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7이 국내에 상륙해 발화 논란으로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공백을 빠르게 메우는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아이폰7 국내 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눈길을 끈다.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7이 다른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아이폰7에 비해 성능적 측면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주장을 전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전형적인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아이폰7 논란
현재 아이폰7 역차별 논란을 보도하고 있는 언론은 대부분 미국의 IT전문매체인 셀룰러 인사이트를 인용하고 있다. 셀룰러 인사이트가 20일(현지시각) 아이폰7에 들어가는 인텔과 퀄컴의 모뎀칩의 성능 차이가 크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퀄컴의 모뎀칩만 활용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아이폰7부터 인텔의 모뎀칩도 병행해 사용하는 중이다. 여기에는 변화에 대한 인텔의 야심이 적절하게 녹아있다는 평가다.

인텔은 지난 5월 브룩스톤(Broxton) 플랫폼을 비롯해 소피아(SoFIA) 3GX, 소피아 LTE, 소피아LTE2 상업용 플랫폼 및 체리트레일(Cherry Trail) 출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암(ARM) 진영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SoC 시장에서 발을 빼는 대신 5G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메모리 반도체, 클라우드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마이크로아키텍처 제품을 재개발하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등 나름의 수를 썼지만 효과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뎀칩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2010년 애플 아이폰 오리지널부터 아이폰4까지 모뎀칩을 제공했던 독일의 인피니온을 인수한 상황에서 무려 1000명에 달하는 칩 개발팀을 구성해 아이폰7 수요에 대응했다. 애플은 아이폰4 이후 모뎀칩에 퀄컴의 9X45 LTE만 사용했으나 이제 애플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파운드리에도 집중하기 시작한 인텔의 존재감이다. 퀄컴의 실적에도 다소 영향을 준 사항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애플은 아이폰7부터 퀄컴과 더불어 변화의 야심을 태우고 있는 인텔로부터 모뎀칩을 제공받았다. 이는 애플의 전략은 물론 기본적인 스마트폰 제조 공정을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일반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문제는 아이폰7에 탑재된 퀄컴과 인텔의 모뎀칩 성능이 크게 차이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셀룰러 인사이트에 따르면 인텔 모뎀칩이 들어간 아이폰7은 퀄컴의 모뎀칩과 비교해 최대 70% 가량 성능이 떨어진다. 아직 인텔이 아이폰7의 믿을만한 친구가 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해석이다.

▲ 출처=셀룰러 인사이트

여기서 역차별 논란이 가해진다. 국내 언론은 현재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7은 모두 인텔의 모뎀칩이 삽입되어 있으며, 이는 전형적인 애플의 역차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이다. 현재 국내 통신3사를 통해 유통되는 아이폰7의 모뎀칩은 모두 인텔의 제품이 들어가 있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국내 이용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역차별로 몰아가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일단 인텔의 모뎀칩이 들어간 아이폰7이 판매되는 지역은 한국을 더불어 유럽 및 중동 등 53개국에 달한다. 그리고 퀄컴 모뎀칩이 들어간 아이폰7이 판매되는 지역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3곳에만 공급하고 있다. 만약 역차별 주장이 사실이라면 무려 53개국이 3개국과 비교해 역차별을 당한다는 말이 된다. 시장의 크기와 발전도를 따진다고 해도 너무 확대해석된 감이 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3개국에만 성능이 좋은 퀄컴 모뎀칩 아이폰7을 출시했을까? 인텔 모뎀칩은 CDMA와 중국향 CDMA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LTE의 전 단계인 3G 시대의 CDMA를 지원하지 않는 나라에 인텔 모뎀칩 아이폰7을 출시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 시장의 경우 인텔과 퀄컴 모뎀칩 모두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에는 퀄컴의 모뎀칩이 탑재된 아이폰7이 들어가지만 AT&T와 티모바일은 인텔 모뎀칩이 탑재된 아이폰7이 판매되고 있다.

종합하자면 인텔과 퀄컴 모뎀칩의 성능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는 전제는 사실이지만, 이를 두고 애플이 국내 이용자 역차별에 나섰다는 지적은 성립되지 않는다. 한국을 포함해 53개국에 인텔칩 아이폰7이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도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CDMA 기술 지원에 따른 지역적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되는 마당이다. 단순히 53개국에 한국이 들어간다고 애플의 역차별 운운하는 것은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역차별이 아니라...애플 협력사 수준의 문제
아이폰7의 모뎀 칩 논쟁은 국내 역차별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동일한 애플 제품 성능 격차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미국 지디넷은 24일(현지시각) 아이폰7 32GB 모델이 나머지 모델에 비해 스토리지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문제의 32GB 모델은 656Mbps의 속도를 보였으며 이는 다른 모델에 비해 약 200Mbps 정도 느린 것으로 밝혀졌다. 쓰기 성능의 경우는 더 처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토리지 칩의 문제며, 아이폰7 256GB에는 도시바의 제품이 들어갔지만 다른 버전에는 국내의 SK하이닉스 제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7의 스펙을 둘러싼 논란은 협력사 수준의 문제라는 뜻이다.

사실 아이폰6S 당시에도 성능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중국의 마이드라이버스는 지난해 아이폰6S 칩게이트 논란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아이폰6S에 탑재된 A9 프로세서가 제조사 별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A9 설계를 맡은 가운데 삼성전자의 A9이 TSMC의 A9에 비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