무조정안에 대한 부동의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채권단은 이미 프리팩키지드 회생계획안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본사>

프리팩키지드 플랜도 가시밭 길

대우조선이 프리팩키지드 회생절차를 밟더라도 그마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프리팩키지드 플랜은 채권액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채권자가 회생계획안을 작성한 후, 회생신청을 한다.

사전에 다수의 채권자가 작성한 회생계획안이지만 일반회생절차와 마찬가지도 담보채권자의 4분의 3, 일반채권자의 3분의 2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같은 동의를 받지 못하면 대우조선의 사전 회생계획안은 폐지되거나 청산절차로 전환된다.

일부 구조조정전문가는 금융위가 언급한 프리팩키지드 플랜은 선례가 거의 없어 실무적으로 안정적인 채무조정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현우 정동현 대표변호사는 “일반적인 회생계획안은 회생절차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뢰성이 담보된다”며“프리팩키지드 플랜은 법원의 통제를 받지 않고 밖에서 미리 회생계획안이 만들어져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생계획안은 기본적으로 계속기업가치에 대한 평가와 채무액을 확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가치는 추정매출이 얼마나 나올 것이냐가 그 내용이다. 현재 업황을 고려한 수주량이라면 추정매출이 높지는 않을 것이다.

정 변호사는“추정매출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변제비율 또한 높지 않을 것"이라며 "현금변제가 부족한 만큼 출자전환의 비율은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금변제가 부족한 회생계획안이라도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구조조정업계의 전망이다. 대우조선이 파산절차를 밟을 경우에 생기는 손실이 더 커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이 파산할 경우 추정손실액이 59조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