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수가 15세 미만 인구수를 추월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고령화 시대에는 건강과 함께 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근에는 단일 브랜드 제품보다 개인의 피부에 맞춘 '맞춤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조합해 만들어주는 제품부터 유전자 진단을 통한 맞춤형 제품까지 그 범위는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물론 아직 이 시장은 대중화 단계는 아니다. 향후 화장품 시장에서 제품 개발 및 판매 방식을 바꿀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만든다

뷰티 산업에서 '개인'이 맞춤형 제품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보인 것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수요는 언제나 있었지만 이제까지는 단순하게 건성·지성·복합성으로 피부를 분류하고 대량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골라야 했다.

최근에 나타난 트렌드는 소비자의 피부 특성이나 취향에 맞춰서 영상성분·색조·향료 등을 조합해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즉, 완제품 형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성분을 혼합해 즉석에서 만들거나, 제품의 종류를 아주 세분화해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더 넓혀주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화장품 매장에서 파운데이션이나 립스틱을 사용자 취향에 맞춰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있어 매장에서 직접 화장품을 판매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개인 맞춤형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3월 맞춤형 화장품의 제작·판매를 허용하고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 범위는 향수 등 4개 방향 제품, 로션 등 10개 기초화장품, 립스틱 등 8개 색조 화장품이 포함된다. 

식약처는 또 지난해 8월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기능성 화장품 품목이 늘어난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예를 들면 '아토피성 피부 건조 개선', '피부 갈라짐 개선 효과' 등의 기능이 포함된 제품들도 기능성 화장품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3가지만 포함됐던 기능성 화장품 품목은 이제 11가지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다양한 업체들이 맞춤형 화장품을 출시하거나 관련 브랜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이 열린 만큼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 뉴스킨의 '에이지락 미'/ 출처=뉴스킨

피부 진단기기, 데이터 분석으로 솔루션까지 제공

영국의 리서치 회사 민텔(Mentel)에 따르면 16~24세 소비자들의 약 52%는 앱으로 피부의 건강도를 모니터링 하는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용 혹은 모바일용 피부 진단 기기나 앱은 이제 단순히 측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색조 화장품의 경우는 거울을 보고 피부 톤에 맞는 색이나 선호하는 색 등을 고를 수 있지만, 기초 화장품은 자신의 피부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야 한다. 안면 진단 기기로 내 피부가 어떤 타입인지 검사하고, 어떤 제형이 맞을지, 어떤 기능의 제품이 더 필요한지 등을 확인한 뒤 그 자리에서 피부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식약처는 맞춤형 화장품 체험관을 열었고,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피부 진단 기기는 함께 발전할 수밖에 없다.

메이크업 분야에서는 개인 피부색에 맞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추천하는 솔루션 기기나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뷰티 업체들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제휴하거나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로레알의 경우 지난 2014년 피부 스캐닝 및 피부색 매칭 기술을 가지고 있던 Sayuki Custom Cosmetics를 인수해 2015년 자사 '랑콤' 브랜드에서 맞춤형 파운데이션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시켜 스스로 진단을 하고 제품을 제작할 수 있게 한 기기가 출시되기도 했다. 뉴스킨은 '에이지락 미'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2주간 모바일로 사용자의 피부상태 등을 체크하면 앱에서 그에 맞는 화장품 성분 조합을 추천해준다. 추천에 따라 에이지락 미에 카트리지를 끼우면 2000가지가 넘는 조합의 화장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날 자신의 피부 상태에 최적화된 제품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 쓸 수 있는 셈이다.

피부, 유전자까지 들여다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뷰티 산업은 이제 개인 맞춤형에 좀 더 다가가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피부 상태나 컬러에 맞춘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피부 속 유전자까지 진단하는 기술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유전자 검사를 민간 기업에도 일부 허용해줬다. 이에 혈당·혈압·피부노화·피부탄력·탈모·체절량 지수 등 12가지 항목에 한해 민간에서도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게 됐다.

규제가 완화되자 화장품 업체들도 유전자 분석 화장품 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빠르게 움직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2월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테라젠이텍스와 함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피부 유전자 연구를 진행해온 기업이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바이오랩'을 통해 약 700여명의 고객에게 유전자 분석 보고서를 제공해왔는데 향후 이 데이터들을 분석해 피부 특성에 맞춘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도 지난해 10월 DNA 전문 분석기업 마크로젠과 합자법인인 '젠스토리'를 설립했다. 소비자 유전 정보를 활용해 화장품과 헬스케어 연구를 진행해 뷰티 분야부터 생활 습관 개선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뷰티 산업은 이제 외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내적인 부분까지 모두 아우르는 산업으로 변해가는 듯하다. 피부를 진단한 뒤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 습관을 변화시켜 피부까지 변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 맞춤형 제품은 소비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맞춤형 제품이 대중화 된 것은 아니다. 소량 생산인데다 전문가 서비스가 포함되기 때문에 아직은 가격대가 높게 책정 돼 있다. 하지만 특히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개인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향후 맞춤형 화장품이 뷰티 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