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담을 나누는 매콜리프 버지니아주지사(좌)와 한화 김승연 회장(우). 출처=한화그룹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대미(對美) 민간 외교관으로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에드윈 퓰너(Edwin J. Feulner Jr.)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이사장(前 헤리티지재단 총재)을 만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미국 버지니아주 테리 매콜리프(Terry McAuliffe) 주지사를 만나 한미관계와 한화그룹의 미국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김 회장과 퓰너 이사장은 한‧미 간 경제현안 및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하고, 한화그룹의 글로벌 사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는 등 민간외교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김 회장은 퓰너 이사장에게 “최근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미 간의 오랜 동맹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을 당부했다.

김승연 회장과 에드윈 퓰너 전 총재는 한미현안 및 국제경제·정치질서 등에 대한 논의와 민간외교차원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등 수십 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매콜리프 주지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1993년 대전 엑스포 담당 대사를 역임한 이후 10여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주지사 부임 직후인 2014년에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처음으로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를 병기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해 우리 국민들에겐 친한파 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16일 만난 김 회장과 매콜리프 주지사는 한화그룹과 버지니아 간의 비즈니스 교류, 미국 대선 이후 한미 양국의 외교 및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매콜리프 주지사는 버지니아주의 통상교역장관, 농림부장관, 관광공사 대표 등 주요 경제 사절단과 함께 버지니아주의 경제투자 유치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방한했다. 버지니아 주정부는 항공, 바이오, 식품, IT 벤처, 사이버 보안, 자동차 부품, 방위산업 등의 분야에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버지니아주에 생산법인을 가지고 있는 한화그룹에 감사 인사차 방문을 요청해 이뤄졌다. 한화그룹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자동차용 경량복합소재 제조 회사(한화아즈델, Hanwha Azdel)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인수했으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에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납품하고 있다. 인수 이후 4500만달러에 이르는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 창출로 버지니아 주정부로부터 최근 3년간 인센티브(약 43만달러, 한화 5억원 정도)를 받기도 했다.

이날 김 회장은 “현재 한화그룹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많은 투자를 했고 앞으로 버지니아주와 더 많은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매콜리프 주지사는 “한화그룹의 투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허락된다면 꼭 버지니아를 방문해주기 바란다”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김 회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미 FTA 재협상 등이 시행될 경우 대미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는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미국 정권 교체로 인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와 파급 효과, 버지니아주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도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한편 김 회장이 만난 두 인사가 각각 공화당, 민주당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란 점에서 한화그룹의 균형 잡힌 미국 사업 진출이 기대되고 있다. 퓰너 이사장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으며 매콜리프 주지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정치적 동지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