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를 대표하는 완구업체 손오공의 대주주로 올라선 마텔이 중국의 텐센트와 협력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눈길을 끈다. 완구업체 시장의 대표적인 큰 손과 중국을 넘어 글로벌 ICT 시장을 호령하는 황색돌풍의 만남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출처=픽사베이

바비인형과 텐센트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25일 텐센트와 마텔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온라인 메신저 QQ를 기점으로 완구 및 애니메이션 사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 양사는 전통적인 장난감은 물론 SNS를 기반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복안이다. 심지어 QQ패밀리를 활용한 영화 제작에도 나선다는 후문이다.

텐센트와 마텔의 협력은 일차적으로 중국 유아동 시장의 급성장과 궤를 함께 한다. 이는 중국 현지의 사정이 변하고 있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지금까지 중국의 유아동 시장은 소황제(小皇帝) 시대로 정의가 가능했다. 한 명의 아이를 낳아 최고수준의 보육 및 교육을 집중시키는 상황에서 이에 걸맞는 마케팅 및 제품 로드맵이 중요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제는 둘째시대(二胎時代)가 대세다. 중국 신조어로 등장한 라마(辣媽,매운엄마)에 이어 둘째시대(二胎時代)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셈이다. 정리하자면 소황제가 성장한 바링허우(소황제 출신 부모)가 구매력의 주도권을 잡았고, 이들은 스마트 및 ICT 기술에 친숙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 바링허우의 특성과 중국 정부의 두 자녀 정책이 맞물리며 바야흐로 둘째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분위기는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는 2015년 중국 GDP에 대한 여성의 기여도가 41%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2015년 중국 도시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7267.2위안(약 132만원)에 달하며, 중국 가정소득에 대한 여성 평균 기여도도 32.3%로, 중국 가정의 결제활동에서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시대의 주역인 바링허우가 소비의 주체로 부상했으며, 여성의 경제력 상승과 시너지 작용을 일으킨다는 해석이다. 현재 중국 지방정부도 출산 휴가를 연장하고 남성 육아휴직 및 결혼휴가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유아동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두 자녀 정책 허용으로 중국 유아용품 시장이 급성장해 2018년 54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중국 '얼타이(둘째/二胎)'를 겨냥한 국내 유아용품 업체들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하다.

중국 9세이하 유아동수는 2014년 기준 약 2억4천만명으로 전체인구의 17.2%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중국 상해에 소재한 하동이공대학(华东理工大学) 조사에 따르면 70년~90년대생 기혼여성의 여론조사결과 46%가 둘째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바있다. 이 대목에서 마텔이 텐센트와 손을 잡았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중국 정부의 두자녀 정책과 경제력 있는 버링허우의 등장, 여성의 경제력 상승 등의 조건들이 겹치며 현지 유아동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유아동 시장의 핵심 중 하나인 완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마텔이 중국의 텐센트와 협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양사의 협력은 단순히 중국 완구시장 정복이라는 일차적 목적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자랑하려는 중국 텐센트의 야심을 알아야 한다. 텐센트는 자사의 ICT 경쟁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소프트파워까지 넘보고 있으며, 이를 극적으로 발현할 파트너로 마텔과 협력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텐센트는 다양한 IP(지적재산권) 등을 노리며 콘텐츠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출처=픽사베이

중국의 소프트파워...무섭네
중국의 ICT 기업들은 막강한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자사 시장을 장악하려고 노력한다. 이 지점에서 중국으로의 진출을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 기업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알리바바가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에 러티비의 별명이던 ‘중국판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TBO’(Tmall Box Office)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콘텐츠 사업에도 손을 뻗친 알리바바는 지난 9일(현지시각)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바바픽처스가 미국 영화제작사이자 투자배급사인 엠블린 파트너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눈길을 끈다. 엠블린은 헐리웃 영화의 대가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지난해 설립한 곳이며 앞으로 양사는 공동제작한 영화를 중국에 배급하는 작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알리바바픽처스는 아직 자체 영화를 제작한 적이 없다.

이러한 중국 ICT 기업들의 행보는 플랫폼과 시장을 보유한 상태에서 '홈 그라운드'로 들어오려는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해 시장 장악력을 빠르게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에도 나서려는 복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대적으로 내수시장이 작은 국내의 콘텐츠 회사들을 쇼핑하는 일반적인 중국 ICT 기업의 접근법과 다른 대목이다.

플랫폼과 내수시장을 매개로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해 홈 그라운드의 강점을 더욱 보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판로를 개척하는 중국의 ICT 기업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특히 마텔의 경우 구글과 협력해 가상현실 유아동 기기를 개발하는 한편 원천 IP 자체가 풍부한 매력적인 콘텐츠 기업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거대한 합종연횡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새로운 방법론도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