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글다. 한국에는 추수의 계절인 가을이 왔지만 적도 맞은편인 남반구에서는 파종이 시작되는 봄이 왔다. 자본시장에 시차와 환율등의 변수가 있는 것 처럼 곡물시장에도 계절과 기후와 정치적 이슈 등이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곡물 생산지인 남반구의 파종기를 앞둔 지금 곡물가격에 큰 변수가 될 두 가지 이슈가 있다. 바로 라니냐와 대두‧옥수수의 최대 산지인 아르헨티나‧브라질의 정치적 상황이다.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곡물시장 동향 보고서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세계 곡물 생산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주요 곡물 가격도 등락을 거듭하다 2014년 부터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앞서 언급한 요소로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작황에 따른 국제곡물 가격과 우리나라 곡물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곡물시장 동향 보고서

올 겨울 라니냐 발생확률 증가

미국과 우리나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라니냐(La Niña) 발생 확률이 재차 상승하고 있다. 라니냐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대두, 옥수수 생산지가 집중된 남미 지역에 냉해가 우려된다.

 

라니냐는 예년에 비해 적도 무역풍이 강해질 때 주로 발생한다. 강한 무역풍의 영향으로 서태평양 적도 부근에는 두꺼운 온수 층이 형성되고 동태평양의 온수 층은 얇아진다. 그 결과 원래 찬 동태평양의 해수는 더욱 차갑게 되어 1년 중 5개월 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0.5℃ 이상 낮아진다. 이로 인해 남아메리카와 태평양 연안의 중위도 지방에 한파와 가뭄 등 이상 기후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콩·옥수수·밀·설탕·면·커피 등의 작황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해양 기상청(NOAA)은 10월 이후 라니냐 발생 확률을 70%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후 꾸준히 하향 조정되다 9월 중에는 40%대로 떨어져 라니냐에 대한 우려가 크게 꺾였다. 그러나 10월 들어 재차 70% 수준으로 상향됐다. 라니냐가 강하지는 않지만 2017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기상청

실제 24일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10월 9일~15일)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 구역인 Nino 3.4(ⓐ:5°S~5°N, 170°W ~120°W)의 평균해수면온도는 26.1℃로 평년보다 0.5℃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30°N~45°N, 120°E~135°E)의 평균해수면온도는 22.1℃로 평년보다 0.6℃ 높은 상태다. 현재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로 지속되면서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약한 라니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기상청

10월부터 내년 초까지 라니냐 발생 시 대두 및 옥수수가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브라질 남부 지역은 한랭한 날씨에 노출될 수 있다. 대두와 옥수수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만큼 냉해에 약하다. 특히 12월~2월 경에는 대두와 옥수수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시기로 온도 및 습도에 예민한 만큼 라니냐의 정도에 따라 곡물의 품질과 수확량, 더 나아가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곡물 수출세 폐지로 옥수수 생산재고 급증 예상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는 옥수수, 소맥의 수출세가 폐지됐다. 이에 아르헨티나 옥수수 생산 확대가 예상된다. 옥수수는 20%, 소맥은 23%의 수출세가 부과돼 왔으나 아예 폐지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두는 수출세를 유지했다. 원래는 대두 35%, 대두유와 대두박 각각 32%씩 부과됐던 수출세를 2016년부터 매년 5%p씩 인하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세수 급감을 우려해 인하 시기를 늦췄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매월 0.5%p씩 낮추겠다고 수정 발표했다.

 

이번 10월에 파종될 옥수수는 아르헨티나 수출세 폐지 이후 첫 작물이다. 수출세 폐지에 따른 생산 확대를 반영해 미국 농무부(USDA)는 2016/17년 중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생산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고 수출 확대 역시 동반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반영해 전세계 옥수수 생산량 및 재고량은 사상 최고치가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수출세의 차별적 부과 현황을 고려하면, 옥수수 가격 대비 대두 가격의 상대적 강세 흐름은 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곡물시장 동향 보고서

브라질, 농업 보조금 축소로 곡물 생산 증가세 둔화 가능성

한편 브라질 정부는 긴축 재정 시행 과정에서 농업 보조금 축소가 거론됨에 따라 향후 곡물 생산 증가세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 정부는 1990년대부터 저금리 대출, 최저가격 보상, 부채 유동화 등을 통해 농업부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기술 및 장비의 현대화, 연구개발 확대 등에 따른 경작지 확대 및 수율 개선을 통해 생산량이 급증했다.

1990년 1575만톤 수준이었던 브라질의 대두 생산량은 2015년 9650만톤까지 확대돼 6배 이상 늘었다. 대부분의 생산 증가분은 수출로 연결돼 같은 기간 수출 규모는 248만톤에서5451만 톤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브라질의 대두 수출량은 2012년을 기점으로 최대 수출국인 미국을 넘어섰다.

 

그러나 2014년 이후의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 속에 원자재 수출 중심으로 성장했던 브라질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가운데 재정 여건도 악화됐다.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후 새로 취임한 테메르 신임 대통령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재정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정 지출 축소 노력의 일환으로 농업 관련 보조금 감축 역시 재정 긴축안에 포함됐다. 농업 보조금은 재정 악화 부담으로 이미 2011년부터 급격히 축소됐다. 2016년에는 대출 회수 등으로 마이너스(-) 흐름이다. 브라질의 농기계 생산은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농업부문의 대출 잔액 증가율은 2014년 초 이후 꾸준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한편 브라질 정부에서 발간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일단 파종작업은 차질없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Parana 주(州)의 1기 옥수수 파종률은 50%, 대두 파종률은 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브라질 곡물 생산 급증의 배경이었던 만큼, 보조금 축소는 향후 시차를 두고 생산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대두, 옥수수 등 가격 상승 가능성 높아 수입 촉각

라니냐가 우리나라 곡물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없더라도 수입가격 측면에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아직 정확히 얼마의 피해가 난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주요 생산 국가들이 피해를 본다면 전체 생산 감소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농산물 수입량이 많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수출 측면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남미나 미국의 생산량의 변동은 우리나라 수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 면적이나 기후 등 조건이 남미나 미국 등에 대해 품질과 가격경쟁력 모두 열세라 수출량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