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1일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판매량이 7750만대, 점유율 17.7%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애플은 7830만대의 판매고를 올려 점유율 17.8%를 기록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분기별 점유율이 뒤지는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 리스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까지 1위를 지켰으나 4분기에는 단숨에 5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중국과 인도, 호주 등을 아우르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은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며, 막강한 내수시장의 중국과 떠오르는 신진시장으로 알려진 인도까지 포함하고 있어 절대 놓칠 수 없는 곳이다.

몽골 기마병의 전격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춤하는 분위기다. 아직 연간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사업자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올해 말에는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화웨이를 비롯해 비보와 오포 등 중국 제조사의 공세가 매서워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갤럭시 노트7 사태가 있다. 발화로 인한 단종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 프리미엄 브랜드가 사라진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뼈 아픈 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시 일어서고 있다. 첫 단추는 갤럭시 노트7 단종 결정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 물론 그 과정에서 다소 미흡한 부분도 보였지만 몽골 기마병을 연상시키는 전격적인 전략은 업계의 찬사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방어전도 성공적이다. 갤럭시 S7을 내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알렸으며, 중저가 라인업으로 일정 정도 시장 점유율을 지켰다는 말이 나온다.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한편,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구비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3일 서초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제품 20만대, 배터리 3만대를 확보해 대규모 충방전 실험을 실시한 결과 자체 배터리 결함이 원인으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국가기술표준원도 동일한 소견을 내며 이 문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 배터리 충방전 조사. 출처=삼성전자

8단계 안정성 검사도 나왔다. 배터리의 안전과 내구성을 검사하는 주기 및 횟수를 확대하는 안정성 검사와 배터리 외관의 이상 여부를 표준 견본과 비교 평가하는 배터리 외관 검사, 배터리 내부의 극판 눌림 등을 사전에 발견하는 X-레이 검사, 배터리 누액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해 내는 TVOC(Total Volatile Organic Compound) 검사 상온에서 배터리 전압의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ΔOCV(Delta Open Circuit Voltage), 완제품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건에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적으로 시험하는 충방전 검사, 소비자 사용 환경에 맞춰 집중 검사인 사용자 조건 가속 시험 검사를 제품 출고 전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아가 캠브리지대학교 클레어 그레이(Clare Grey) 박사, 버클리대학교 거브랜드 시더 (Gerbrand Ceder) 박사, 스탠포드대학교 이 추이(Yi Cui) 박사, 아마즈 테크컨설팅 CEO 토루 아마즈쓰미(Toru Amazutsumi) 박사 등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위촉해 다중 안전 설계와 검증 프로세스 등을 탄탄하게 꾸린다는 뜻도 밝혔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관련 단체에 무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갤럭시 S8, “최강의 스마트폰 자리 비워둬”

마지막 화룡점정은 갤럭시 S8이다. MWC 2017에서 공개하지 않는 대신 시간을 두고 그 가능성을 철저하게 가다듬는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갤럭시 S8의 스펙은 일부 알려진 상태다. 다만 10나노 공정의 퀄컴 스냅드래곤 835, 1866M㎐ 속도의 LPDDR4x 램과 전면 800만, 후면 1600만 화소 카메라를 비롯해 OLED 디스플레이 등이 유력하다. 유명 IT 트위터리안인 @OnLeaks이 지난 7일(현지시간) 갤럭시 S8의 랜더링 이미지를 게시한 지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탈 프레임과 글래스로 디자인을 꾸린 상태에서 간결하고 깔끔한 폼팩터가 눈길을 끈다. 베젤리스에 가까운 방식으로 스마트폰 크기는 전작과 동일하나 디스플레이는 넓어진 사용자 경험이 유력하다. 약 0.6인치 정도 커진 것으로 예상된다. 하단에는 USB-C 타입 포트와 3.5㎜ 헤드폰 잭이 탑재되어 범용성을 따르고 있으며 물리적 홈버튼이 보이지 않는다. 후면 지문인식도 탑재된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인 갤럭시 S7보다 11% 빠르고, 그래픽 처리 성능은 23% 개선됐다는 말도 나온다. 플러스 모델이 등장하며 일반은 3000mAh, 플러스 모델은 3500mAh 배터리 가능성이 높다. 5.8인치와 6.2인치 모델로 투톱 라인업을 꾸릴 전망이다.

듀얼 카메라 기능이 탑재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폰과 LG G 및 V 시리즈가 대부분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8에 듀얼 카메라 대신 안정성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벤처비트에 따르면 가격은 99만원에서 111만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 노트7에 탑재되어 인기를 끌었으나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홍채인식기술도 갤럭시 S8에 들어갈 전망이다. 생체인식을 기반으로 삼는 핀테크 기술에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갤럭시 S8을 통해 이를 확실하게 체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출된 다양한 스펙 이미지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 상태다. 다만 폴더블은 갤럭시 S8이 아닌, 다른 중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갤럭시 S8이라는 브랜드명도 의심하고 있다. 폰아레나가 IT 전문 블로거 에반 블래스(Evan Blass)의 트위터를 인용해 갤럭시 S8의 모델명이 SM-G950과 SM-G955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전작이 SM-G930과 SM-G935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으로 순서를 뛰어넘었다. 아이폰이 10주년을 맞아 아이폰8이 아닌, 새로운 넘버링을 부여할 가능성이 있고 갤럭시 노트7도 순서로만 따지면 갤럭시 노트6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갤럭시 S8의 결정적 스펙은 무엇이 있을까? 강력한 하드웨어 기술력과 더불어 인공지능 빅스비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비브랩스를 인수해 인공지능 기술력을 가다듬은 바 있다. 비브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막강한 가전제품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비브 인수를 통해 향후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축할 핵심 역량을 내부 자원으로 품어낼 전망이다. 이를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 조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S8에는 이러한 비브의 인공지능 기술력이 대폭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빅스비의 존재감이다. 폰아레나에 따르면 빅스비는 무려 7개에서 8개의 언어를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글의 어시스턴트가 보여주는 스펙트럼을 크게 뛰어넘는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통해 다양한 가전 제품과의 연동은 물론 삼성페이 및 삼성헬스에 있어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만 제작하는 곳이 아닌, 다양한 기기들을 묶어 하나의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저력이다. 일각에서 타이젠 3.0 버전의 새로운 Z 스마트폰 시리즈가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보여줄 수 있는 초연결 인프라는 무궁무진해졌다.

▲ 출처=삼성

갤럭시 S8, 단숨에 판 바꾼다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는 갤럭시 노트7 위기에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IM부문이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은 배경이다. 하지만 빠르게 문제를 수습한 상태에서 갤럭시 S8을 조기에 출시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 가치에 대한 업계의 신뢰를 제고하는 한편, 완벽에 가까운 스마트폰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각오다.

이러한 행보는 화웨이 및 비보, 오포의 등장으로 흔들렸던 시장의 판도를 순식간에 갤럭시 중심으로 가져올 수 있는 파괴력을 갖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나아가 삼성전자의 가전 및 인프라 기술력이 갤럭시 S8을 통한 새로운 혁신과 만나면 그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할 전망이다. 위기에 강한 플레이어가 진짜 강한 법이다. 마부위침(磨斧爲針)으로 빚어낼 자존심, 갤럭시 S8의 저력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