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면역의학과 교수였던 그가 탈핵(탈 원전) 전도사가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경주에 거주하던 그는 2009년 경주 방폐장의 안정성 논란에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됐고 경주환경운동 연합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방사능 유출을 우려해 2년여간 싸웠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며 그와 원자력의 인연은 계속됐다. 폭발 장면을 수백 번 보며 그는 ‘한국에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는 그동안의 핵사고는 핵발전소가 많은 ‘원자력 선진국’에서만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그동안 발생한 세 번의 대형 핵사고가 ‘확률대로’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역시 핵발전소 수가 많고, 원자력 선진국이자 수출국이라는 ‘핵 사고의 3대 조건’에 부합하는 나라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행동에 나섰다. 그 무렵 참여했던 한 반핵운동가 좌담회가 언론에 노출되며 곳곳에서 탈핵 강의를 요청받기 시작해 전국을 돌며 수천 건의 탈핵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최근 원전을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의 자문위원으로 도움을 준 김익중 교수의 이야기다. 인터뷰를 한 날에도 그는 경주 인근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 연장 공판에 참석했던 차였다. 잠시 짬을 내준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원자력에 대한 인식, 과연 옳은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에는 크게 이슈가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졌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최근 경주 지역 지진과 이번 판도라 영화 개봉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원전은 경제성과 효율성에서 최고의 발전원이다. 그러나 유일한 단점이 바로 안정성이지만 관리만 잘하면 문제없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원자력 발전 관련 내용이다. 김익중 교수는 이를 두고 “일종의 세뇌교육”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관련 세력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 홍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원자력이란 전기를 만드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인데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엄청난 법적‧경제적 특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진흥위원회, 원자력진흥법이란 게 있고 국무총리가 진흥위원회 위원장이며 장관들과 함께 원자력 정책 관련 의사결정을 한다”며 “어느 발전원도 관련 진흥위원회, 법 같은 건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 중 일부가 전력기반 기금이며 그중 1년에 100억원가량이 원자력문화재단에서 하는 원자력 홍보에 쓰인다”며 “우리나라 발전량 중 화력이 70%, 원자력이 30%이니 기여도에 따라 홍보하려면 화력발전소를 두 배 더 홍보해야 하는데 원자력 홍보를 더 많이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효율성과 경제성을 증명할 발전원가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미국에서는 7, 8년 전부터 태양광이 원전보다 더 저렴하며 원자력이 가장 비싼 에너지원이라는 자료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제일 저렴하고 재생가능에너지가 가장 비싸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소의 원료인 우라늄과 석탄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야 붙었다”며 “정부가 제도적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특혜를 줬기 때문에 발전원가가 싸다고 보여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원자력계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며 그 특권을 유지하는 방법은 최근 ‘최순실 의혹’처럼 모두가 아는 그런 방법일 것”이라며 “수십년간 이어진 이런 특혜를 거둬들이면 효율성과 경제성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세계적으로 탈핵, 재생에너지로 전환 중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너무 늦었다, 지금이라도 빨리 바뀌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늘리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 불과하며 유럽과 미국, 일본은 이미 탈핵의 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그는 한국 탈핵에 대해 “길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만 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방법론은 이미 선진국들에서 다 나왔고 정치권에서 결단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럽이 25년 동안 50개, 미국이 10개 줄였지만 전력수급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우리도 “그대로 실천만 하면 되는데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전력의 10%가 원자력이며 재생에너지가 두 배 이상을 만들고 있다”며 “세계재생에너지 평균 발전량이 23%인데 우리나라는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한국 탈핵,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전기수급에 지장 없이 언제쯤 탈핵이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오래 잡아도 20년이면 가능하고 빠르게는 5년이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산업부가 전기수요 예상을 높게 잡아 가동되지 않고 있는 발전소가 많다고 지적하며 “실제로는 여름 겨울 피크 때가 아니면 가동되지 않는 발전소가 많다”며 “실제 가스화력 발전은 가동률이 1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10기의 원전이 완공 예정인데 전기 수요가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지 않으며 현재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비용으로 충분히 다른 발전원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내년에 원전을 다 꺼도 된다”며 그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다. 원전 전부 가동을 멈춰도 전력은 75%가 남는다. 하루 평균 전력 사용량이 60%인데 이를 빼면 15%가 남는다. 여기에 전력예비율(전력 사용량의 10%)을 고려해도 10% 정도가 남는다. 여름 피크를 고려해도 당장 10기는 가동을 멈춰도 된다. 여름 피크 때 전력 사용량이 80%까지 올라가는데 그래도 전체 전력의 20%가 남는다. 전력예비율 8%를 고려해도 10%가 남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선후보 10명 설문조사 결과 9명이 원전을 줄여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다음 정권에서는 원전 축소 및 탈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관련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면 원전 못지않게 많은 일자리가 나온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진행되고 있던 월성 원자력 발전소 수명 연장 공판 현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