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다시 3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T.로우프라이스 뉴에라 펀드(T.Rowe Price New Era Fund)의 숀 드리스콜(Shawn Driscoll)펀드 매니저는 "원유시장은 구조적인 장기 약세장 속에 있으며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014년 국제유가 폭락 사태를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마켓워치(Market Watch)에 따르면 그는 최근의 유가 상승세를 두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의 랠리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1분기 말이나 2분기 초에 현재 수준에서 최고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할 것(“We don’t think there’s much left to the rally. We’re looking at an oil-price peak somewhere around here by the end of the first quarter, beginning of the second quarter”)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작년 1월에도 유가가 향후 6개월에 걸쳐 20달러 중반선까지 떨어진 뒤 끝내 10달러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으나 드리스콜 매니저는 여전히 자신의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2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원유는 배럴당 26달러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현재까지 거의 두 배 가량 올라 52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금과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에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E)는 미 대선 이후 약 8% 올랐다. 그러나 드리스콜은 투자자들에게 현재 상황에 지나치게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과잉공급, 생산성 향상 등 유가 하락 압력 지속될 것

그는 "OPEC 감산합의가 원유 시장의 단기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과잉공급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현실적 문제가 유가를 계속 끌어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생산성 향상은 각국 생산자들, 특히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들이 낮은 유가에서도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게 했다. 드리스콜은 이런 상황에서 “경제 호황이 나타나지 않는 한 수급 불균형이 수년 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잉 공급은 저유가 속에서도 셰일오일과 같은 한계 생산자들이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해 준 생산성의 향상과 구조적으로 결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셰일오일이 생산을 늘리고 러시아가 일평균 11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이 지난해 11월 감산합의를 앞두고 생산량을 확대한 점을 지적하면서 "산유량이 모두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유국들은 이번 주말 감산합의 이행을 점검할 계획이다.

한편 드리스콜은 유가가 8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던 지난 2014년 11월 당시 칼럼을 통해 유가가 5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몇 주 뒤 유가가 실제로 급락하자 그는 30달러 때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추가 전망을 내놓았고 이 역시 실현됐다. 그는 "원자재의 약세장은 통상 10~15년간 계속되는데 현재 유가의 움직임은 17년간 약세장이 계속됐던 1980년대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유가가 2018년엔 30달러대로 떨어지고 결국에는 10달러 대까지 내려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과연 이번에도 그의 예상대로 상황이 흘러갈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