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하던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지면 임차인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미리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경매에 부쳐진다는 통지를 받게 되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전세금은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또 임차인으로서 경매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 쉽다.

실제 몇 년 사이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 비율이 90%까지 치솟았다. 대출 받아 집을 산 집주인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느껴 ‘깡통주택’을 경매로 넘기는 일이 늘고 있다. 경매에 나오는 깡통전세 물건이 늘어나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도 계속 높아지면서 세입자가 거액의 보증금을 잃을 위험도 계속 커지는 셈이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의 경우 낙찰가율이 높게 형성돼 있어 낙찰대금에서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선순위 은행 저당권 설정 내역을 모르고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경우를 제외하면 보증금을 떼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단독‧다가구주택의 경우에는 절반 정도는 전세보증금을 지키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전세입자들도 여전히 많다.

사는 집이나 장사하는 상가가 경매에 넘어갔다면 어떤 방법으로 보증금을 지키고 경매에 넘어갔을 때 온전하게 보증금을 받아낼 수 있을까? 경매에 넘어가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전세금을 지키는 노하우를 배워두면 그리 어렵지 않게 터득할 수 있다.

살던 집이 경매에 부쳐질 경우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임차인으로서 경매에 부쳐진 부동산에 살고 있는 자신의 현재 임대차 관계에 대한 점검이다. 보증금을 지키고(대항력), 또 배당받을 권리(우선변제권)를 갖추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런 권리를 갖췄다면 경매에 부쳐져도 전세금은 돌려받을 수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대항력이 없고 우선변제권만 갖췄다면 전세금 중 일부나 한 푼도 못 받고 짐을 싸야 할 수도 있다.

경매에 부쳐진 경우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대항력’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대항력은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 ’전입신고’을 마친 때에 그 다음날부터 제삼자에 대해 효력이 미치는 것을 말한다. 즉, 등기부상 다른 권리(저당권, 가압류 등)보다 빨리 전입신고를 갖췄다면 대항력이 있지만, 늦다면 대항력을 갖추지 못해 전세보증금 전액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보증금의 액수와 대항력은 무관하다. 아무리 보증금이 많더라도 대항력을 갖추면 보증금 전액을 보호받을 수 있다. 대항력이 없으면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 등이 앞서 먼저 낙찰대금에서 배당을 받기 때문에 자신의 전세보증금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깡통 전세 주택의 경우 보증금 전액을 날릴 수 있다.

다음에는 우선변제권을 갖췄는지 점검해야 한다. 우선변제권을 가지려면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확정일자를 갖추면 매각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생긴다. 확정일자를 먼저 받았다고 우선 배당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대항력 요건을 갖춘 상태라야 확정일자 받은 날짜 순서대로 배당을 받는다. 만약 확정일자도 근저당권보다 후순위이고 경매 낙찰가가 남는 게 없다면 임차권자는 보증금을 못 받고 집을 비워줘야 할 경우가 발생한다.

낙찰 대금에서 배당을 받으려면 배당요구 종기일(배당신청을 해야 하는 기간) 이내에 배당요구 신청을 반드시 해야 한다. 경매 개시 결정이 등기부에 기재된 경우 임차인에게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 신청 문건이 송달된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라면 낙찰대금에서 배당받을지, 아니면 새로운 매수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 대항력은 없으나 우선변제권만 있는 경우라도 배당요구 신청을 해야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권리신고와 배당 신청해야 보증금 변제받아

보증금 전액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막은 ‘대항력’을 갖추는 것이다. 대항력을 갖춰야 경매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대항력이 없다면 확정일자를 갖추고 배당요구를 통해 전세금을 낙찰대금에서 배당받을 수 있다. 주택의 전입신고(상가=사업자등록)가 선순위 근저당권보다 늦어 대항력이 없으면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으로 순위에 따라 전세금을 변제받는다.

대항력은 없지만 확정일자를 받아 우선변제권에 의해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경매에서 높게 낙찰돼야 한다. 경매 실행비용과 1순위 근저당금액, 전세 보증금을 합쳐 낙찰가가 모자라다면 보증금의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전세보증금을 지키려면 집값에서 근저당 설정금액+자신의 전세금액을 빼고도 남은 금액이 있는 주택에 입주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주택이나 상가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할 때는 확정일자를 받았는지 여부가 전세금을 지키는 열쇠 역할을 한다. 확정일자는 전세권이나 근저당처럼 물권적 효력을 갖고 있다. 확정일자를 갖추면 굳이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고도 경매 낙찰될 때 배당을 받게 된다. 확정일자 순서대로 배당(우선변제)이 이루어진다.

경매 개시 전에 주민등록(사업자등록)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면 배당요구 신청을 하더라도 배당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임차인은 되도록 배당금을 받는 날짜까지 주민등록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사정으로 주민등록을 옮겨야 한다면 다른 가족(배우자‧자녀 등)들은 현재 주소지에 전입신고가 유지되는 상태로 있어야 합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굳이 전체 가족이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라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살던 집 등기부등본에 임차권 등기가 기입된 것을 확인한 후 움직여야 한다. 임차권 등기명령이 기입되고 나서부터는 이사를 가더라도 임차인이 기존에 얻었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유리하다.

‘전세 보증금’의 안전을 살피려면 최근의 경매 낙찰가율을 따져보면 된다. 경매로 처분될 부동산값이 전세 보증금을 포함한 대출 총액과 같거나 적으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떨어진 금액만큼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최근 시세나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지역별 낙찰가율을 감안해 경매로 처분될 경우의 집값을 추산해보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살던 집이 경매에 부쳐질 경우 세입자가 직접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는 방법도 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아 보증금 지키기에 나설 수 있다. 임차인의 대항력과 배당 여부, 보증금 손실액, 배당 순위에 따라 직접 낙찰받고 그 차액에 대해 납부할 수 있다. 낙찰 후 배당받을 금액이 있다면 ‘상계(相計)’ 신청에 의해 대금을 납부하면 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을 취득하면 이사 가지 않아도 되고, 중개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이점이다.

전 재산인 전세보증금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계속 거주하고 있을 때라도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등기부등본을 통해 수시로 체크해 봐야 한다. 집주인 앞으로 근저당, 가압류 등기가 설정됐는지 6개월 단위로 확인해야 한다. 기존의 세입자들도 재계약 시점이 되면 살고 있는 집의 시세와 추가 융자 여부, 지역별 낙찰가율 등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전세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거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전세금을 치르고 전셋집을 구할 때는 대출 많은 집은 무조건 신중해야 한다. 가급적 전세금과 근저당 채권최고액의 합이 집값의 70%를 넘지 않는 것이 좋고, 그 이상일 경우에는 보증금을 낮춰 반전세 또는 일부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