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화생명 '중한인수보험유한공사' 분공사 개소식 사진

국내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중국 시장 진출이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보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두 기업은 각각 2005년, 2012년에 중국 법인을 설립했지만, 사업을 시작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연이은 적자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5년 ‘중은삼성인수보험유한공사’를 중국 항공과 50 대 50으로 합작 법인을 설립했지만 연이은 사업 부진으로 2015년 중국은행이 대주주로 변경돼 현재는 25%의 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다. 중은삼성은 2012년부터 2016년 3분기까지 5년간 748억7100만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15년부터 실질적인 경영은 중국은행이 도맡아 하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화생명도 지난 2012년 국제무역그룹과 지분 50 대 50으로 ‘중한인수보험유한공사’ 법인을 설립했다. 국제무역그룹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손을 잡은 투자처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경영은 한화생명이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인도 2013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510억2900만원의 손실을 나타내 연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삼성-한화, 중국시장 보폭 넓히고 있는데 왜 적자만 날까?

중국 보험 시장은 연평균 10%대로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보험 시장 규모도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잠재 성장성이 높은 곳이다. 외국계 생보사에 대해서도 합작 기업 형태로 진출하는 것 외에는 보험 상품 개발과 판매 채널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중국 보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고 공통된 의견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실은 막막한 상태다.

중국의 생보사 업계는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각각 절반씩 차지하고 있고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현재 저축성 보험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태다.

두 기업은 보장성 보험 상품에서 경영 노하우나 상품 개발 쪽에 경쟁력이 없어 대부분 저축성 보험만 주력으로 팔고 있다. 그것도 단기 저축성 보험 상품 위주로 팔고 있어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삼성생명의 중국 법인 ‘중은삼성’은 지난 2015년 중국은행이 대주주가 된 이후 전적으로 ‘방카슈랑스’ 판매에만 매진하고 있는 상태다. 한화생명도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어 판매하는 등 저축성 보험에 주력하고 있다.

단기 저축성보험 판매가 확대되면서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은 매년 조금씩 증가했지만, 삼성생명의 관계기업인 ‘중은삼성’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격히 떨어졌다. 한화생명도 전년 대비 5%가량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순이익은 적자상태다.

중국보험협회 , 지난해부터 지급여력제도 C-ROSS도입…위험자산에 따른 요구자본 높아져

지난해 두 기업의 영업이익이 둔화된 요인은 중국에서 지급여력제도가 새롭게 도입됐기 때문이다. 중국보험협회는 2016년부터 지급여력제도의 국제적 적합성과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유럽연합(EU)의 솔벤시Ⅱ와 유사한 지급여력제도인 C-ROSS를 도입해 위험 기준을 높였다. 새롭게 도입한 지급여력제도는 보험 상품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지급여력이 낮아질 수 있는 상품에 요구자본을 더 확충해야 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

특히 보장 이율이 높은 단기 저축성 보험에는 보험사의 부채 부담이 높기 때문에 그에 상응한 요구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신지급여력제도는 보장성보험에 비해 저축성 보험에 요구하는 자본 규모가 훨씬 더 많다. 특히 변액보험과 유니버셜보험에서의 지급 보증률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급여력이 낮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축성 판매를 줄이고 있는 상태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마찬가지다. 두 기업도 신지급여력제도 하에 따라 저축성보험 판매에 요구하는 자본 규모가 많아져 앞으로 영업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기업이 저축성 보험 외에 다른 상품을 판매할 전략을 세운다 해도 보험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새롭게 인프라 투자를 하고 전략을 새로 짜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상태라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중국 보험시장, 온라인채널 확대로 국내 기업 입지 좁아져

아울러 중국 보험 시장은 현재 온라인 채널이 확대된 동시에 다양한 저가 상품이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IT 기업들이 중국 중소형 생보사들을 인수하는 등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보험 시장은 특성상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기업의 성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중국의 IT기업들이 보험사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IT기업들은 쇼핑을 이용한 고객들의 수요를 파악해 그에 맞는 보험 상품을 연계 시킬 수 있다.    

중국인구 13억명 가운데 최대 7억명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데 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IT기업들의 영업망도 국내 기업들이 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IT기업들이 보험회사를 인수하는데 직접적인 제약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대형 생보사와 차별화된 보험 상품과 영업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내 기업이 장기적으로 중국에서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한화생명 측은 “중국 시장 진출이 초기 단계에 있어 적자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투자가 완료되고 영업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다 보면 수익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중국은행이 증자에 참여해 대주주가 된 뒤 실질적인 경영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기업들이 중·소형 보험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영업에서 적자가 계속된다면 한화생명도 삼성생명처럼 지분만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국내 생보사들의 행보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