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사내에 ‘위기관리팀’이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부서를 하나 새로 만든다는 게 만만치가 않거든요. 실제로 ‘위기관리팀’이라는 걸 어떤 부서 형태로 몇 명이나 두어 만들어야 하는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문가들의 조언이 기본적으로 맞습니다. 성공적 위기관리 관점에서 위기관리팀의 존재는 핵심 중 핵심이지요. 하지만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것과 새로 ‘설치’하는 것에는 조직적으로 큰 다름이 있다고 봅니다.

가끔 클라이언트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위기가 매일 매일 발생하는 게 아닐 텐데, 별도로 위기관리팀을 설치하면 그 소속 직원들은 매일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건가요?” 이에 대한 답변은 여러 내용이 있지만, 이번에는 과연 위기관리팀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기존 조직과 별도로 위기관리팀을 설치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위기관리를 위한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체계를 원하는 기업은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것은 ‘설치’보다는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부서의 장과 그 차상위자들을 일단 선정해 지명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그들이 모인 부서 간 ‘통합체’를 ‘위기관리팀’이라고 칭하는 구성작업이 그 다음이죠.

비슷한 예로 지역에서 구성되는 ‘자체 소방단’을 생각해 보세요. 식료품 가게를 하는 사람, 이발소를 하는 사람, 푸줏간을 하는 사람, 연탄 가게를 하는 사람 등이 모여 화재 시 대응하는 자체 소방단을 구성하지요. 평시에는 각자의 일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열 일을 제쳐 놓고 일단 화재를 진압하는 데 서로의 힘을 모읍니다. 이런 체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기업 내에서도 기획, 법무, 대관, 홍보, 생산, 기술, 마케팅, 영업, 인사 등의 부서들에서 지명된 임직원들이 하나의 통합체를 만들어 위기에 대응합니다. 이를 ‘위기관리팀’이라 부르죠. 새로 또는 별도로 팀을 구성해 매일 매일 위기관리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통합체가 최선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구성된 위기관리팀이 움직이는 방식과 프로세스를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당연히 이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잘 훈련되어야 합니다. 이들의 민감성, 전략성, 경험, 훈련 수준, 정무감각 등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됩니다.

그러면 VIP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최고임원그룹은 위기관리팀에 속해 있어야 하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어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전사적 위기관리팀장으로 CEO를 지명해 놓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떤 기업은 부사장급을 자사의 위기관리팀장으로 지명해 놓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가 이상적인가 하는 데에는 여러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팀장은 최대한 ‘권한부여’가 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 내에서 즉각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기업에서 위기관리팀 구조가 옥상옥(屋上屋)으로 설계된 곳들도 있습니다. 부서별 통합체인 위기관리팀이 존재하는데, 그 위에 최고위 임원들의 위기관리 위원회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더 독특한 곳에서는 그 위에 CEO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이런 구조의 특징은 내부적으로 위기관리팀이 관리하는 수준의 위기들과 위원회 그리고 CEO를 포함한 차원의 대응 위기 유형들 간에 상하 구분이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문제라면 각 팀, 위원회, CEO 간 위기 발전 단계에 대한 정의가 합치되지 않을 때 혼란이 생기고, 의사결정 단계가 다층화되어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길다는 게 문제입니다. 말 그대로 권장되지 않는 구조이지요.

기업 내 위기관리팀의 구조나 위치 등에 대해서는 회사마다의 사정과 현실에 따라 달리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필수 원칙은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위기관리팀 구성원들 스스로 자신이 구성원인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함. 둘째, 그들은 부서별로 부서 내와 전사적으로 권한부여가 된 자들이어야 함. 셋째, 그들은 여러 발생 가능 시나리오에 근거해 반복적으로 훈련받은 그룹이어야 함. 넷째, 위기관리팀 구성이나 위치는 각 회사의 특성에 맞추어져야 하나, 초기대응의 신속성과 역할과 책임 배분의 문제는 절대 없어야 함. 마지막으로, CEO 및 최고위임원들은 위기관리 경험(직간접)을 최대한 보유해야 함. 이상과 같은 원칙만 따른다면 위기관리팀의 설치나 구성은 각 사에서 자유롭게 결정하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