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닥친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일자리는 무사한가요?”

필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강연을 할 때마다 항상 받는 질문이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절대 틀린 우려는 아닐 것이다. 기계는 이미 높은 생산성을 무기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왔다. 과거에는 공장에 수천 명이 근무했지만, 이제는 소수의 관리 인력만 있어도 더 빨리 더 정확한 업무를 하는 게 가능해진 시대다.

그렇다면 기술이 과연 인간에게 위협만 되는 것일까? 기술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는 촉매 역할도 해왔다. 실제로 컴퓨터, 반도체, 인터넷 등으로 촉발된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은 소프트웨어 분야 일자리를 크게 늘리는 데 기여했다. 미국의 직업 종류가 한국 대비 2배인 3만여 개에 달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또한 기존 일자리 감소에 대한 걱정보다는 새롭게 탄생할 일자리에 대한 준비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성공의 공식은 ‘남들보다 얼마나 더 빨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가?’로 대변되는 속도에 달려 있었다. 축적된 지식의 양이 능력 평가의 주요 잣대였고, 열심히 일해야만 속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사회에서의 1등은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빠른 학습이 가능해진 인공지능의 몫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간은 속도보다는 창의력을 강화해 기계가 정보 학습만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새로운 시각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잘 노는 것’이다. 과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야만 하던 시절 ‘일하다’의 반대 의미인 ‘논다’는 금기시됐다. 필자도 야놀자의 비전인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게’를 언급할 때 ‘먹고 살기도 바쁜데 너나 실컷 놀라’는 자조 섞인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잘 놀아야 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많은 시간을 보내던 익숙한 장소를 벗어나면 갑자기 억눌려 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옥수수 농장에서 옥수수를 생각하면 식물, 곡식 등이 떠오르지만, 도시 한복판에서는 비만, 에탄올, 연료 등의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새로운 곳에 놀러 간다는 사실은 동일한 사물에 대해서도 다른 연상과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될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창의성은 전문지식보다 유연하고 즐거운 사고에서 주로 생겨나며, ‘잘 놀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형성은 마음 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아이디어를 생생하게 되살아나게 해준다.

공부와 일만 열심히 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놀아야 성공하는 시대가 됐다는 증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연예인이 가장 인기 많은 직업이 됐고,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방송이나 웹툰 작가, 요리사 등 창의적 능력이 중요한 직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무엇을 할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열심히 하라고만 재촉하기보다는, ‘노는 여유’로 축적된 에너지를 통해 무엇을 해야 남들과는 다르게, 더 재미있게 해낼 수 있을지를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을 노는 시간으로 인생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이나 건강하게 숙면을 취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만큼, ‘잘 노는 법’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야놀자가 비전으로 삼고 있는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게’는 이제 첫걸음을 뗀 수준에 불과하지만, 노는 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많은 파트너 기업들과 함께 ‘잘 노는 것’을 통해 좀 더 창의적이고 행복한 기운을 만들어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