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6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지난해 55조 3712억원의 매출액과 1조 33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과 비교해 매출 2% 감소, 영업이익은 12.2% 증가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성적은 처참한 편이다. 연결기준 매출 14조 7819억원, 영업적자 3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기준 1.5% 증가, 전분기 대비로는 11.8%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5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3분기 2800억원으로 반토막나나 싶더니, 4분기에 들어서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충격적인 성적표다. 이는 기존 시장 전망치인 연간 기준 영업이익 1100억원과 커다란 괴리가 있다.

휴대폰의 MC사업본부가 사실상 실패로 끝난 LG G5의 고정비 부담을 털어내지 못하고 큰 폭의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이던 LG G5는 모듈식 스마트폰을 천명하며 야심차게 출시되었으나 현재 거의 소멸상태로 여겨진다. 나아가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그와 관련된 비용이 대거 지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 출처=LG전자

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인 V20도 큰 힘을 쓰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LG전자는 V20에 이르러 모듈식 스마트폰 패러다임을 바꾸는 한편, 동영상 및 오디오 기능에 방점을 찍어 나름의 성과를 내려고 했으나 결론적으로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기 보고서인 마켓 모니터에 따르면 LG는 북미와 중남미 시장에서만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3위와 2위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5위 밖으로 밀려나는 굴욕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에 유럽 등 기타 지역에서 순위권 내에 자리했으나, 3분기에는 중국 업체, 특히 화웨이에 밀려 순위가 하락했고 글로벌 순위 톱5에는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

리콜에 돌입한 갤럭시노트7보다 V20이 덜 팔렸다는 수치도 있다. 매셔블은 지난달 22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LG전자의 최고 전화기보다 결함있는 갤럭시노트7을 더 사용한다"며 앱텔리전트(Apteligent)의 올해 하반기 통계를 공개했다. 본 통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93%가 리콜로 수거됐지만 여전히 V20보다 갤럭시노트7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 출처=앱텔리전트

다만 MC사업본부가 올해 G6를 통해 나름의 선방에 나설 경우, 기사회생의 길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악화의 주역인 G5 악몽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사실상 흐릿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V20을 반등의 중간다리로 삼는 LG전자가 G6를 통해 일정정도의 성적을 낸다면 MC사업본부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시나리오가 된다. 다만 이러한 전망이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의 치열한 점유율 전쟁을 외면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LG전자가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7년 이후 세 번째다. 2010년 3분기 영업손실 1852억원, 당해 4분기 영업손실 245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의미심장한 부분은 당시 영업적자에도 휴대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당시 LG전자는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기존 남용 부회장에서 구본준 부회장으로 교체하고 MC사업본부장에 박종석 사장을 임명해 위기돌파에 나선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MC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조준호 사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준호 사장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마케팅을 전공한 조준호 사장은 하반기 G프로 라인을 없애고 기술과시형 스마트폰의 흑역사인 G플렉스2를 통해 크게 헛발질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가죽 케이스를 내세워 아날로그 감성을 자랑한다던 LG G4는 처참하게 실패했으며 LG V10의 경우 배터리 용량 문제에 시달려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물론 G프로 라인을 없애고 G플렉스2, LG G4의 실패를 온전히 조준호 사장의 리더십 부재로 돌리기에는 시기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조준호 사장이 LG의 스마트폰을 맡은 후 단 한 번도 시장의 찬사를 받은 적 없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조준호 사장의 입지에 우려하는 이유다.

다만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2010년에는 단기적인 실적과 더불어 중장기적 비전 자체의 문제가 있었으며,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조준호 사장이 자리를 지켰다는 점도 중요하다. 삼두체제에서 조준호 사장이 한 발 물러났지만, 일단은 현행 유지를 바라는 LG전자의 스탠스를 읽을 수 있다.

한편 가전(H&A사업본부)과 TV·오디오 부문(HE사업본부)의 성적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린다. 호실적으로 LG전자의 위상을 지켰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TV 패널 가격 상승, 계절적 변수 등이 거론되며 그 동력이 주춤해졌다는 논리다. 신성장 동력인 VC사업본부는 손익분기점 수준의 실적이 예상되지만 적극적인 외부 생태계와의 만남 등으로 나름의 실적호조를 이뤘다는 주장도 나온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바닥을 찍었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MC사업본부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그 외 부문도 내외부적 영향에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게다가 LG전자의 주가는 유독 MC사업본부의 궤적을 답습하는 경향도 있다. 조성진 부회장 단독체제의 LG전자는 위기에 처했다.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