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수업 전 졸음 방지 커피를 사러 가는데, 새롭게 오픈한 커피 전문점이 보인다. “아메리카노 900원. 오~!” 900원 커피에 호기심이 생겨 들어가 보았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번쩍이는 커피머신이 눈에 들어온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고 하니, 주문과 결제는 키오스크로 하게 되어 있다. 필자가 일본에 갔을 때 라면 집에서 자판기로 주문하면 종이 티켓이 나오고 이것을 카운터에 가져다주면 라면을 줬던 기억이 났다. 나아진 것은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면 별도로 티켓을 발행하지 않더라도 주문이 자동으로 들어가서 모니터에 번호가 나오면 픽업할 수 있다는 것.

마트의 푸드코트에도 이미 오래 전에 키오스크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이제 커피 전문점까지 들어오기 시작한다. 키오스크 주문도 아주 쉽게 커피 종류를 주문하고, 사이즈, Shot 수, 추가 Shot 수, 비닐 포장의 사용 여부를 터치식으로 아주 간단하게 주문이 가능하다. 결제는 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가 가능하고 역시 아주 간단하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른 것들은 주지 않는 것일까 했지만, 슬리브와 커피 빨대도 픽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앉아 있을 테이블은 없다. 고객인 필자가 조금 더 움직여야 하지만 나의 움직임으로 아메리카노 900원을 완성한다고 생각하니 이 모든 것이 용서되고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키오스크 주문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직원을 덜 써도 되냐는 내 질문에 매니저가 그렇다고 대답한다. 커피 전문점도 초기에는 식사 한 끼의 커피값이 일상적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니 합리적 가격대를 지나 이제 줄일 수 있는 제반 비용을 최소화시켜 좋은 커피를 천원 이하라는 초저가로 제공하게 되어간다.

고객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채널로’라고 하는 편의성을 위해서도 옴니채널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하지만 유통사나 운영사 입장에서도 고비용의 서비스를 인건비와 같은 변동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키오스크나 모바일과 앱과 같은 타채널로 전환함으로써 비용을 줄여 가격이라는 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추가 아이디어로 4평 남짓한 공간에 키오스크 2대로 주문을 받는데 사람들이 몰리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처럼 앱을 깔아 놓고 선주문 후 시간을 지정해 픽업까지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어느 정도 특정 시간대에 몰려 판매 기회를 잃는 것에 대한 대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경우처럼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고 다 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과시장 내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는 결국 가격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기술력의 발달로 인해 가격 대비 품질의 간극도 줄어들었다. 그렇기에 모든 온라인 유통사는 가격을 줄이기 위해 운영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고객센터에도 자동 응답 시스템이 오래 전에 도입되었고, 물류 센터에도 동선이나 운영을 효율화시켜 투입되는 인력의 수를 최적화하고, 포장 박스 등 부자재도 운영 효율과 비용을 고려해 종수를 줄여 단위당 수량을 늘리는 등 최적화하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고민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배송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상품의 가격이 비싸면 그 수요는 급감할 것이다. 즉, 좋은 서비스를 어떻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공할 것인가가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야만 그 서비스가 지속 가능한 것이기에.

얼마 전에 퀵 배송 스타트업과 제휴해 빠른 무료배송 서비스를 진행했다. 고가 상품에 한해 110분 배송을 한정적으로 진행했는데, 고객들의 평을 보니 ‘혹시나 했는데 정말 110분 만에 온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 모든 뛰어난 서비스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 = 무료’가 되어버린다. 지금도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온라인 커머스 업체에게 서비스 품질의 경쟁은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안 할 수 없지만, 고비용 구조로 인해 어떻게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것인가가 치열하게 고민되고 있다. 결국 많은 고객은 구매의 의사결정에 있어 ‘기-승-전-가격’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