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장기화에도 임직원 보상은 간과될 수 없다. 시장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유능한 인재를 둘러싼 쟁탈전을 치열해진다. 사람만큼 중요한 자원도 없기 때문이다. 경쟁사로 인력이 빠져나갈수록 인적자원(HR) 손실뿐 아니라 정보유출, 성장동력 약화 등 여러 부작용이 불거질 개연성은 커진다.

기업들이 효과적인 보상 제공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하기 좋은 환경이 구성원 능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재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하기 좋은 기업, 이른바 해피컴퍼니가 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곳은 드물다. 막연히 임금과 내부 만족도가 비례할거라 판단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복지제도, 근무환경 같은 다른 보상들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처럼 여겨진다. 매년 사내 복지에 고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정작 임직원들의 반응은 무심하다. 보상에 대한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기업 5곳 중 1곳 “복리후생 예산, 얼만지 몰라”

관건은 보상 경쟁력이다. 보상에 대한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을 경우 보상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보상 경쟁력이 높을수록 우수인재 확보에 유리하다. 기존 임직원도 이직할 기업을 찾기보다 성과 창출에 몰입하게 할 수 있다.

기업들의 실정은 어떨까. 타워스 왓슨 코리아 ‘2015 아시아태평양 지역 복리후생 동향 설문’을 살펴봤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진기업들의 복리후생 전략과 보유 프로그램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약 1145개 기업이 참여했다. 조사 기업 중 44%는 전체 보상 금액 중 20% 미만을 복리후생제도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참여 기업의 27%는 20~30%, 9%는 30~40%, 5%는 40% 이상을 복리후생에 사용하고 있었다. 10개사 중 4곳이 전체 보상 금액의 20%를 복리후생제도에 쓰고 있는 셈이다. 참여기업 중 22%는 복리후생제도에 얼마의 비용을 지출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수치에 차이는 있었지만 국내 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내 복지에 대한 내부평가는 싸늘했다. 복리후생제도가 임직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사내 복지 운영에 당사자인 임직원들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논의할 때 도입 및 실행 비용과 경영진 의사가 직원 의견보다 우선시됐다. 복리후생 프로그램 결정 시 직원의 의견을 반영한 기업 중 임직원이 복리후생제도를 높이 평가한 곳은 18%였다. 이는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기업(6%) 대비 3배 높은 수치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 기업이 보상을 제공할 때도 마찬가지다. 구성원 입장에서 매력적인 보상을 제공할수록 효과는 높아진다. 타워스 왓슨 본사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구성원들에게 매력적인 보상이 무엇인지 묻는 조사에서 기업과 구성원들 사이에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1순위는 금전적 보상으로 동일했다. 그 이하의 순위에서는 기업과 구성원이 우선순위로 꼽은 항목이 달랐다. 기업 측에서는 구성원들이 ▲기업의 사업 분야 ▲기업의 재무 건전성 등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구성원들은 ▲직무의 안정성 ▲편리한 근무지 ▲복지 혜택 등을 꼽았다.

구성원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헤이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보상을 관리하기 위해 구성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은 28%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 정도는 자기 회사의 우수인재들이 어떤 보상을 원하는지에 대한 자료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 출처=타워스 왓슨 코리아

보상의 투자자본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은 지속적으로 강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보상에 대한 구성원들의 니즈를 조사를 통해 정확히 파악해야 된다고 조언한다.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구성원들이 가장 원하는 보상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최적화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보상 제도, 꾸준히 진화시켜야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보상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보상 제도를 진화시켜왔다. ▲2000년대 이전에는 스톡옵션에 비중을 높여서 구성원들이 많은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닷컴 열풍 속에서는 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급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지난 2003년에는 주가가 안정되자 스톡옵션을 양도제한 조건부주식으로 변경해 근속에 따른 보상을 제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 보상 제도를 최적화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구성원의 니즈만 고려해 보상을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LG경제 연구원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이 원하는 요인들이 기업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꺼려할 수 있다”면서도 “구성원들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인력 유지나 동기부여 측면에서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잠재적인 지원자들에 대한 기업의 매력도 감소될 수 있다”며 “기업과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인식의 차이를 직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기업의 보상 경쟁력은 한층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상에는 금전적인 보상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가 포함된다. 재계와 학계는 기업으로부터 구성원들에게 제공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총 보상(Total Reward)이란 개념을 조명하고 있다. 금전적인 보상만 추구하다 보면 비용 측면에서 기업 부담이 될 수 있다. 총 보상 관점을 통해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기업의 비용 부담도 완화시킬 수 있다. 총 보상에는 ▲급여 ▲복리후생의 유형적인 보상 ▲기업의 비전 및 장래성 ▲개인의 성장 기회 ▲쾌적한 업무 환경 등이 포함된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보상은 ‘일과 생활의 균형’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적합한 보상’은 사람들의 가치관과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며 “최근에는 야근과 특근을 지양하는 등 시간에 대한 니즈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채용시장의 무게 중심은 수용자(기업) 측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도 “인재 확보가 여전히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까닭에 임직원 보상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