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보험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어렵게 다가온다. 약관에 나와 있는 용어를 풀어서 설명한다 해도 무슨 뜻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같이 보험사들의 횡포도 만연하다. 이는 결국 보험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제약돼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스스로가 보장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가입해야 하지만, 주변의 권유로 무턱대고 가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 권익 신장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기욱 사무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험금 미지급’ 막으려면 가입부터 철저히

최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 보험사 3사는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통보된 중징계 제재에 대한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 교보생명은 소명 자료에서 2011년 이후 청구된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보험금 지급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소명 자료를 당국에 제출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10년간 ‘자살을 포함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상품을 284만건 판매했지만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지급하지 않았다.

이 처장은 보험사들이 100%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쉽게 설명해 준다고 약속해놓고 판매한 뒤 주지 않았고, 법원 판결에서도 졌다”며 “대법원은 소멸시효 부분은 안 줘도 된다고 했지만 이는 결국 사기꾼이 사기를 쳤는데도 소멸시효가 지났단 이유로 면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보험계약이 체결되는 순간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에는 신뢰가 형성된다”며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잘못을 하고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소비자 이익이 아닌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런 미지급 사태는 사실 소비자들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이기욱 사무처장은 지적했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모집자를 통해 서류 제출한다. 제출 이후 보험금의 일부분 혹은 대부분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 처장은 “보험금 지급 사유와 미묘하게 맞지 않는 경우가 있거나 기존 판례와 다르기 때문에 보험사가 자세히 설명해서 납득을 했다고 해도 전문가들한테 상의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금융소비자연맹과 같은 금융소비자단체와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보험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가입 단계에서부터 보험이 꼭 필요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제일 중요한 건 필요해서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보험은 장기간 납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약 단계에서는 ‘보험 청약 철회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타사 상품의 혜택이 좋아 갈아탈 때 유용하다.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15일 이내는 계약 철회가 가능하다. 또 ‘품질보증제도’도 알아두면 유리하다. 가입한 날로부터 3개월 동안 사인하지 않았거나 약관을 못 받았을 때, 주요 보장 내용에 대해 못 들었을 때는 3개월 이내 취소와 환급이 가능하다. 단, 이 기간을 넘긴 뒤로는 어떠한 사유로도 철회가 안 된다.

가입자가 지켜야 하는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보험 가입 전 과거 5년간 병력을 사실 그대로 고지해야 하며, 고지하지 못하면 보험금 지급 거절될 수 있다.

통지의무는 ▲직업변경 ▲이사 ▲연락처 변경 ▲계좌변경 등을 보험사에 통지해야 하는 의무다. 위험률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개월 이상 보험료가 연체되면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계좌변동, 결제카드 변경 등은 보험사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그는 저축성보험과 변액연금보험에 ‘사업비’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성보험이나 투자성 보험 변액보험은 사업비가 10% 내외로 책정된다”며 “때문에 사업비를 떼고 보험사가 먹고 뗀 나머지 90%를 보장받게 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낸 보험료를 온전히 돌려받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꼭 가입해야 한다면 사업비가 최대한 낮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다양한 보험사들의 유사한 상품들을 쭉 나열해 놓고 사업비율이 가장 낮은 상품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금융사기 예방‧개인정보 등 금융교육 진행

보험과 관련된 중요 사항들을 실제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금융지식 확대가 필요하다고 이 처장은 지적했다. “보험상품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상품이 계속 만들어져 보장내용이 많고 복잡하다”며 “전문용어를 해석하는 것도 어렵다 보니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안 읽어보게 되고 피해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보이스피싱과 금융사기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이 처장은 설명했다.

그는 금융소비자연맹을 통해 소비자 금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3년 전부터 금융사기에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사금융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교육을 전 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다”며 “노인 금융사기 예방 교육의 경우 연간 2500명이 참여했으며, 사금융 개인정보교육은 연 4000~5000명의 소비자가 들을 정도로 열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기욱 처장은 “무엇보다도 소비자 스스로가 체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금소연 등 전문단체에 연락을 하고 약관을 의심하고 확인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