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야구를 좋아한다. 대구 출신이라 삼성라이온즈 팬이었다. 집이 인천이란 이유로 SK와이번스로 눈을 돌렸다가 이젠 한화이글스를 응원한다. 이종범 선수를 가장 좋아했다. 요즘엔 메이저리그도 열심히 챙겨본다. 사내 야구동호회를 통해 리그도 나가며 회식 후엔 스크린야구장을 즐겨 찾는다. 게임도 좋아한다. 레이싱, 격투, 스포츠 장르 같은 것을 주로 즐긴다. 최근엔 일본에서 닌텐도의 신형 게임기 ‘스위치’를 공수해왔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애석하게도 그는 야구와 게임을 일로 한다. 야구 게임을 만드는 일이다. “야구 게임 프로젝트를 처음 맡았을 때는 진짜 신났어요. 좋아하는 야구를 게임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게임 회사에 들어오면 게임이 질리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취미를 일로 하는 거니까요. 전 게임도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하는데 그걸 일로 하고 있네요. 위기들이 조금 있긴 한데 아직은 괜찮아요. 조만간 위기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지만.”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모바일 야구 게임 끝판왕 ‘컴투스프로야구’ 팀 이끌다

그는 ‘컴투스프로야구’(컴프야) 시리즈를 이끌어온 홍지웅 PD다. 컴프야는 최고의 인기 모바일 야구 게임이다. 지난해 3월 출시한 버전인 컴프야2016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스포츠게임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게임 전체 매출 순위에서는 구글플레이 12위, 앱스토어 4위에 올랐다. 그는 컴프야와 함께 메이저리그 기반 모바일 게임 ‘MLB 9이닝스’ 시리즈 개발도 이끌고 있다.

홍 PD는 사무실 근처 지하철역 이름이 ‘가산디지털단지역’이 아니라 ‘가리봉역’일 때 컴투스에 입사했다. 컴투스가 문을 연 지 4년째인 2002년이었다. 당시엔 전체 직원이 30명 남짓이었다. 지금은 70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컴투스는 어느덧 연매출 5000억원에 2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컴프야 시리즈의 전신인 ‘한국프로야구’도 2002년 처음 출시됐다. 그땐 홍지웅 PD가 프로젝트를 맡지 않았다. 2008년 출시된 컴프야2008부터 개발에 참여했다. “그때 진짜 고생했어요. 2년 동안이나 개발했는데 매출이 3억원 정도에 불과했어요. 완전 적자죠. 그런데도 회사에선 또 기회를 줬습니다. 이후 7개월 만에 만든 컴프야2009가 꽤 괜찮은 성과를 거뒀어요. 그때 컴투스가 가능성을 보고 한 번 더 투자를 해줬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성과가 갈수록 좋아졌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누적 다운로드 50만건을 찍더니 100만건까지 넘어섰다. 어느 순간 500만건도 돌파했다. 9이닝스의 경우 글로벌 무대에서 다운로드가 2000만건까지 치솟았다. “성장곡선이 꺾이면 의지가 떨어질 텐데 어쨌든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올라가고 있으니 계속 시리즈를 이어가게 되는 것 같네요.”

알아주는 사람도 많아졌다. 홍 PD는 한 유저가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졸업반이 된 지금까지 컴프야를 즐기고 있다는 얘길 듣고 정말 기뻤다고 했다.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인이 지하철에서 9이닝스를 하는 걸 보고도 기분이 좋았다. 간혹 프로야구 선수들로부터 게임 재미있다는 얘길 듣기도 한다. “컴프야를 재미있게 즐기는 사람이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입니다.”

“비싼 돈 들여 1군 프로선수 불러다 모션캡처한 이유요?”

컴투스는 이달 초 컴프야 메이저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컴프야2016이 컴프야2017로 진화했다. 본격 야구 시즌에 앞서 재단장을 한 것이다. 올해엔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업데이트를 했다. 이유가 있다.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일정에 맞췄다. 다만 한국 팀이 조기 탈락하면서 홍 PD는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9이닝스는 3월 말에 메이저 업데이트를 실시한다.

컴프야2017은 일단 겉모습이 발전됐다. 올해 1월 1군 프로선수 2명과 계약해 모션캡처를 진행했다. 실제 프로선수의 동작을 게임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전체의 70%가량 기존 동작을 교체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더 현실감 있는 야구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 출처=컴투스

“굳이 비용을 크게 들여 모션캡처를 진행했죠. 물론 대학리그나 고교리그 선수를 섭외했다면 더 저렴하게 진행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1군 선수를 불러서 진행한 건, 컴프야를 정말 사실감 있는 야구 게임으로 보이도록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요?”

컴프야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그래픽 말고도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유저가 게임을 쉽고 오래 할 수 있도록 오토플레이 기능을 넣었다. 유저들의 평균 플레이 시간이 컴프야는 3분대에 머물지만 오토플레이를 지원하는 9이닝스는 7분대에 달한다. 컴프야를 그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홍 PD는 말했다.

“‘MLB 더쇼’ 같은 야구 게임 만들고 말 겁니다”

홍 PD는 올해 모바일 야구 게임 시장 전망을 밝게 보지만은 않았다. 신작 야구 게임이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어떻게 보면 경쟁작이 줄었다는 건 호재일 수 있죠. 한편으로는 시장이 작아지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진짜야구 슬러거 for Kakao’와 ‘프로야구 H2’가 유저를 많이 끌어모아 상호보완적으로 시장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모바일에서 ‘MLB 더쇼’ 시리즈 같은 엄청난 그래픽의 야구 게임을 언젠가는 만들고 죽고 싶네요. 모바일 게임은 정말 제약이 많거든요. 컴프야2008을 만들 때 게임용량이 1MB가 안 됐죠. 지금은 천지개벽이 일어났어요. 앞으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MLB 더쇼처럼 옷 주름까지도 펄럭이는 그래픽의 모바일 야구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그는 ‘갓겜’(최고의 게임을 뜻하는 게이머들의 은어)의 조건을 논했다. “개인적으로는 원초적 재미를 주면 갓겜일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시리즈 게임들이 갓겜의 조건을 약간은 충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위닝일레븐’이 흥행하지 못했다면 시리즈로 안 나왔겠죠. 매년 나오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인정하는 유저들이 있으니까 회사에서 내는 거겠고요.”

한편 컴프야 시리즈는 매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