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심치 않게 세계 경제에 반(反)신자유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들은 기존 엘리트 세력 및 불평등에 대한 저항으로 표현되며 행동주의(Activism)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를 단순 하나의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모든 행동은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만큼 세계경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한국의 촛불민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행동주의’다.

행동주의는 동물심리학과 생리학자 I.P.파블로프의 조건반사학, W.제임스의 기능주의 등에 영향을 받아 형성됐다. 하지만 행동주의는 문제의 근원이 개인 내에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신체생리학적 모델, 심리역동적 모델, 인지적 모델과 달리 환경적 영향과 과거 경험의 기능이라 가정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가지의 이슈를 행동주의로 통칭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2일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2017년 헤게모니 대전환’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민행동주의를 2017년 자산시장의 화두로 제시했으며 국민행동주의(People Ativism)를 자산배분과 연결시킬 때, 세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첫째, 국민행동주의는 정치·경제·자금흐름 측면에서 헤게모니 대전환(Great Rotation)을 야기한다.

둘째, 국민행동주의는 글로벌관점에서 보면 반(反) 신자유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의 정치지형 변화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악화 및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케인지안 경제정책 부활 역시 놓칠 수 없다.

셋째, 국민행동주의는 대한민국에 사회정의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투자민주화와 주주행동주의 확산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이에 재간접펀드와 헤지펀드 시장은 향후 5~10년간 폭발적인 성장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그만큼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이 예상된다.

왜 ‘세 가지’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코노믹리뷰>는 2015년 1월 ‘에너지 패권 노리는 미국, 그렇게 쉽지 않다’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랍의 봄’(Arab spring)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미국의 상황을 전했다. 당시 미국은 중국으로 인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약해지고 있음은 물론, 중국의 대 러시아 정책을 언급하며 향후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또 <이코노믹리뷰>는 2015년 7월 ‘헤지펀드는 왜 ‘행동’하고 나섰는가’, ‘투자·투기의 근원...변함없는 이익추구’, ‘모든 경험을 진화의 발판으로 삼는다’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역사와 그들의 현재를 추적하며 이들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전했다.

두 시기의 기사는 장화탁 연구원이 언급한 자산배분 관련 세 가지 아이디어 중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집중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첫 번째 아이디어 즉, 정치·경제 그리고 자금흐름을 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기 위함이다.

정치와 경제는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각국의 역사와 문화, 심지어 종교까지 파악해야 그레이트 로테이션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단순 경제지표 혹은 재정 및 통화정책 등만 분석하며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 경제는 부채에 짓눌린다’, ‘은퇴인구가 늘어나 부동산 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분석은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데이터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현상들에 대해 접근은 불가하다. 또, 인사이트(insight) 측면에서도 상당히 뒤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글로벌 자금시장 혹은 한 나라, 좀 더 세부적으로 한 기업에 대해 분석을 하더라도 그 역사와 배경, 그리고 ‘행동’이 나타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관찰이 선행돼야 이후 미래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에서 오를 것이냐 혹은 동결이냐의 전망이 수없이 바뀌었던 점, 이어 2016년 12월에도 이러한 논쟁이 반복된 이유와 브렉시트 및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겉핥기 토론’이 현 시대에 팽배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따라서 향후 글로벌 경제와 자산시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조심스런 예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키워드는 바로 ‘행동주의’며 이를 기반으로 향후 시장 변화를 내다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