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뭔가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크다. 스포츠는 이런 바람이 극대화되는 분야이다. 선수가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에 오르는 장면을 보며 사람들은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필 나이트 회장이 한 말이다. 왜 나이키가 최고의 선수들을 스폰서하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스포츠는 지켜야 할 룰이 있고, 그 룰을 지키면서 공정하게 경쟁한다. 그렇기에 게임에 지더라도 쿨하게 상대팀의 승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나의 패배를 받아들일 만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이런 영역에서도 사기 치는 사람은 항상 있다. 그게 인간의 역사였으니까.

그런데 만약 이 사기가,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공익이기에 용서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공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더라도 원칙은 지켜야 하는 것 일까. 고민이 안 될 수 없는 주제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도대체 공익과 사익을 구분하는 경계선은 무엇일까? 우리가 의적이라고 부르는 홍길동이 한 일은 공익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사익을 위한 것일까? 아마도 국가 입장에서 보면 홍길동은 사익을 추구한 것이겠지만, 홍길동이 지키고자 했던 집단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한 일은 공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그가 유세 중에 했던 말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필자는 그가 했던 말 중에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이슈가 중국이 만들어낸 이야기이며, 그렇기 때문에 환경 분담금에 출연하기로 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한 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실 그는 이 예산을 국내로 돌려 오바마 케어 반대로 유발되는 세수 축소를 대신하는 비용으로 충당하든지, 아니면 국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비용으로 쓰든지 할 요량인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나온다. 미국은 환경 문제와 같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공익 문제를 중국의 사익 문제로 폄하하면서 공익의 경계를 세계에서 미국이라는 한 국가로 한정시켰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미국은 세계 리더로서 인류를 위한 공익이 아닌, 미국이라는 자신만의 사익을 더 우선시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파장을 줄 것인가. 필자는 미국의 이 결정이 세상의 패권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넘어오는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현재 국제경찰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그들의 국내 문제에 치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세계 힘의 균형이 깨질 것이고 그 깨진 빈자리를 누군가 커버해야 하는데 아마도 그 누군가는 중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비즈니스 문화 역시 개인의 자유와 객관적 사고를 중요시했던 서양적인 관점에서, 맥락 속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동양적인 관점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선, 덕과 같은 기업책임과 윤리의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동양의 유상(儒商)문화와 같은 사상이 세계 비즈니스 업계를 지배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상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한 두웨이밍 베이징대 교수는 “기업들이 미래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윤추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유학에 기본을 두고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미국이 국내 문제를 챙길 동안 중국을 비롯한 동양 문화권의 힘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커질 것이고, 그로 인해 비즈니스에서도 동양적인 윤리의식이 더 강조될 것이라는 예측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런 변화가 코즈(Cause) 마케팅을 하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공익 역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코즈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브랜드가 해결하면서 거기에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바로 코즈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기업 역시 이런 세계적인 환경 변화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이번 미국 트럼프 당선으로 오게 된 것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기업이 코즈 마케팅을 대하는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