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포항제철소 냉연강판. 출처=포스코

지난 1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이날 권 회장은 철강 본원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철강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자는 계획을 다시 한번 세웠다.

하지만 중국의 철강 감산 이행 여부와 글로벌 저성장, 전방산업 부진, 원재료 가격 변동 등 불확실성이 산재해 철강 본원의 경쟁력이 되살아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포스코는 지난 몇 년간 세계 철강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고 국내에 반입되는 중국산 수입량이 늘어나게 돼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울러 조선업 등 국내 전방산업 부진까지 겹치면서 불황이 장기화됐다. 이에 포스코는 2011년 이후부터 철강 부문 매출 실적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 포스코, 연결기준 철강 사업부 매출 하락세…철강비중 절반으로 줄어

포스코의 철강 부문 매출 비중은 지난 2010년 74%로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2011년 이후부터 계속 하락해 지난해 3분기 51%로 7년 전 대비 23%p 급감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1년부터 매출 비중이 하락한 원인은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 시점과 맞물려 수입재가 많이 유입된 시점이기도 하지만 원재료 가격까지 낮아져 가격을 올릴 모멘텀이 존재하지 않았다. 철강은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가 전체 매출원가의 70%에서 80%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부터 원재료 시황을 살펴보면 열연에 쓰이는 철광석과 석탄 가격은 공급업체인 호주의 원활한 공급과 철강 경기 부진에 따라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철광석은 중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제철소의 생산 제한으로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돼 하락한 경향이 있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스테인리스(STS) 원재료로 사용되는 니켈도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약세가 지속됐다. 포스코 측은 “STS는 니켈과 크롬이라는 부원료가 반드시 들어가는데 니켈은 런던선물거래소에 등록된 거래 상품으로 가격 변동이 심하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철강 가격도 지속해서 하락해 지난해 3분기 기준 열연과 냉연은 톤당 50만2000원, 67만4000원을 나타냈다.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시점부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최근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포스코 측은 “원재료 가격의 수급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가격을 올리겠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적정 수준을 반영한다”면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고객사가 응해줄지 여부도 고려해야 하니까 판매 부서가 상황에 맞게 판단해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포스코, 내수 악화가 더 큰 문제…연결 영업성과↓, 자기자본이익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의 국내 매출은 열연, 냉연, STS, 기타(후판, 전기강판, 도금강판, 선재 등) 제품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2015년 제품별 국내 매출은 5년 전 대비 열연은 50%, 냉연은 13.48%, STS는 34%, 기타제품은 36.6% 감소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반면 철강 부문 해외 매출액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해 왔다. 포스코 측은 “지난해 중국에서 도산 직전에 있던 철강사들이 구조조정을 면하려고 저가 물량을 계속 생산했는데 중국 내수 수요도 침체여서 공급량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포스코는 지난해 내수 시장 방어 차원에서 원가를 절감한 동시에 가격을 내려 국내 매출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철강 부문과 해외 자회사 실적 부진 등으로 전체 연결 영업이익도 하락했다. 지난 2015년 이자비용, 법인세비용,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인 EBITDA도 5년 전 대비 9.5%가량 감소했다. 이로 인해 기업에 투자한 자기자본의 수익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 2015년 –0.2% 떨어져 자본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지 않았다.

포스코 측은 “2015년 연결 당기순이익이 적자가 나서 마이너스가 나타났지만 지난해부터는 흑자전환돼 ROE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2016년 ROE는 2.3%로 2014년 1.2%보다 상당폭 개선됐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포스코, 철강 경쟁력 강화 전략은…고부가가치제품 판매 확대?

철강 부문의 매출 비중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포스코 본업에서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권 회장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계획을 우선순위에 둔 것도 철강 경쟁력 회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포스코 측은 "올해 본업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고부가가치제품(WP) 판매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월드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불리는 WP 판매 비중이 철강 제품 판매량의 38.4%를 차지했는데 지난해는 47.3%까지 늘렸다"면서 "올해는 이 비중을 5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WP 제품에는 엑손모빌에 판매한 ‘고망간강’ 파이프 및 자동차 강판인‘기가스틸’, ‘초고강용강판’ 등이 해당된다"고 부연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어 하반기에 제품 가격이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현재 철광석과 석탄의 투기적인 물량이 감소하면서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해 국제신용평가인 무디스가 한국의 GDP 성장률이 전년보다 0.2%p 낮아진 2.5%에 그칠 것으로 예측해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내수가 어두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포스코가 국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서 내수 회복이 가장 중요한데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것도 불확실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올해 건설 경기는 상반기까지는 양호하지만 하반기에는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철강 가격이 인상된다면 포스코의 철강부문 실적이 개선되겠지만, 올해는 철강 본업보다는 포스코의 자회사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