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고 초반에 등장하는 주제가 ‘탐색(Search)’이다. 한국어에서는 ‘Search’가 ‘검색’으로 번역되지만 인공지능에서는 ‘탐색’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인공지능에서 ‘탐색’은 ‘검색하는 과정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탐색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초기 상태’와 ‘목표 상태’로 묘사하고 초기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한 단계씩의 변화’들을 계속함으로써 목표 상태에 이르게 되는 전체 단계를 ‘문제 해결’이라고 설명한다.

주로 8-퍼즐과 같은 게임들이 그 예로 사용된다. 이 경우 헝클어져서 주어진 초기 상태의 8-퍼즐에서 순서대로 숫자가 맞춰진 목표 상태까지의 ‘빈 칸 이동의 전체 과정’이 ‘문제 해결’이 되는 것이다. 8-퍼즐과 같이 비교적 간단한 문제는 ‘한 단계씩의 변화’들을 모두 탐색한다 해도 모든 경우의 수(문제 공간)가 많지 않아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게임이 8-퍼즐이 아니라 바둑이라면, 그 경우의 수는 지구상의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모든 컴퓨터를 사용해 우주 생성 이후 현재까지만큼의 시간이 걸려도 결코 ‘한 단계씩의 변화’를 모두 탐색해볼 수 없다. 사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가 있기 전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세돌의 우승을 점쳤던 이유는 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에서는 이것을 조합적 폭발(Combinatorial Explosion)이라고 한다.

▲ 8-퍼즐

그러면 알파고는 어떻게 겨우(?) CPU 1920개와 GPU 280개를 가지고 이세돌을 이기게 된 것일까?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모든 경우의 수를 탐색하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목표 상태로 갈 수 있을 것 같은 ‘경우의 수’만 탐색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과거 있었던 엄청난 양의 바둑 기보로부터 경우의 수마다 확률을 계산함으로써. 결국 바둑 고수들의 경험을 수치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지능’이라는 것은 경우의 수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좋은 경우의 수만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경우의 수만을 고려하는 능력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과거의 경험을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과거의 경험을 잘 반영하려면 필수적인 조건이 문제를 적절하게 잘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연히 변하기는 하지만 세상에 대해 표현된 것들이 유용하면 인간들은 그것을 ‘지식’이나 ‘정보’라고 한다. 지식이나 정보는 ‘심벌 그라운딩’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심벌 그라운딩은 ‘자기 생산적 체계(오토포이에시스)’만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심벌 그라운딩의 가장 발전된 형태인 인간의 언어는 문제를 잘 표현하는 일반화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환경에서 욕구를 충족하며 살아남아 적응하는 것(지능)은 목표 상태를 이룰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잘 선택해 행동하는 것이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경우의 수를 잘 고려할 뿐 아니라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도 발전시켜 더욱 더 경우의 수를 잘 고려하게 됐다. 사실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 자체도 더 잘 표현하는 방식의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탐색은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인공지능의 모든 다른 문제들, 지식 표현과 추론, 학습, 자연언어처리, 컴퓨터비전, 지능형 에이전트, 빅데이터 등에 관련되어 있고, 이러한 분야들은 서로 다른 대상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문제 표현 방식과 그 문제 표현 방식에 따른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탐색의 논리는 유전자이론에도, 신경망이론에도, 기호적 인공지능에도 똑같이 적용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넘어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뇌과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의 모든 학문과 문화 체계에도 적용된다.

좋은 연애 상대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모든 변수들이 반영된 문제 표현으로 이뤄진 모든 경우의 수에서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가장 가능성 있는 경우의 수를 행하는 것이다. 연애 컨설턴트는 이러한 문제를 잘 표현해서 이로부터 가능한 경우의 수와 가장 가능성 있는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상대방도 똑같은 방식으로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이제 연애는 게임이 된다. 알파고로 풀기에는 미모와 능력만이 아닌, 너무나 미묘한 변수들이 많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