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와인 김희성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요즘은 조금 덜하지만 와인이라고 하면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고급스러운’ 혹은 ‘가격이 비싼’ 혹은 ‘어려운’ 등의 느낌이 있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와인이 대중적 주류의 범주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는 의미다. 그런 가운데 와인 한 병에 4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오픈한 지 약 3주 만에 8000병의 와인을 판매한 업체가 있다. 심지어 저가라고 해서 한 두 가지 품목에 한정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무려 40여 종류의 와인을 4900원에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접할 수 있는 와인의 가격을 생각하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 대표자는 “와인 가격은 지금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과연 그 자신감의 비결은 뭘까. 저렇게 해도 ‘남는’ 장사일까. 4900원 와인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이제는 외식 프랜차이즈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와인숍 데일리와인의 김희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통‧외식업계에서 겪은 ‘산전수전’ 그리고 와인

김희성 대표는 원래 국내 한 대형마트의 홍보 및 기획 담당자로 일했다. 특히, 마트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식품 파트를 전담하면서 시즌마다 기획 상품을 구성하고 홍보하는 일을 전담했다. 그때의 경험들은 다양한 식품이 납품되는 ‘원가’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수많은 식품들이 마트로 납품되면 원가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그래야 매장에 배치하면서 발생하는 유통비용을 추가로 계산할 수 있고 할인율을 결정할 수 있지요.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품목은 원가에 비해 많은 비용이 추가돼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비용이 비싸지는 것들을 봐왔습니다. 유통업체 종사자로서 중간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저렇게 하면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죠”라고 말했다.

이후 김희성 대표는 자신만의 사업을 해보고자 회사를 떠났고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기 부위를 즉석에서 잘라주고 바로 구워먹을 수 있는 ‘정육식당’ 콘셉트를 개발해 사업을 운영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한우 갈빗집 브랜드 ‘강강술래’에서 운영 기획을 담당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와인을 찾아 스페인으로

김희성 대표가 몸담고 있던 브랜드 ‘강강술래’에서는 각 매장마다 소량의 와인이 판매되고 있었다. 어느 날, 매장별 수입 자료를 검토하던 김 대표는 한 달에 전국의 매장에서 와인이 많아야 3병 판매되는 것을 보고 왜 그럴까 생각하게 됐다. “강강술래가 한우 고깃집 브랜드였던 만큼 가끔 외국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있었습니다. 대개 와인은 그런 고객들이 찾곤 했는데, 가격을 보니 한 병에 2~3만원대로 책정돼 있었습니다. 좀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원래 들어오는 가격은 얼마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마침 다시 저만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와인이 생산되는 국가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후 김 대표는 세계적 와인 생산지들로 잘 알려진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각 나라의 와이너리(Winery, 와인 양조장)를 방문하며 현지에서 판매되는 와인 제품들을 살펴보았다. 여행 중 김 대표는 스페인의 한 마트에 들렀는데 현지 가격으로 한 병에 1~2유로(한화 약 1200~2400원)에 판매되는 와인 가격을 보고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비싸게는 몇만원 이상으로 판매되는 제품과 동일하거나 혹은 품질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을 보고서 단가 문제를 잘 조율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싼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서 데일리와인의 사업구상이 시작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우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니, 산지 직수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국내에서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수입업자들을 수소문했고 적당한 가격으로 와인을 공급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 데일리와인 김희성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데일리와인, 그리고 와인 빌리지 와인

데일리와인 와인숍 사업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와인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인식의 문턱이 높은 것은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하나의 걸림돌이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와인숍 매장이 들어서는 입지 선정에 있어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건물의 1층, 사람들의 눈에 잘 띄고 햇빛이 잘 드는 곳, 적당한 수준의 임대료였다. “소비자들이 쉽게 매장 내부의 상품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밝은 곳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만큼 건물 임대료가 너무 높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지금의 1호점 의왕 판교점이죠”라며 김 대표는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을 덧붙여 설명했다.

“매장 인근의 중국집이나 치킨집, 고깃집에서 우리 매장에서 구입한 와인을 마실 수 있도록 각 업체 대표자들의 협조를 구했습니다. 음식점들 입장에서는 와인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매장을 쉽게 방문할 수 있어 좋고, 우리 입장에서는 그만큼 와인이 쉽게 소비될 수 있는 조건이 생긴 것이 좋았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와인 빌리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와인 빌리지는 예상 외로 주변 음식점 업주들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처음 10곳이었던 제휴 업체들이 최근에는 26곳으로 늘어났다. 더불어 데일리와인은 본점의 안정적 수익이 여러 모로 알려지면서 지난 4월 오픈한 후 약 6개월 만에 3개 지점을 추가로 오픈하며 성장했다.

와인 대중화 프로젝트

김 대표는 “예전에 마트에서 상품을 기획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명절이나 연말 선물 순위 5위 안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품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우’와 ‘와인’이었죠.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와인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해진 ‘고급스러운’ 인식은 와인 대중화를 가로막는 요소가 됐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에게 우리의 목표는 와인이 소주나 막걸리처럼 소비자들이 쉽게 찾는 주류가 되도록 늘 강조한다.

▲ 데일리와인 김희성 대표.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러한 목표 아래 현재 김희성 대표는 데일리F&B라는 메인 브랜드를 내세운 와인 판매 사업, 와인을 활용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와인과 함께 즐기는 간식 제조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김희성 대표는 “제가 경험한 와인은 절대 접하기 어렵거나 비싼 술이 아닌, 건강식품입니다. 기다란 글래스 잔에다 와인을 따라 마셔야만 한다는 것은 일종의 편견입니다. 머그컵도 좋고 소주잔도 좋고 종이컵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에게 와인이 더 친숙한 ‘식품’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