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회사에 어떤 일이 생겨 언론에서 취재를 시작하면 항상 창구 일원화가 절실해지는데요. 그게 참 힘듭니다. 여기저기에서 어떻게 말들이 새어 나가는지 도통 관리가 안 되거든요. 홍보실은 매번 헛심만 쓰고, 뒤늦게 수습하는 게 일상입니다. 이걸 어쩌죠?”

[컨설턴트의 답변]

조직이 이슈나 위기에 처했을 때 ‘창구 일원화’만큼 중요한 체계는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회사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도 조언하지만, 사실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조언이라고도 봅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라도 ‘창구 일원화’는 매우 중요한 체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창구 일원화가 잘 안 되는 조직에는 비슷한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일단 회사 내에 정치적 알력이나 문화가 있는 타입들입니다. 임원들 간 다른 정치적 입지에 따라 언론에 개인적으로 말을 흘리는 경우가 생기면 이슈나 위기 관리가 불가능해집니다. 마치 정치 정당 같은 형태니까요.

대표이사를 비롯 임원들이 기자를 자주 만나는 경우나 지인 중 기자가 많은 경우도 위험한 타입입니다. 홍보실을 거쳐보았자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인임을 빌어 임원들에게 한두 마디 상황을 들을 수 있게 되면 이를 마다할 기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메시지 통제는 이런 상황에서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직 체계가 개개인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도 매우 위험한 타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 종합 병원이나 대학교 등의 조직이 그렇습니다. 의사 선생님이나 교수님 하나하나가 주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분들에게는 창구 일원화가 전혀 불가능해 보입니다. 언론에게 모두가 개인적으로 한마디씩 하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이 매우 흔합니다.

마지막으로 창구 일원화가 잘 안 되는 위험한 조직의 유형은 그와 관련하여 별반 내부 개념이 없는 경우입니다. 대표이사부터 일선 직원에게까지 ‘언론’에 대한 이해나 경험들이 없는 경우입니다. 평소 ‘창구 일원화’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보지 않은 조직입니다. 막상 이슈가 발생하고 문제가 커지면서 언론이 달려드니까 당황하면서 이 직원 저 직원이 나서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하게 됩니다. 당연히 당황스러운 보도들이 쏟아지게 되지요.

사실 조직 내부에서 개개인이 주인인 경우와 그간 정치적 알력들이 존재하는 경우는 어떤 비책을 쓰더라도 창구 일원화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입단속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죠. 그러나 대표이사나 임원들이 기자를 자주 접하거나 지인이 많은 경우에는, 내부에서 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면 어느 정도 창구 일원화는 가능해집니다. 합리적인 경영진이라면 누구나 ‘창구 일원화’가 조직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창구 일원화에 대한 개념 형성이 미진한 조직에게는 ‘미디어 트레이닝’이 주된 처방입니다. 조직에서 평시와 이슈발생 시 어떻게 기자와 언론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기자는 부정적인 이슈나 문제 발생 시 어떤 식으로 취재하는지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공격적인 기자들의 질문에는 어떤 체계와 전략을 가지고 대응해야 조직이 살 수 있는지를 익히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좀 더 발전된 창구 일원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창구 일원화는 홍보실에게 가장 절실한 체계입니다. 창구 일원화가 잘 안 되는 조직에서 홍보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기자들에게 해당 홍보실은 전혀 쓸모없는 창구로 인식되게 됩니다. 다른 임원들은 제대로(?) 이야기를 잘 해주는데, 홍보실은 무조건 숨기려 하고, 에두르려 하고, 시간을 끈다는 비판을 기자들에게 받게 됩니다.

반대로 창구 일원화가 잘되는 조직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조직’으로 인식됩니다. 기자들이 취재하기 매우 어려운 조직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의 어떤 질문에도 “저희 규정상 언론 문의에 대한 대응은 홍보실을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기자님에게 연락드리라 홍보실에게 지시하겠습니다.” 이 문장 하나로만 반복 대응하는 조직입니다.

기자가 취재 대상인 조직 내 수십 명에게 전화해 물어도 동일한 문장들만 반복됩니다. 별 소득 없이 시간만 갑니다. 기자는 어쩔 수 없이 열려있는 창구를 찾게 됩니다. 그게 홍보실이 되는 겁니다. 전략적인 언론 대응 체계입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조직에서는 그 가장 첫 단추로 ‘창구 일원화’를 현실화하도록 하십시오. 그 기본만 해놓아도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