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치기반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 출처=플리커

위치기반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의 인기는 출시 당시보다 잠잠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SK텔레콤과 나이언틱이 공동마케팅의 일환으로 펼치는 포켓몬고 데이터 무료 서비스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로레이팅에 대한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할 수 있어서다.

포켓몬고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이동하면서 화면 속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다. 최근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6억5000만건의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포켓몬고의 인기는 국내에서 최근 하락세다. 앱 분석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포켓몬고 활성 사용자수(WAU)는 지난달 400만명까지 줄었다. 포켓몬고는 출시 첫 주 698만명이라는 최대 WAU를 달성했다. 

SK텔레콤은 21일부터 포켓몬고 공동제작사 나이언틱, 포켓몬코리아와의 공식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3개월간 한시적으로 포켓몬고 게임 이용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단 SK텔레콤 고객 한해서다.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는 로그인·업데이트·다운로드를 제외한 게임 실행에만 적용된다.

더불어 포켓몬고의 포켓스탑과 체육관이 전국에 4000여 곳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포켓스탑은 포켓몬고 게임 내에서 포켓몬을 잡는 ‘몬스터볼’ 등 필수 아이템을 획득하는 장소다. 체육관 역시 포켓몬 게임 속에 등장하는 장소로 이용자들끼리 포켓몬으로 대전을 벌이는 장소다.

▲ SK텔레콤-포켓몬 고와 AR 생태계 확대 인포그래픽. 출처=SKT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SK텔레콤이 자사 고객에게만 포켓몬고 게임 이용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제로레이팅이라고 한다. 콘텐츠 데이터 비용을 이용자가 아닌 사업자가 대신 부담하는 요금 부과 방식이다.

제로레이팅은 다른 중소 사업자들을 차별하는 불공쟁 경쟁 요소가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말은 망중립성을 위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ISP)가 인터넷망을 통해 사업하는 모든 기업이나 이용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어떤 차별도 하면 안 된다는 개념이다.

앞서 2015년 KT가 카카오가 제휴를 통해 월 3300원을 내면 카카오서비스 데이터 이용료를 최대 3GB까지 면제하는 다음카카오팩서비스를 출시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망중립성 위반 소비가 크다며 행정 지도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통신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통신정책은 국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 시절 망중립성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던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입장은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반대로 바뀌었다.  

지난 1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새 위원장으로 임명된 아짓 파이(Ajit Pai)는 대표적인 망중립성 반대파다. 아짓 파이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 기조연설에서 “망중립성은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제로레이팅 관련 통신업체 조사를 종결하고 FCC 무선통신국의 정책검토보고서도 무효화했다.

통신 업계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은 시각에 따라 위반이 될 수도 있다”면서 “제로레이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망중립성의 근거를 엄격하게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FCC는 제로레이팅으로 기업의 자유경쟁을 증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는 건 또 하나의 규제로 보고 있다. 제로레이팅을 통신사 마케팅 방법 중 하나로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박재천 인하대 프런티어학부 교수는 “제로레이팅 논란은 다른 콘텐츠 사업자들을 차별하지 말라는 얘기에서 나온다”면서 “예를들어 이런 계약이 있을 때 계약조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업자들에게 차별적인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언틱은 이번 제휴 이전에 국내 여러 통신사를 만나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이언틱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플레이어의 요구사항을 잘 이해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게됐다”고 SK텔레콤과의 제휴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제로레이팅은 경쟁측면에서 문제 될 소지가 있지만 이용자에겐 좋은 정책”이라면서 “미국, 유럽 등도 제로레이팅을 무조건 규제한다기보단 개별 사안에 따라 검토하고 시장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부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